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학과 증원 가시화…비수도권대 '반대' 재결집
입력: 2022.08.22 00:00 / 수정: 2022.08.22 00:00

지방대 총장들 이달말 국회 기자회견…“기울어진 상태서 경쟁”

교육부가 교원만 확보하면 반도체 등 첨단학과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사진은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이 지난달 8일 서울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반도체 인력 양성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간담회 결과를 밝히고 있다./뉴시스
교육부가 교원만 확보하면 반도체 등 첨단학과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사진은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이 지난달 8일 서울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반도체 인력 양성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간담회 결과를 밝히고 있다./뉴시스

[더팩트ㅣ안정호 기자] 교육부가 교원만 확보하면 반도체 등 첨단학과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다만 지방대 총장들의 수도권 대학 증원 반대는 여전하다.

교육부는 기존에 대학의 정원 증원 시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기본재산 등 4대 교육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했으나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첨단분야 학과를 신·증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지난 19일 입법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인재 공급 정책을 중시해서 관련 대학과 대학원 정원을 확대하고 민관 협력을 강화해서 반도체 핵심 전문 인재 15만 명을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가 입법 예고한 개정안은 지난달 19일 교육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반도체 인력양성 방안’의 후속 조치다. 당시 교육부는 기존 학과의 정원을 한시적으로 증원할 수 있는 ‘계약정원제’도 예고했다. 이 경우 기업체와 협의된 규모의 정원 외 학생을 한시적으로 증원해 모집할 수 있다.

해당 방안이 나온 직후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은 일제히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등 첨단학과 증원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수도권·비수도권 구분 없이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는 증원 계획에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으로 학생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비수도권 7개 권역 127개 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은 지난달 8일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비공개 면담을 가지고 수도권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 증원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이 늘면서 발생하는 교원 수요로 연봉과 연구여건, 정주여건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수도권 대학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교원들이 빠져나간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아울러 계약정원제가 시행된다면 학생들은 반도체 산업이 몰려 있는 수도권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사진은 지난달 8일 서울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과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반도체 인력 양성 관련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지방대학 시대를 일관성 있게 실천하라는 피켓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뉴시스
사진은 지난달 8일 서울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과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반도체 인력 양성 관련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지방대학 시대를 일관성 있게 실천하라'는 피켓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뉴시스

이번 입법 예고로 지역 인재 유출의 직격탄을 맞은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은 다시 대응에 나서고 있다.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은 지난 17일 화상회의를 진행하고 오는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 기자회견도 수도권대 관련 학과 증원 반대가 주요 골자로 기존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127개 대학 중 수도권에 본교를 두거나 동의하지 않은 대학을 제외하고 100여개 대학이 기자회견에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기자회견 참여 의사를 밝힌 지방대 총장은 "(이 개정안이) 형식적으로 기회가 균등하고 공정한 듯 보이지만 이미 기울어진 상태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경쟁시키는 것"이라며 "여건이 가능한 지방거점 대학조차 학과를 신설할 경우 수십, 수백억의 예산이 필요한데 최소 1~2년은 토론과 의견 수렴 이후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나와야 하는 정책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진행되니 현장과는 동떨어진 계획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방대의 반발 속에 교육부는 지방대학발전특별협의체를 통해 비수도권 대학에 대한 지원을 논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다. 한 지방대 총장은 "당초 우리가 건의했던 협의체의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에 비수도권 대학의 의견을 모아 별도로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반도체 인력 수요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지난 정책논평을 통해 "반도체 인력수요 전망이 정부 내에서 3.5배 차이가 난다"면서 "고용노동부 중장기 전망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이 1.6%인데 반도체산업협회의 전망은 2031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이 5.6%로 차이가 나 어느 수치가 타당한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행여 과잉공급이라도 발생하면 사업체 입장에서야 저렴하고 순치된 노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겠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비수도권 대학들이 관련 학과 신설을 해도 이후 기대만큼 수요가 보장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자칫 공급과잉이 발생하면 다시 지방대학의 취업난과 학과 폐지라는 문제가 되풀이 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vividoc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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