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절벽' 되나...수도권 반도체학과 증원 파장
입력: 2022.07.20 00:00 / 수정: 2022.07.20 00:00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지역 무관’ 허용…“지방대, 고사 위기 내몰릴 것”

정부가 반도체학과 학부 정원을 1300명가량 증원하는 형태의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내놓으면서 수도권 대학의 증원이 가능해졌다. 사진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오후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반도체학과 학부 정원을 1300명가량 증원하는 형태의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내놓으면서 수도권 대학의 증원이 가능해졌다. 사진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오후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더팩트ㅣ안정호 기자] 정부가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반도체학과 학부 정원이 1300명가량 늘어나는 형태의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내놓았다. 이로써 비수도권 대학은 우려하던 지역인재 유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직격탄’을 맞게됐다.

정부는 19일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수도권을 포함해 지역에 상관없이 정원 확대를 허용하는 것을 뼈대로 한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학과 학부 정원 증원이 현실화된 가운데 정부는 지방대에 수도권 대학보다 재정지원을 강화한다는 ‘당근’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분 없이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면 결국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는 수도권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지방대 소멸' 가능성에 지속적으로 수도권 정원 규제 완화를 철회를 외치던 비수도권 대학들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날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방대는 당연히 수도권대보다 여러 측면에서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재정지원 측면에서 지방대에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지금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이 상당 부분 지방대학을 위한 재정지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8일 박 부총리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던 비수도권 7개 권역 127개 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은 교육재정을 확대하는 것과 수도권 대학의 인원을 늘리겠다는 것을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지방대학 총장들이 지난 8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반도체 인력 양성 관련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지방대학 시대를 일관성 있게 실천하라는 피켓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뉴시스
지방대학 총장들이 지난 8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반도체 인력 양성 관련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지방대학 시대를 일관성 있게 실천하라'는 피켓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뉴시스

비수도권 대학들은 정부발 인재 양성 방안이 나온 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총장협의회 연합은 이날 오후 회의를 진행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앞서 총장협의회는 지난 7일 입장문을 통해 "수도권 대학 정원의 총량규제는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에 대한 가장 확실한 방어책이자 최후의 보루"라면서 "지방대학 시대를 표방한 정부의 행정부처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 증원을 언명하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며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인재 양성방안이 발표된 후 전북지역대학교 총장협의회장인 박맹수 원광대 총장은 "반도체 관련 산업기반의 91%가 수도권에 있다"면서 "지역 구분 없이 반도체학과 정원을 증원해도 기업체들은 결국 기반이 있는 수도권으로 가지 않겠나. 결국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은 기반이 있는 수도권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이)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는 대안 없이 추진되면 지금도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대학 전체를 산업체 논리로 좌지우지한다면 대학이 황폐화될 것이고 지방대는 결국 고사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수도권 대학들의 반발에대책 마련을 위해 지방대학발전 특별협의체를 만들어 지방대 지원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칫 미봉책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총장은 "정부가 내놓은 인재 양성방안이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담기지 않은 한 특별협의체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수도권 반도체 학과 정원 증원 반대' 대정부건의안을 교육위원회 안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박병영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방 소멸 현상을 억제하고 국가의 균형발전이 가능하려면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반도체 등 첨단산업 관련 인력양성이 선행적으로 추진돼야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함께 상생해 발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vividoc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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