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든 진보든 소극적"…실질화 때 놓친 국가경찰위
입력: 2022.07.28 00:00 / 수정: 2022.07.28 08:27

행안부의 경찰국 통한 경찰 통제…사실상 경찰위 '패싱' 위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는 내용의 경찰제도 개선방안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는 내용의 경찰제도 개선방안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이 신설되면서 국가경찰사무를 심의·의결하는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가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됐다. 2020년 검경수사권 조정을 이뤘지만, 정치권과 경찰은 실질화에 소극적이었고 결국 행안부 직접 통제라는 결과를 마주하게 됐다.

국가경찰위원회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에 따라 인사와 예산, 장비, 통신 등 주요정책 및 업무 발전에 관한 사항인 국가경찰사무를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운영된다.

1991년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해 경찰법이 제정되면서 내무부(현 행안부)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승격되면서 경찰위도 함께 만들어졌다.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등을 계기로 경찰청이 외청으로 독립됐고, 경찰위는 경찰 감시 기구로 만들어졌다.

경찰위 도입 논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오래됐다. 이승만 정부 시절 경찰이 정치권과 결탁한 사례가 많았고, 이에 반대급부로 1960년 6월 3차 개헌에서 '중립성 보장을 위해 필요한 기구'를 정부조직법에 규정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이 신설됐다. 공안위원회 제도 도입도 법률에 명문화됐다.

그러나 1961년 5·16 군사 정변으로 5차 개헌에서 해당 조항들이 삭제됐다. 그러다 민주화 이후인 1988년 경찰의 중립성을 확보를 위해 야권은 경찰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1990년 노태우 정부는 야3당안이 아닌 정부안으로 발의했고, 여당은 이를 단독으로 처리해 현행 경찰법이 제정됐다.

경찰위는 위원 구성부터 아쉬움이 있다. 경찰법상 경찰위 구성은 위원장 1명을 포함한 3년 임기의 7명으로 꾸려진다. 위원장 및 5명 위원은 비상임으로 1명은 상임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어 정권 입김에 취약하다.

실질적 권한 역시 부재하다. 경찰 조직을 감시하는 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인사·지휘 등 권한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경찰청장 인선의 경우 경찰위는 내정자를 '동의'만 하는 역할을 할뿐이다. 추천 과정부터 개입하지 않아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위원회 구성과 성격이 달라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조직 소속과 성격 자체가 행안부 소속의 '자문 기구' 역할로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일본에서 경찰을 관리·감독하는 국가공안위원회가 국무총리 소속인 것과 비교된다.

그동안 경찰위 실질화 논의는 나왔지만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오르지 못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출범한 경찰개혁위원회가 경찰위 권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현실화하지 못했다. 국회에 개정안이 올라오기는 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경찰 조직을 감시하는 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인사·지휘 등 권한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경찰위는 경찰청장 인선의 경우 경찰위는 내정자를 동의만 하는 역할을 할뿐이다. /이동률 기자
경찰 조직을 감시하는 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인사·지휘 등 권한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경찰위는 경찰청장 인선의 경우 경찰위는 내정자를 '동의'만 하는 역할을 할뿐이다. /이동률 기자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당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경찰위에 경찰청장 추천권을 부여하는 경찰법 개정안이 올라왔다. 경찰위원장 지휘를 받는 감사관을 청장 밑에 두고 소속 기관을 감사·감찰하는 내용도 담았다. 해당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듬해 3월에는 진선미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경찰위를 국무총리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으로 해 경찰청을 관리·감독하고, 민주성 제고를 위해 위원회 구성 방법을 바꾸는 실질화 제도를 정비하는 개정안이 제출됐다. 해당 법안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관련 개정안이 올라오기는 했으나 입법 절차는 더디다. 경찰 내부에서는 당시 정치권에서 법안을 발의했으나 적극성이 없었던 탓이라고 본다. 일단 누구든 정권을 잡으면 경찰을 직접 통제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행안부가 내놓은 경찰 통제 방안도 경찰법상 경찰위를 통한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정부의 직접 통제를 꾀하는 구조다. 장관의 업무 지원 목적으로 다음 달 2일부터 경찰국을 운영하겠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비대해진 경찰 조직의 권한 분산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한 총경은 "보수든 진보든 정권을 잡으면 경찰을 맘대로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국회 논의가 미온적이었던 탓에 결국 경찰위 실질화를 이뤄내지 못한 것"이라며 "국가경찰위 입법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석좌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처럼 경찰위도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해 독립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며 "인사 등 권한을 줘야 경찰을 중립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결국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봤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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