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출국대기실 직원들의 한숨…희미해진 고용보장의 꿈
민간 항공사들이 운영 중인 인천공항 출국대기실을 다음 달부터 법무부가 직접 운영·관리하게 됐으나 과정이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현 직원들은 좀처럼 불편한 심경을 못 감추고 있다. 고용보장 촉구 집회를 연일 벌이면서도, 뒤돌아서면 서로 일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장 법무부를 상대로 한 ‘부당해고’ 소송을 준비 중이다./더팩트DB |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이러려고 법 개정했습니까. 무엇이 공정이며 원칙입니까."
민간 항공사들이 운영 중인 인천공항 출국대기실(옛 송환대기실)을 다음 달부터 법무부가 직접 운영·관리하게 됐으나 과정이 순탄치 않다.
고용승계 대신 공개채용 방침이 정해지며 현 직원들은 착잡하다. 고용보장 촉구 집회를 연일 벌이면서도, 뒤돌아서면 서로 일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장 법무부를 상대로 한 ‘부당해고’ 소송을 준비 중이다.
17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공항은 최근 출국대기실 직원 공개채용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 1차 전형은 마무리돼 마지막 면접 과정을 앞둔 상황이지만 응시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이번 채용은 충원 목적이 아니다. 그동안의 근로계약은 ‘없던 셈’ 치고 다시 15명을 뽑는 절차다. 문제는 출국대기실에서 현재까지 수년 동안 일하고 있는 직원이 40여 명이라는 점이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동료를 떨어트려야 본인이 계속 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발단은 지난해 7월 개정된 출입국관리법이다. 민간 항공사연합회(AOC)가 운영·관리 중인 출국대기실을 다음달 18일부터 법무부가 직접 맡는 게 개정의 핵심이다. 출국대기실 직원들이 강제 출국을 기다리는 외국인 승객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사고가 벌어져도 책임질 주체가 없다는 문제가 공론화하며 개정됐다.
하지만 법무부의 책임 대상에 기존 출국대기실 노동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예산 등을 이유로 15명만 고용하기로 했다. 또 현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새 인원은 전부 경쟁 채용한다고 정했다.
노동자들은 설움을 토로한다. 최근에는 돌연 리모델링을 하겠다며 휴식공간 등을 비우라는 법무부 통보를 받기도 했다. 항의 끝에 리모델링은 미뤄졌으나 잡음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법무부가 현재 직원들이 수행하는 업무 중 일부는 맡지 않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도 알려졌다.
법무부는 출국 대기자들의 입실 및 탑승구 이동을 돕는 일을 AOC에 남겨두려 하지만, AOC도 이를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AOC는 ‘이번 15명 채용에서 배제된 인원을 해당 업무에 투입하고, 인건비도 우리가 지원할 테니 관리 책임은 법무부가 맡으라’는 입장인데 법무부는 이 또한 부정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출국대기실의 한 직원은 "어느 쪽이든 노동자들 떠밀기에 바쁜 상황"이라며 "애초 법 개정이 논의됐던 배경은 새까맣게 잊은 채 정부도, 국회도, 공항도, 항공사도 일제히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직원의 고용 확대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출국대기실을 확장한 ‘출국대기소’ 설치를 논의하려고도 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방선거와 곧 있을 전당대회 등의 일정 때문으로 전해졌다.
출국대기실 직원들은 법무부를 상대로 한 부당해고 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고용주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에서다. 노동자의 계속근로 혹은 계약 갱신 기대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었던 만큼 승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고용보장 촉구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김혜진 출국대기실 팀장은 "동료들이 퇴직금을 모아서라도 소송에 적극 나서 정부의 부당해고를 입증하겠다"며 "긴 싸움이 되겠지만 공항에서의 투쟁도 계속 진행해 우리의 권리를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chesco12@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