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했지만 회의록은 없다?…'경찰국 신설' 자문위 논란
입력: 2022.08.04 00:00 / 수정: 2022.08.04 00:00

한 달여 회의 후 권고안 발표…"기록 대상 아냐" vs "졸속추진 증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경찰국 입구에서 첫 업무일을 맞은 직원들 격려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경찰국 입구에서 첫 업무일을 맞은 직원들 격려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이 출범한 가운데, 경찰국 신설을 권고한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공식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다. 한 달여 동안 네 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회의록은커녕 보고서나 안건 자료 등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3일 "관련 법령상 회의록 의무 작성 대상이 아니다"라며 추가 해명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위법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같은 법령을 놓고도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취임 첫날인 5월13일 행안부 간부들에게 가장 먼저 ‘경찰 민주적 통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곧바로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꾸려졌고 한창섭 행안부 차관과 황정근 변호사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행안부·경찰청 소속 공무원 3명과 행안부 정책자문위원 6명도 참여했다.

자문위 첫 회의는 이 장관 취임 당일인 13일에 열렸다. 이후 네 차례 개선방안을 논의한 자문위는 6월21일 경찰국 신설과 소속청장 지휘규칙 제정 등을 담은 권고안을 내놨다. 이를 토대로 지난달 15일 직제안 완성, 26일 국무회의 통과 등을 거쳐 속전속결로 경찰국이 출범했다.

하지만 자문위의 회의 기록은 없다는 게 행안부의 입장이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1일 "자문위 회의와 관련된 발제 자료, 토론 자료, 회의록 등 사본을 달라"고 요구하자 행안부는 '관련 법령상 회의록 의무 작성 대상이 아니라서 기록이 없다’고 답했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18조 1항에는 ‘개별법 또는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심의회 등이 운영하는 회의’, ‘주요 정책의 심의 또는 의견조정을 목적으로 차관급 이상이 구성돼 운영하는 회의’는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개별법이나 특별법이 아닌 ‘행안부 장관 훈령’에 따라 자문위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작성 의무가 없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또 자문위 자체가 정책 수립을 위한 전문가 회의에 불과해 회의록 작성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문위 자체가 정책 수립을 위한 전문가 회의에 불과해 회의록 작성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윤석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 황정근 자문위원장, 한창섭 행안부 차관./뉴시스
자문위 자체가 정책 수립을 위한 전문가 회의에 불과해 회의록 작성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윤석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 황정근 자문위원장, 한창섭 행안부 차관./뉴시스

자문위에 참여한 정웅석 서경대 법학과 교수(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는 "회의는 위원들끼리 발제문을 다 공유하고 발표하면서 권고안에 대해 자문하는 방식이었다"라며 "찬반이라든가 안건에 대한 심의 의결이 아니고, 자문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회의록을 남기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가 정책의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는 논의인 만큼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단시간에 나온 권고안이 경찰국 신설로 이어졌는데, 단순 자문회의라고 해서 회의록이 없다는 건 ‘졸속 추진’에 대한 방증이라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여년 경찰의 역사를 변화시키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모든 논의과정을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며 "행안부가 세부적인 규정을 들면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업무추진의 정당성을 상실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관이 위원장인 자문회의이기 때문에 법령 위반 가능성도 있다"며 "관련 절차에 대해선 장관이 책임지고 해명해야 한다. 논의 과정에서 네 번의 회의로는 충분히 검토되지 못하는 사항이 있었고, 이런 것들을 가리기 위해 자료공개를 안 한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행안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네 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보고서나 토론 자료도 일절 안 남겼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향후 행안부 업무보고가 있고, 윤희근 경찰청장 청문회도 있으니 문제제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spes@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