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경찰국 부활…"행안부 지시 따라 수사하는 꼴"
입력: 2022.07.15 16:21 / 수정: 2022.07.15 16:21

일선 경찰들 반발 격화…전문가들도 독립성 훼손 우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는 내용의 경찰제도 개선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는 내용의 경찰제도 개선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경찰 중립성, 독립성 침해 논란이 일었던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이 확정됐다. 1991년 내무부(행안부 전신)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독립한 지 31년 만에 행안부 내 경찰 업무조직이 부활한 것이다.

그동안 집단행동을 벌이며 반발해왔던 일선 경찰들은 "참담한 심경"이라며 경찰국 철회를 위한 대응책 논의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정부조직법과 경찰청법 위반이라는 지적과 함께, 행안부의 밀어붙이기식 방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경찰국 내 3개과 설치·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찰국 신설을 핵심으로 한 '경찰제도 개선 방안' 최종안을 공개했다. 개선 방안은 국무회의 등을 거쳐 내달 2일부터 시행된다.

신설되는 경찰국에는 △총괄지원과 △인사지원과 △자치경찰지원과 등 3개 과가 설치되며 총 16명으로 구성된다. 경찰국 국장은 치안감이 맡고, 경찰공무원 12명과 일반직 공무원 4명이 배치된다.

행안부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규칙도 제정한다. 지휘규칙은 소속청의 중요 정책사항에 대한 승인, 사전보고 및 보고와 예산 중 중요사항 보고, 법령 질의 결과 제출 등을 정한다. 이밖에 경찰 인사 개선 및 인프라 확충,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설치 등 내용이 담겼다.

경찰 통제방안이 현실화하자 경찰 내부에서는 반발이 더욱 격화하는 분위기다./이동률 기자
경찰 통제방안이 현실화하자 경찰 내부에서는 반발이 더욱 격화하는 분위기다./이동률 기자

경찰 통제방안이 현실화하자 경찰 내부에서는 반발이 더욱 격화하는 분위기다. 행안부의 의도대로 경찰국이 신설되면서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이 없었다는 지적과 함께 경찰 지휘부가 ‘행안부 입장만 대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 "경찰국이 수사 컨트롤" 우려…전문가들도 "과거 회귀"

일선 경찰은 이번 개선안으로 사실상 수사 개입의 여지가 열렸다고 우려한다. 특히 검찰보다 인사와 지휘에 취약한 경찰의 특성상 현실화 가능성이 적지않다고 본다. 서울 직협 관계자는 "당초 행안부 장관이 그려놓은 그림대로 발표된 것을 보니 참담하다"며 "범죄수사규칙상 관할서장은 수사를 지휘하고 보고 받는다. 서장의 지휘자는 경찰청장인데, 이번 개선안은 행안부 장관이 청장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한다는 거다. 결국 13만 경찰이 한순간에 장관 지시에 따라 수사를 하게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충청 직협 관계자는 "사실상 경찰국에서 모든 수사 컨트롤을 다 할 것"이라며 "경찰청장이 치안감인 경찰국장 눈치를 보는 희한한 구조가 되는 건데, 도대체 경찰 지휘부는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위직인 일선 경찰들이 다 같이 들고 일어서도 제도 개선 방안 중 항목하나 바꿀 수 없다는 데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직협을 배제하는 등 일선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 직협 관계자는 "경찰제도발전위원회 구성에 경찰의 대변인 역할인 직협은 없고, 인프라 확충에 대한 부분도 경감 이하 대다수 경찰과는 관계가 없다는 게 현장 분위기"며 "이번 개선안은 행안부가 경찰을 장악하는 틀을 만들었을 뿐, 일선 경찰의 현장 치안에 대한 이해가 없는 지시가 내려올 게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경찰로서는 상당한 변화인데도 불과 두달 남짓 기간 동안 급박하게 추진한 배경에 의문부호도 달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5000만 인신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만큼, 시간을 가지고 더 신중하게 제도개선을 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반드시 통제가 필요하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시작했으니 이날 발표까지 왔겠지만, 해보지도 않은 걸 왜 이렇게 급하게 추진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통제하되, 정공법이 아니라 시행령을 만드는 등 옆으로 비켜나가는 식의 꼼수로 제도를 개선한 것"이라며 "1991년 경찰청법 제정 취지를 거꾸로 되돌리는 거다. 지휘규칙 신설 등 장관 소관사무가 아닌 부분들 때문에 위법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개선안이 앞으로 여러 후유증을 낳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창민 민변 사법센터 소속 변호사는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는 정부조직법과 경찰법 위반이기 때문에 법개정이 우선 돼야 한다. 행안부 내 경찰국도 결국 인사조치나 수사 관여를 통해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며 "우려스러우면서도 핵심적인 두 가지를 모두 그냥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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