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만에 최종안…'속전속결' 경찰국 탄생의 기록
입력: 2022.08.01 00:00 / 수정: 2022.08.01 00:00

이상민 장관 취임일성 "경찰 통제"…2일 본격 출범

32년 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내무부 치안본부’ 회귀 논란을 일으킨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오는 8월 2일 출범한다. 이제 경찰은 중요 정책을 수립할 때마다 행안부 장관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사진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 참석하는 모습./이동률 기자
32년 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내무부 치안본부’ 회귀 논란을 일으킨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오는 8월 2일 출범한다. 이제 경찰은 중요 정책을 수립할 때마다 행안부 장관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사진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 참석하는 모습./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지금의 민주경찰은 목숨 건 민주화 투쟁으로 이루게 된 가치입니다. 졸속 행정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서 되겠습니까."(류삼영 총경, 지난달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 후 브리핑)

32년 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내무부 치안본부' 회귀 논란을 일으킨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2일 출범한다. 이제 경찰은 중요 정책을 수립할 때마다 행안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 정부가 절차적 위법 논란 속에 '속전속결'로 추진했다는 비판이 크다. 하지만 그간 경찰 개혁 논의에 무심한 태도를 보여온 야당 역시 책임을 면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다만 앞으로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다음 시선은 ‘경찰제도발전위원회’에 쏠린다. 경찰의 제도개선을 위해 입법이 필요한 사항들을 논의하겠다며 또 신설된 국무총리 소속 민관 합동기구다. 정부는 경찰대와 국가경찰위원회 등을 우선 개혁대상으로 지목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경찰국 신설 등에 반대하고 나선 이소진 경찰청 직협 회장, 충북 청주 흥덕서 소속 직협 경찰관, 민관기 흥덕서 직협 회장, 전국 경찰서장들의 모습./주현웅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경찰국 신설 등에 반대하고 나선 이소진 경찰청 직협 회장, 충북 청주 흥덕서 소속 직협 경찰관, 민관기 흥덕서 직협 회장, 전국 경찰서장들의 모습./주현웅 기자

◆전격적 도입…'5월 13일' 이전에 무슨 일이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논란 초반으로 시간을 되돌려보면 작전을 수행하는 듯한 속도감이 느껴진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 5월 13일 부처 간부들에게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 마련'을 지시하고 본인 직속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를 꾸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은 이 장관 취임 첫날이다. 자문위는 출범 당일 첫 회의를 열었다. 자문위 구성원과 논의 안건이 취임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정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에서 '순경 출신 고위직 승진 확대' 등을 공약한 적은 있지만, 정부의 경찰 통제는 언급한 적이 없었다.

이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부터 행안부의 경찰 통제를 검토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5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이에 대응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룡경찰 견제'의 돚을 올린 경찰국은 속전속결로 달렸다. 이 장관 취임 꼭 40일 만인 6월 21일 자문위는 4차례 회의한 결과라며 '경찰국 신설'과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 등 소속청장 지휘규칙 제정' 등을 뼈대로 한 경찰제도개선 최종 권고안을 내놓았다.

그사이 시민사회는 물론 전국의 경찰직장협의회(직협) 소속 경찰관들이 기자회견과 1인 시위 등에 나서 반대했지만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행안부는 사실상 정해진 수순에 따라 권고안을 전부 받아들였고, 김창룡 당시 경찰청장은 그달 27일 사의 표명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관련 정부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맞은편 경찰기념공원에 시민들과 경찰들이 보낸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이새롬 기자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관련 정부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맞은편 경찰기념공원에 시민들과 경찰들이 보낸 근조 화환이 놓여 있다./이새롬 기자

◆ 꼭 경찰국이어야 하나…대안 논의는 외면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쪽에선 '경찰의 독립·중립성 훼손'을 줄곧 우려했다. 그러나 이는 아직 주장일 뿐 실제로 어떨지는 지켜봐야 한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의 일부 선진국도 내무부 등 정부부처가 경찰을 직접 통제한다.

오히려 경찰국을 통해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의 경찰 밀실 인사를 비교적 투명화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도 꼽힌다. 무엇보다 검찰의 수사권 축소에 따른 경찰 견제 필요성은 여야의 공통된 입장이기도 했다.

다만 이번 경찰국 출범의 경우 실효성과 대안을 따져볼 기회도 없이 급히 추진돼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는 옳고그름을 떠나 장기간 사회적으로 토론한 역사가 있지만 정부부처의 경찰 직접 통제는 논의의 수준이 일천했다. 또 법 개정을 우회해 시행령으로 이행했다는 점에서 정부 스스로 '경찰 장악 시도'란 세간의 의심을 야기한 측면이 크다는 비판이 따른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할 정황들은 곳곳에서 보인다. 소속청장 지휘규칙 제정안 '제2조3항5호'는 포괄적인 내용으로 장관의 개입 여지를 열어뒀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경찰 중요 정책의 수립 및 시행에 필요하다고 인정해 장관이 요청하는 사항'을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류삼영 총경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하다 대기발령 조치된 일도 한 예다. 이 장관이 해당 회의를 '12·12쿠데타'에 비유하는 발언까지 이어지며, 경찰국 반대 의견에 귀를 열어두기보단 신속한 출범에 매달렸다는 인상을 남겼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이끈 류삼영 총경에 대한 징계 철회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사퇴 등을 요구하며 경찰청에 항의 방문했다.(왼쪽부터)최기상, 오영환, 천준호, 김교흥, 이해식 의원./주현웅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이끈 류삼영 총경에 대한 징계 철회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사퇴 등을 요구하며 경찰청에 항의 방문했다.(왼쪽부터)최기상, 오영환, 천준호, 김교흥, 이해식 의원./주현웅 기자

◆ 추가 개혁 조치 예고언제 끝날지 모를 후폭풍

오는 2일 경찰국 출범 이후 갈등은 더 확대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행안부의 강대강 대치가 예고됐다. 민주당은 시행령을 통한 경찰국 신설 등이 위법한지를 따져보기 위해 법률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이 장관 해임건의안도 제출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처장은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법률로 정해서 위임하지 않은 사무를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건 헌법 제75조의 포괄적 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직인 이완규 법제처장은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히려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을 지휘·통제하지 못하는 게 민주적 통제란 헌법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경찰국은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권을 명시한 정부조직법과 경찰공무원법 등에 따라 신설이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행안부는 경찰 제도개선안을 추가로 만들 방침이다. 당장 이 장관이 경찰대 개혁을 전면에 내세워 쟁점으로 떠오른다. 다음 달 신설되는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에서는 그간 경찰국의 대안으로 거론돼 온 국가경찰위원회 개선안도 논의한다.

앞으로 경찰이 주요 수사를 벌일 때마다 공정성 논란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소환조사와 압수수색이 늦다고 수사 책임자를 질책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된 것도 예다.

한편 행안부는 경찰국 초대 국장으로 비경찰대 출신인 김순호 경찰청 안보수사국장(치안감)을 임명했다. 그는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준비단장이기도 하다. 오는 1일에는 총경급인 경찰국 과장급 인사가 예정됐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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