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리는 '블랙리스트' 수사 …통일·과기부 다음 과녁은
입력: 2022.07.31 00:00 / 수정: 2022.07.31 00:00

환경부·산업부에 이어…문재인 청와대 윗선 정조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인사권 남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통일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를 압수수색하며 범위를 전방위로 확대했다. /이덕인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인사권 남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통일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를 압수수색하며 범위를 전방위로 확대했다. /이덕인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인사권 남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통일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를 압수수색하며 범위를 전방위로 확대했다. 수사의 칼끝은 본격적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윗선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 과기부 사무실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사무실, 과기부 산하 기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통일부 산하 기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을 압수수색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지난 2019년 1월과 4~6월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산업부 압박을 받아 산하 기관장들이 사표를 냈다며 백운규 전 장관과 이인호 전 차관 등 5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다.

2018년 12월 환경부 사건으로 김은경 전 장관 등을 고발한 한국당은 환경부와 산업부에 이어 2019년 3월 국무총리실과 통일부, 과기부, 교육부 등에도 산하 기관장 부당한 사퇴 압박이 있었다며 서울동부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당시 한국당은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영민 전 과기부 장관(전 대통령비서실장),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관련 부처 차관급 공무원 등을 고발장에 피의자로 적었다.

조명균 전 장관 등은 2017년 7~8월 임기를 1년 남긴 손광주 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에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유영민 전 장관 등은 임기철 전 KISTEP 원장에 과기부 혁신본부장 등이 사퇴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감사하겠다고 압박했다는 의혹이 있다.

검찰은 2019년 손광주 전 이사장과 교육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전직 이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임기철 전 원장도 같은 해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산업부와 통일부, 과기부 등 사건은 캐비닛 안에 잠들었다.

검찰은 지난 1월27일 환경부 사건 김은경 전 장관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되면서 인사권 남용 사건의 직권남용 법리를 정리했고, 지난 3월 산업부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검찰은 그동안 산업부 사건에 집중해왔다. 산업부 관계자 조사에 이어 백 전 장관의 한양대 사무실과 자택 압수수색을 벌이고 지난달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법원은 "혐의에 대체적인 소명이 이뤄졌다"면서도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번 압수수색을 놓고 산업부에 주력하던 검찰이 지휘 라인 교체 후 다른 부처로 범위를 확대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있다. 최근 서울동부지검 임관혁 신임 검사장 취임과 전무곤 차장검사 및 형사6부 서현욱 부장검사 임명으로 수사 지휘 라인은 대거 교체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27일 통일부와 과기부를 압수수색하며 "산업부 사건과 관련해 시기와 성격이 유사한 사건을 함께 처리하기 위해 통상의 절차에 따라 필요한 범위에 한정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산업부 사건을 마무리 짓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부처로 범위를 확대한 것을 놓고 청와대 윗선 수사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범위를 확대해 각 부처 산하 기관장 사퇴 과정에서 공통된 청와대 개입 여부 규명에 집중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현재 검찰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수사 대상으로 올린 상태다. 박 의원뿐만 아니라 김우호 전 인사비서관과 조현옥 전 인사수석까지 수사 범위를 넓힐 가능성도 나온다.

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일반적으로 봐도 한 명의 피의자가 여러 업체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면 일괄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동일한 피의자의 범행이라며 함께 처리하는 것이 절차상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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