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냐 퇴로찾기냐…‘만 5세 입학’ 대치전선 격화
입력: 2022.08.06 00:00 / 수정: 2022.08.06 00:00

전문가 “학제개편, 몇 개월 공론화로 결정할 것 아냐”

교육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에 대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공론화 절차를 거치겠다고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느닷없이 발표된 학제개편안에 각계 반발은 커지며 정책 철회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만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에서 폭염 속 집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교육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에 대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공론화 절차를 거치겠다고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느닷없이 발표된 학제개편안에 각계 반발은 커지며 정책 철회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만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에서 폭염 속 집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더팩트ㅣ안정호 기자] 교육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에 대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공론화 절차를 거치겠다고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느닷없이 발표된 학제개편안에 각계 반발은 커지며 정책 철회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교육부가 제시한 연내 공론화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이해당사자인 학부모와 교육계는 이번 정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먼저 학부모·교육단체 등 40여개 단체로 구성된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단체는 5일 총력 집회를 열고 20만 명이 넘는 추진 반대 서명과 아이들이 쓴 편지를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범국민연대는 학제개편안이 철회될 때까지 1인 시위와 대규모 집회, 서명운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간담회와 토론회도 이어졌다. 교육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날 오전 ‘영유아 학부모 긴급 간담회’를 진행하고 학부모들의 입장을 들었다. 참석자들은 교육부의 갑작스런 정책 발표와 장·차관의 의견 혼선 등을 지적하며 취학연령 하향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오후에는 31개 교육·시민단체와 야당 의원들의 공동 주최로 ‘조기입학 반대 긴급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사진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학부모들이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회의실에서 만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개편안에 대한 영유아 학부모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한 학부모가 발언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뉴시스
사진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학부모들이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회의실에서 만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개편안에 대한 영유아 학부모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한 학부모가 발언하던 중 울먹이고 있다./뉴시스

갑작스런 정책 발표로 혼란을 야기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부는 유·초·중등 교육 전반을 재구성하는 중차대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여론 수렴은커녕 이를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시도교육청과도 상의도 하지 않았다"면서 "이 정책을 현실화하려면 법 개정이 필수임에도 국회의 의중을 묻는 노력조차 없었다"고 비판하며 박 부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학제개편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며 지난 1일 오후 약식 브리핑을 열고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보일 것 같던 박 부총리는 이후 연일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있다.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부모 간담회를 공개한 박 부총리는 간담회 발언 이후 기자들의 공식 질문을 받지 않았다.

또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박 부총리가 발표한 2학기 방역 및 학사운영방안 브리핑에서도 사전에 기자단에게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들은 박 부총리를 따라가면서 "왜 학제개편안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나"는 질문에 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던 박 부총리는 신발이 벗겨지기도 했다.

사진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학 방역·학사 관련 대학총장 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사진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학 방역·학사 관련 대학총장 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대통령실은 이번 정책의 백지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박 부총리에 대해 이번 혼란의 책임을 넘기기도 했다. 5일 갤럽 조사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4%로 급감한 이유로 '만 5세 입학'이 꼽히면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4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국민들이 반대하거나 부정적이면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국민들이 바라지 않는 정책은 시행될 수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소통에 서툴렀던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취학연령 하향 정책에 대해 이해당사자인 학부모·교육계와 교육부 간의 협의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취학연령 하향 정책을 몇 개월 정도 공론화를 거쳐 결정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영유아를 키우는 학부모들 입장에서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합의점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젠다를 설정하기 전에 논쟁이 되면 수용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대통령과 장관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발표해버리니 더 충격이 큰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학부모 98%가 반대하는데 합의가 될 수 있겠나"라면서 "교육부의 (취학연령 하향 정책이) 정권에 부담을 주고 있으니 (교육부에서도) 물러서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기 입학 활성화 프로그램이나 유보통합 등의 정책 변화를 (대안으로) 가져올 수 있겠지만 취학연령 하향을 강행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vividoc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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