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당일 이례적 조치…"윤희근 후보자 의사 아닐 것"
경찰청이 23일 ‘경찰국 신설’ 등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급 회의를 이끈 류삼영 총경(사진·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주현웅 기자 |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경찰청이 ‘경찰국 신설’ 등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급 회의를 이끈 류삼영 총경(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다만 류 총경은 "오히려 잘됐다"며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 부당성을 입증할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날 류 총경을 다음날부로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로 옮기도록 하되 대기를 명령했다.
류 총경이 있는 울산 중부경찰서 서장에는 황덕구 울산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을 임명했다.
류 총경은 이날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경찰의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처음 제안한 인물이다.
이번 총경급 회의에는 전국의 경찰서장 50여 명이 직접 참석했다. 온라인으로도 약 150명이 참여했다. 지지의 뜻을 밝히며 무궁화 화분을 보낸 경찰서장도 약 350명에 달했다. 전국의 경찰서장은 600명 정도다.
경찰청은 류 총경을 다음날부로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로 옮기도록 하되 대기를 명령했다. 류 총경이 있는 울산 중부경찰서 서장에는 황덕구 울산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을 임명했다. |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등 경찰 지휘부는 회의 전부터 이메일을 보내 총경급 결집을 만류했다. 회의 당일에도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는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며 참석자들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류 총경에 대한 이번 인사는 ‘경찰청장’ 명의의 공문으로 전달됐다. 인사 조치가 회의 당일 곧바로 이뤄지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총경급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현재 윤희근 후보자는 경찰청장 후보자일뿐 경찰청장은 공석인 상황"이라며 "무슨 근거로 이 같은 조치가 이뤄졌는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류 총경 외에도 징계를 당할 경찰서장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총경급 회의에 참석한 이들 전부 각오한 상황이라지만 당일에 인사발령에 대단히 당혹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류 총경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차라리 잘됐고, 기쁘다"며 "경찰 인사권을 행안부 장관이 쥐면 상식 밖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이전부터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인사조치는 이를 방증하는 사례"라며 "청장 후보자의 의사가 아닐 것으로 예상한다. 민주주의의 위기다"라고 주장했다.
총경급 회의 참석자 중 인사 조치된 경찰관은 아직은 류 총경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날 총경급 회의에서 경찰서장들은 ‘경찰국 신설’ 등을 놓고 법 위반 소지와 함께 의견수렴 절차도 미흡했다며 재논의를 촉구했다.
류 총경은 회의 직후 "경찰의 책임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본청 지휘부와 현장 경찰이 앞으로 머리를 맞대고 심도깊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chesco12@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