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전격 '만 5세 입학'…학부모·교원 '싸늘'
입력: 2022.08.02 00:00 / 수정: 2022.08.02 00:00

학부모·교육계 “모두 황당”…“영유아 단계부터 사교육 부담”

교육부가 내놓은 ‘만5세 초등학교 입학’을 둘러싸고 교육계 안팎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사진은 36개 교원·학부모단체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교육부가 내놓은 ‘만5세 초등학교 입학’을 둘러싸고 교육계 안팎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사진은 36개 교원·학부모단체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더팩트ㅣ안정호 기자] 지난주 교육부가 내놓은 ‘만5세 초등학교 입학’을 둘러싸고 교육계 안팎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교육계 전반에서 유아 발달단계와 돌봄 체계를 도외시한 탁상행정이란 의견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교육부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현재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초·중등 교육과정 12년은 유지하되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1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2025년부터 조기입학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학제개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원, 공간 부족 문제에 출생일을 분기별로 나눠 단계적으로 학제를 앞당기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5학년도 초등학교 입학 연령인 2018년생(만6세)과 2019년 1~3월생이 동시에 입학한다. 2026학년도는 2019년 4~12월생(만 6세)과 2020년 1~6월생(만 5세)이 입학하는 형태로 4년 간 적응기를 거쳐 2029년 만5세가 되는 2023년생만 입학하는 방식이다. 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12년에 걸쳐 출생월별로 1개월씩 단계적으로 학제를 앞당기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논의 없던 ‘만 5세 입학’…"학부모·교육계 모두 황당"

교육부는 사회 양극화에 대한 원인 중 하나로 교육 격차를 꼽았다. 이에 입학 연령을 앞당겨 의무교육을 조기에 받음으로써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정 과제로 논의된 바 없고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발표했다는 점은 학제개편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학부모와 교원단체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

1일 오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36개 학부모·교원단체들로 구성된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입학연령을 낮추는 것은 대통령 공약에도 없었고 인수위의 논의도 없었고 교육계 내부의 논의나 요구도 없었다"면서 "이 소식을 들은 학부모와 교육계는 모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고 꼬집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이 정책은 그 어떤 토론이나 국민적 합의도 거치지 않고 날것으로 바로 발표됐다"며 "어떤 사전 작업도 없는 발표에 혹자는 윤석열 정부가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슈 몰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교육부가 중요한 교육정책 추진 시 교육 전문가인 현장 교원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해야 함에도 절차를 생략해 발생한 문제"라면서 "교원단체 등 교육계의 의견수렴을 전혀 거치지 않은 점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부총리는 같은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 안전원 앞에서 기자들에게 "오늘을 기점으로 해서 여러 단체와 만나고 최종적으로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올해 연말까지 초안을 마련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박순애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사진은 박순애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 "반대하는 사람은 많고 이득 보는 사람은 분명치 않아"

전문가들은 이번 학제개편에 대해 교육 격차를 해소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만 5세 시기 동급생 간 최대 15개월 차이가 날 경우 신체적·지적 능력의 차이가 크고 교육 양극화가 심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예를 들어) 2025학년도에 입학하는 2018년 1월생과 2019년 3월생은 15개월이 차이가 난다. 만 5~6세의 경우 아이들 간에 신체적 차이도 상당히 크다"면서 "일반적으로 신체적·지적 능력이 차이가 안나는 것이 이상한 것으로 부모들이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대하는 사람은 분명한데 이득을 보는 사람은 분명하지 않은 정책"이라면서 "부담이 늘어나는 초등교사들과 개체수가 줄어든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들과 관계자 등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군지 특정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조기 입학으로 조기 교육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잘된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간의 양극화 발생 우려가 있다"면서 "공교육에 들어오기만 하면 모든 학생이 평등한 교육으로 격차가 해소된다는 것은 안이한 기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사진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 ‘만 5세 입학’, 교원 89.1% "매우 반대"…"역대 정부 모두 실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전국의 유·초·중·고 교원 1만662명을 대상으로 학제개편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에 대해 전체 89.1%가 "매우 반대한다"라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교원들의 반대 이유로는 대다수인 82.2%가 "아동의 정서 등 발달단계와 교육과정 난이도 등을 전혀 고려치 않았다"고 답했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장시간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만 5세 아이들의 발달단계를 무시한 채 취학한다면 아이들은 이른 학업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학부모는 영유아 단계에서부터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을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교육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취학연령 만 5세 하향 학제 개편 방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만 5세는 학습보다는 정서적 발달과 사회성 함양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면서 "역대 정부들에서도 조기 입학을 추진했으나 실효성과 타당성은 물론 교육 현장과 조체의 의견 불일치로 모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vividoc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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