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되고 경찰은 안 된다?…'검로경불' 논란 확산
입력: 2022.07.26 05:00 / 수정: 2022.07.26 09:38

"평검사회의는 정당-총경회의는 쿠데타"…되레 직권남용 소지 지적도

경찰청이 지난 23일 경찰국 신설 등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급 회의를 이끈 류삼영 총경(사진·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주현웅 기자
경찰청이 지난 23일 '경찰국 신설' 등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급 회의를 이끈 류삼영 총경(사진·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주현웅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 지휘부가 전국 총경회의를 '하나회의 12.12 쿠데타', '형사범죄'등으로 언급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자 '검로경불(검찰이 하면 로맨스 경찰이 하면 불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우선 이같은 '엄정 조치' 배경에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 참석자들이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는 법리적 주장이 깔려있다. 경찰청장이 해산명령을 내렸는데도 듣지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입장문을 통해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를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경찰 내에서는 경찰서장들이 휴일·연가 상태에서 진행한 회의가 직무 범위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청장의 해산명령도 효력이 없다고 반박한다.

특히 '검찰은 되고 경찰은 안 된다'는 '검로경불' 논리에 경찰 내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일선 경찰들은 이른바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찰의 검사장·부장검사·평검사 회의나 '사법농단' 파동 때 법관들의 전국법관회의와 형평성을 따진다. 당시도 '집단행동' 논란이 있었지만 대기발령 등 불이익 조치는 없었다. 서울 한 경찰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보다 더욱 중립성을 요구하는 검찰도 법무부 검찰국이 있다며 경찰국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검찰은 평검사 회의를 하는데 경찰은 하면 안 되는 것인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의힘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검사와 경찰은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하지만 이같은 견해는 아직 합의된 이론이 아니다. 헌법기관은 법원과 법관,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에 근거해 설치되는 기관을 말하지만 검사는 헌법 12조 3항 영장청구권 부분 정도에 언급될 뿐이기 때문이다.

행안부도 검찰과 경찰의 경우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행안부는 입장문을 통해 "평검사회의는 금지나 해산 명령이 없었고 소속 검찰청 의사전달 역할만을 수행했으나, (경찰서장회의는) 강제력·물리력을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지역 치안 책임자들이 이탈해 모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총경들이 휴무 상태에서 벌인 활동에 내린 금지·해산명령 자체가 부당한데다 조직 수장의 허가 여부에 따라 활동의 적법성이 좌우될 수 없다는 반론도 적지않다. 회의를 열었지만 지역 치안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여권 일각에서는 경찰서장의 위수지역 이탈 지적도 하지만 위수지역 개념은 군에서도 2019년 폐지됐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지난 23일 열린 전국경찰서장회의(총경회의)를 놓고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해산명령을 내렸는데도, 정면으로 위반해 각 위수지역을 비워놓고 모였다며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부적절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동률 기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며 지난 23일 열린 전국경찰서장회의(총경회의)를 놓고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해산명령을 내렸는데도, 정면으로 위반해 각 위수지역을 비워놓고 모였다며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부적절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동률 기자

오히려 경찰청장의 해산명령은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관외 여행을 하고 근무지를 이탈한다는 신고 절차를 거쳤다"며 "직무라면 공권력을 행사하거나 행정에 관한 중대 결정을 하는 행위 등이 돼야 하는데 관외 여행 신청 후 세미나 하고 있는 사람한테 어떻게 직무 명령을 내릴 수 있나. 그건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류 총경 인사조치에 장관이 개입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장관이 개별 업무에서 벗어나 총경 회의를 놓고 압박을 줬다면 위법한 지시라는 주장이다. 다만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직권남용 여부를 따지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총경 회의를 특별한 이유 없이 제한한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나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라며 "류 총경이 윤 후보자 통화한 내용(면담 예정)을 고려할 때 청장 후보자 윗선에서 지시를 내렸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행안부는 경찰을 군대 조직으로 바라보는 것 같은데, 경찰은 군과 다르다. 경찰서장급은 실무자가 아닌 관리자급으로 정당한 절차를 거쳐 논의하는 것을 금지한다면 법적인 상황을 떠나 상식 수준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며 "법률적으로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고 본다"라고 봤다.

총경 회의가 헌법상 민주주의 가치에 부합해 바람직하다면서도 행안부 장관이나 윤 후보자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 권력에 비판·저항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의견을 수렴하는 회의로 국가공무원법상 '복종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교수는 직권남용죄 여부를 따지는 것은 다른 영역이라고 본다. 그는 "류 총경 인사 조치를 놓고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이 장관은 정부조직법 등으로 (인사) 권한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하며 그렇다면 판례상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어려워 혐의 적용이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25일 오후 직권남용과 정부조직법 위반, 경찰법 위반 혐의로 이 장관과 윤 후보자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사세행은 "류 총경에 보복성 인사조치를 강행해 불이익을 줬으므로 직권남용죄 죄책을 지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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