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 누적 강수량 422㎜…7월 한달 서울 평균 강수량과 비슷
서울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4번 출구에서 동작구 신대방1동 문창초등학교로 가는 골목은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쏟아진 비로 진흙밭이 됐다. /최의종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내가 여기서 30년을 살았지만 이렇게 비가 많이 온 것은 처음이야. 이런 날씨에 방 안 물건들 물기 말리려고 보일러를 틀어 놓았다니까."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1991년부터 건물을 짓고 사는 황찬석(78) 씨는 지난 8~9일 내린 비로 지하에 있는 방이 모두 잠겼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황 씨는 지난 8일 오후 7시쯤부터 내린 비가 심상치 않았다며 밤새 잠을 자지 못했고 비가 쏟아지면서 물이 차올랐다고 한다.
지난 8일 수도권과 강원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쏟아진 폭우로 주택 침수 등 피해가 컸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0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서울 422㎜다. 신대방동에 내린 422㎜ 비는 7월 1개월간 서울에 내리는 평균 강수량 값과 비슷한 수준이다.
9일 오전 8시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4번 출구에서 내려 인근 문창초등학교로 가는 골목은 진흙밭이었다. 지하철역 바로 옆에 있는 도림천이 범람했기 때문이다. 출근하기 위해 길을 지나가는 주민들은 엉거주춤하며 신발에 진흙이 묻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걷고는 했다.
황 씨는 "지하철역 입구가 다 물에 잠겼었다. 지대가 엄청 낮기도 해서 하수 역류 현상 때문에 피해를 엄청나게 입었다. 이번 집중호우 피해를 시나 구에서 얼마나 보상해줄지 걱정이다. 이게 우리 개인의 잘못은 아니지 않냐?"라고 말했다.
신대방1동 주민 20여명은 기록적인 폭우로 수해를 입어 잠을 잘 수 없었고, 오전 2시8분쯤 지방자치단체 재난 안전 문자를 받은 뒤 문창초 체육관에서 어렵게 잠을 청했다. 신대방1동 주민센터는 이재민들을 위해 문창초 체육관에 물과 담요, 텐트 등을 마련했다.
신대방1동 주민센터는 이재민들을 위해 지난 9일 새벽 체육관에 물과 담요, 텐트 등을 마련했다. /최의종 기자 |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반지하 원룸에서 살다가 최근에 필기에 합격하고 면접을 준비 중이었다는 한영준(24) 씨는 "새벽에 밖에 나가보니 뻘밭이 돼 있었고 물을 사기 위해 인근 편의점에 갔는데 폭우 영향으로 기계가 고장 나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자를 받고 전자제품과 중요한 물건을 챙겨서 체육관에서 잠을 잤다. 이제 다시 가서 정리해야 한다. 다음 주가 면접인데 책들이나 준비 자료들이 다 젖은 것 같아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신대방1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저녁에 출근해서 사무소에 있다가 수방하러 다녔다"며 "도림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했고, 체육관에 오신 주민들을 위해 물과 담요 등을 준비해드렸다. 비가 계속 온다고 해서 운영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대방동에서 서원동 방향으로 도림천을 따라가면 서울 관악경찰서 관악산지구대가 있다. 비교적 지대가 높은 편이라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피해는 적었지만, 도림천이 범람해 지구대 안까지 물이 들어왔었다고 한다. 피해 신고 역시 평소보다 2배는 많았다.
관악산지구대 관계자는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가 평소보다 2배는 많았다. 보통 1개팀이 야간에 근무하는데 1개팀이 지원해 총 25명이 근무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인근 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택시가 깔렸다고 한다. 구조를 벌여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6시 기준 전날부터 지속된 호우로 5명이 사망했고 4명이 실종됐다. 동작구에서는 쓰러진 가로수를 정리하던 작업자가 감전되며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관악구는 침수된 반지하 주택에서 익수로 3명이 숨졌다.
이재민은 107세대, 163명 발생했으며 102세대와 155명이 아직 귀가하지 못한 채 학교와 체육관 등에 머물고 있다. 시설피해는 공공시설 48건과 사유시설 751건 등이다. 현재 서울·인천·경기·강원 일부 지역은 호우경보가, 강원 일부와 충남 지역은 호우주의보가 발령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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