'죽은 권력 사냥' 감사원 논란…정권 바뀔 때마다 되풀이
입력: 2022.08.27 00:00 / 수정: 2022.08.31 10:36

권익위·방통위 이어 신재생에너지 등…文정부 '표적감사' 의혹도

사원의 정치감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기관의 중립·독립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의 최근 행보가 실제 정치 목적인지와 별개로 비슷한 논란이 수년 동안 반복돼왔기 때문이다./이새롬 기자
사원의 '정치감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기관의 중립·독립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의 최근 행보가 실제 정치 목적인지와 별개로 비슷한 논란이 수년 동안 반복돼왔기 때문이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감사원의 '정치감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기관의 중립·독립성 확보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실제 정치감사인지로 볼 수 있는지를 떠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모습이다.

27일 감사원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에 관한 감사가 올해 하반기 착수 예정이다. 코로나19 백신 등 방역물품 지급 및 관리 실태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도 감사 대상에 올랐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표적 감사'라고 해석한다. 신재생에너지 감사의 경우 전임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사업 전반을 살펴보려는 의도로 비친다는 이유다. 코로나 백신 등 감염병 대응과 공수처 출범 역시 지난 정부에서 처음 이뤄졌다.

특히 국민권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감사가 주목된다. 각각 1년, 3년 만에 다시 이뤄져 이례적이란 평가가 많다. 전현희 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현 정부·여당의 노골적 사퇴 압박에도 물러나지 않아 뒤따른 조치란 주장이 있다.

다만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감사는 사업의 추진 실태를 점검하는 것으로 탈원전 문제와는 관련 없다"며 "코로나 백신 등도 수급 당시의 실태와 문제점 및 원인을 파악할 계획이며 책임을 추궁하는 식으로는 진행되지 않는다"고 의혹을 반박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독립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감사의 실제 의도를 떠나 모든 정부에서 유사한 논란이 되풀이해온 까닭에서다. 정권 교체 후 자리에서 물러난 감사원장도 적지 않다.

참여정부 때 임명된 정연주 전 KBS 사장(사진)이 정권 교체 후 여당인 한나라당의 노골적 사퇴 압박을 버티는 상황에서 감사원은 2008년 6월 돌연 감사에 돌입했다./이선화 기자
참여정부 때 임명된 정연주 전 KBS 사장(사진)이 정권 교체 후 여당인 한나라당의 노골적 사퇴 압박을 버티는 상황에서 감사원은 2008년 6월 돌연 감사에 돌입했다./이선화 기자

이명박 정부의 KBS 특별감사는 정치감사 논란의 대표 사례다. 참여정부 때 임명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정권 교체 후 여당인 한나라당의 노골적 사퇴 압박을 버티는 상황에서 감사원은 2008년 6월 돌연 감사에 돌입했다.

감사원은 두 달가량 감사를 벌인 뒤 부실경영 및 배임 등의 사유로 KBS 이사회에 정 전 사장 해임을 요구했다. 정 전 사장은 해임됐으나 4년이 지난 2012년 대법원에서 해임처분 취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해임 사유가 된 배임 등 혐의는 1∼3심 모두 무죄를 확정받았다.

감사원의 ‘권력 눈치보기’ 비판은 20년 전부터 잇따랐다. 2002년에는 임동원·신건 두 전직 국정원장들의 공금유용 감사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여야가 갈등을 빚었다. 이듬해 처음 열린 감사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윤성식 당시 후보자는 자질이 아닌 ‘진보 성향’ 논란 끝에 낙마했다.

감사의 절차뿐 아니라 결과도 정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지적이 크다. 이는 4대강 관련 감사가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무려 4차례 감사가 이뤄졌으나 결과는 전부 제각각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에는 ‘홍수 관리에 기여했다’며 긍정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 때 진행된 2차례 감사에선 ‘보의 안전성 미흡’ 등 비교적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8년 ‘경제성이 없다’는 등 명확히 부정적인 평가가 따랐다.

이명박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무려 4차례 4대강 관련 감사가 이뤄졌으나 결과는 전부 제각각이었다. 사진은 대구시 달성군 강정고령보에서 녹조로 물든 녹색물이 흐르는 모습./더팩트DB
이명박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무려 4차례 4대강 관련 감사가 이뤄졌으나 결과는 전부 제각각이었다. 사진은 대구시 달성군 강정고령보에서 녹조로 물든 녹색물이 흐르는 모습./더팩트DB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을 통해 문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감사원의 정치 중립·독립성 보장을 헌법에 명시하고 감사원장 임명 절차를 바꾸는 내용 등이 거론된다. 실제 대통령이 바뀌었어도 4년 임기를 마친 감사원장은 이종남(김대중→노무현) 전 원장이 유일하다.

미국의 경우 상원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해임하려면 상·하원 공동 결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독일과 프랑스는 법관과 같은 신분 및 독립성을 인정받는다고 알려졌으며, 스웨덴은 의회에서 지명·선출된 3명의 감사원장이 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감사원은 헌법기관이지만 직제상 행정부 소속으로 돼 있다"며 "개헌사항이라 쉽지 않겠지만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정부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미국처럼 의회 산하로 두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감사위원도 현 구조에서는 감사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으나,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법도 있다"며 "감사원 내부에서도 견제가 작동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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