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반주도 부담"…고물가에 흔들리는 인력 시장
입력: 2022.07.22 05:00 / 수정: 2022.07.22 05:00

새벽 인력사무소 가보니…건설현장 셧다운 사례 증가

5일 오전 5시쯤 서울 구로구 한 인력사무소 인근에서 현장으로 이동하기 전 노동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최의종 기자
5일 오전 5시쯤 서울 구로구 한 인력사무소 인근에서 현장으로 이동하기 전 노동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최의종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아예 전부 멈춰 세운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비행기가 없어서 동포들 인건비는 물론이고요, 무엇보다 자잿값이 올라가는데 감당할 수 없으니까요."

새벽비가 내리던 21일 오전 5시쯤, 서울 구로구 한 인력사무소에서 일하는 김모(48) 씨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인건비와 자잿값 급등으로 건설 현장 셧다운이 반복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 급등이 건설 원자잿값 상승에 영향을 준 탓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투자 디플레이터는 전년동기대비 10.4% 상승했다. 건설투자 디플레이터는 외부요인을 제거한 실질 건설물가 상승률이다. 건설투자 디플레이터가 증가한 원인은 건설비에 반영된 인건비와 자잿값 급등이다.

지역 특성상 인력사무소를 찾는 일용직 노동자 대부분 중국 동포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항공편이 여의치 않아, 이전보다 모여드는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인력사무소의 설명이다. 한 번에 넘어올 수 있는 항공편도 가격이 올라가 다른 경로로 우회해서 온다고 한다.

인력사무소를 찾은 노동자들은 건설 현장 셧다운에 걱정이 크다. 현장 업무에 따라 11만~25만원 일당을 받기는 하지만 언제 셧다운이 될지 몰라 걱정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최근 고물가로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경제적 어려움을 피부로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5일 오전 5시쯤 서울 구로구 한 인력사무소 인근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여있다. /최의종 기자
5일 오전 5시쯤 서울 구로구 한 인력사무소 인근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여있다. /최의종 기자

15년 경력의 A(54) 씨는 "워낙 원자잿값이 오르고 인건비도 감당이 안 돼 일을 하지 않는 현장이 많다"며 "코로나19에 이어 물가도 올라 현장에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일 끝나고 반주를 해도 돈이 적잖이 든다"라고 말했다.

2014년부터 일했다는 B(53) 씨는 최근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면서 속앓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벌어들이는 돈과 나가는 돈이 맞지 않고 부족하다"며 "둔촌동을 비롯해 중단된 현장이 많다. 5시 전에 나오면 그래도 일자리는 구할 수 있지만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물가 상승으로 인력 시장이 흔들리면서 그 피해는 나이 많은 노동자가 가장 크게 입는다. 60대 중반 이상은 선호하지 않는 시장 특성상 노령층은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3년째 일하고 있는 C(64) 씨는 최근 사무소를 찾아도 헛걸음이 잦다.

그는 "나이가 많아 현장에서 잘 받아주지 않는다"며 "현장 특성상 젊고 잘하는 친구가 오래 일하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지만, 나같이 나이가 많으면 그날 자리가 없을 경우 제일 먼저 '아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가 비숙련 노동자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건설 경기가 침체하면 비숙련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볼 수 있고, 결국 저소득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부는 수도권 교통 인프라 확충 등으로 건설 경기 활성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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