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법에 심의·의결권 명시…행안부, 구속력 불인정
행정안전부가 오는 15일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가 지난달 마련한 권고안의 최종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 1일 경찰제도 개선 의견을 듣기 위해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를 방문한 모습./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행정안전부의 경찰제도 개선 최종안 발표를 하루 앞두고 국가경찰위원회가 주목을 끈다. 최종안이 ‘경찰 사무에 관한 주요정책’에 해당한다면 경찰위가 칼자루를 쥘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행안부에 따르면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가 지난달 마련한 권고안을 바탕으로 한 최종안이 15일 발표된다. 이른바 ‘경찰국’으로 불리는 경찰업무지원조직의 구성과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 등의 구체 사항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최종안이 경찰위의 심의·의결 대상이 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경찰법 10조1항이 ‘국가경찰 사무에 관한 인사 예산, 장비, 통신 등에 관한 주요정책 및 경찰 업무 발전에 관한 사항’은 경찰위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최종안에 경찰의 인사와 예산 관련 사항이 있으면 경찰위 심의를 거쳐야 하는 셈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자문위 권고안에 대한 브리핑 당시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 제정’을 설명하며 "다른 7개 부처에서는 예산·인사 관련 보고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다만 이 장관은 지난 12일 대구경찰청에서 진행한 일선 경찰과의 간담회에서는 "경찰청의 예산편성이나 조직, 감찰, 감사 등의 기능은 수행하지 않는다"면서 "경찰업무조직 신설로 경찰에 대한 새로운 통제가 생기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종안이 국가경찰위 공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엄격한 법 해석을 거쳐야 해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찰법이 명시한 내용과 달리 행안부는 경찰위가 자문기구로서 심의·의결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까닭에서다./이동률 기자 |
전문가들은 공이 경찰위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엄격한 법 해석을 거쳐야 해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행안부는 경찰위가 자문기구로서 심의·의결 결과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학계에서는 경찰위가 심의·의결 기구라는 게 중론이지만 행안부가 단순 자문기구로만 받아들이고 있어 경찰위의 법적 지위가 쟁점이 될 수 있다"며 "이 부분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는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엄밀히 보면 법 구조 자체는 경찰위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행안부로서도 이를 건너뛰면 절차적 정당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행안부 입장에선 최종안이 경찰 사무에 관한 주요정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김호철 경찰위원장도 최종안 심의를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지난달 2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행안부가 추진하는 내용이 경찰에 대한 주요정책이라면 법에 근거해 심의·의결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경찰위가 판단을 내린다면 부결을 점치는 시각이 많다. 경찰위원 대다수는 경찰국 설치 등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에는 입장문을 내고 "경찰국 설치 등은 국가권력에 종속시켜 치안 사무 고유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위가 심의·의결하는 것 자체가 경찰국 신설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창민 민변 사법센터 소속 변호사는 "경찰국 신설 자체가 정부조직법과 경찰법을 위반한다는 지적이 많다"며 "위법한 사안을 심의에 부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경찰위 관계자는 "행안부 최종안 심의·의결 여부는 각 위원이 논의를 거쳐 합의해야 할 문제"라며 "우선 최종안이 발표되면 내용을 검토한 후 필요에 따라 공식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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