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마약범죄, 나는 '언더커버'…경찰, 위장수사 법제화 검토
입력: 2022.08.23 00:00 / 수정: 2022.08.23 00:00

윤희근 경찰청장 "확대 아니다…한 번 검토 단계"

경찰이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위장수사기법을 도입시킨데 이어 마약 범죄 수사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팩트DB
경찰이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위장수사기법을 도입시킨데 이어 마약 범죄 수사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경찰이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위장수사기법을 도입한데 이어 마약 범죄 수사에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능·고도화되고 있는 마약 범죄 근절에 큰 도움이 될 것이지만 적절한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도박과 함께 마약범죄 위장수사 법제화를 위한 판례와 해외 사례, 부작용, 법령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9월24일 개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 가능한 위장수사의 범위를 넓히는 조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취임 후 일선에 배포한 '23대 경찰청장 전략과제 및 주요 정책과제' 문건에서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한 위장수사를 마약류 및 불법도박 수사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제도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위장수사를 확대하겠다고 한 적은 없고, 성범죄 때문에 도입됐는데 마약도 한번 해보면 어떠냐는 의견 제시로 한번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라며 "실무에서는 오히려 수사를 어렵게 한다는 우려도 있어 말 그대로 검토 단계"라고 한발 물러섰다.

경찰청은 영화 '신세계'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마이 네임'처럼 마약 조직에 일원으로 잠입해 수사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본다. 우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부 위장수사를 법제화하는 정도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도 경찰은 일반인인 척 마약상에 접근해 범행 현장을 잡는 기회제공형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논의를 진행했으나 현실적인 문제 등 풀어야 할 점들이 많다"며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현재 진행 중인 위장수사 법제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청장이 취임 이후 언급한 마약 범죄 위장수사 필요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언급돼왔다. 유통 과정이 지능·고도화돼 검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유통 경로 인터넷·SNS와 다크웹·가상자산을 이용한 사례는 각각 2544명과 832명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취임 직후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한 위장수사를 마약류 및 불법도박 수사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확대하겠다고 한 적은 없고, 성범죄 때문에 도입됐는데 마약도 한번 해보면 어떠냐는 의견 제시로 한번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률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취임 직후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한 위장수사를 마약류 및 불법도박 수사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확대하겠다고 한 적은 없고, 성범죄 때문에 도입됐는데 마약도 한번 해보면 어떠냐는 의견 제시로 한번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률 기자

다만 단순히 검거 건수 증감 통계만으로 범죄가 팽배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마약 범죄 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경찰 간부는 "수사팀이 열심히 하면 건수가 많아지는 것일 뿐 만연하다고 볼 수 없고, 줄어든다고 일을 안 한다고 비판받을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판매책 검거는 두드러지게 감소해 지능·고도·익명화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 등에서 받은 서울지역 마약판매사범 검거인원은 2019년 951명으로, 2020년에는 668명이 검거됐다. 지난해 420명으로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는 164명이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제도 도입 당시 심도 깊게 다룬 부작용 여부 및 적절한 통제 장치 논의를 동시에 진행해야한다고 본다. 우선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의 명확한 구분이 첫 번째라고 지적한다.

'기회제공형'은 일반인인 척 마약상에 접근해 범행 현장을 적발하는 방식으로, 합법이다. 반면 범죄의사가 없는 사람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갖게 해 유도하는 '범의유발형'은 불법이다. 여성인 것처럼 위장해 마약을 사다 주면 성관계를 해주겠다고 해 검거하는 경우 등이다.

위장수사를 벌이다 실적 압박이나 공에 눈이 멀어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어 세밀한 차단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처럼 신분 비공개 시 법원 허가 등 통제 장치도 필수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마약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거래가 많아지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활발하며 종류도 전통적인 대마·필로폰·코카인이 아니라 신종이 늘고 있어 위장수사를 통해 상선까지 가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봤다.

이어 "'범의유발형'과 '기회제공형'의 중간 영역을 명확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과 경찰도 상호 대등한 관계로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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