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반대' 단식 열흘째…"30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입력: 2022.07.13 05:00 / 수정: 2022.07.13 05:00

민관기 청주흥덕서 직협회장 인터뷰

민관기 전국 경찰 직장협의회 회장(사진)은 먼 훗날 ‘경찰의 퇴행’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듣는 일 없도록 앞으로도 경찰국 철회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주현웅 기자
민관기 전국 경찰 직장협의회 회장(사진)은 "먼 훗날 ‘경찰의 퇴행’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듣는 일 없도록 앞으로도 경찰국 철회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주현웅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다리가 약간 저린 거 빼곤 괜찮아요."

정말로 그래 보이지는 않았다. 12일 <더팩트>와 만난 민관기 청주흥덕서 직장협의회 회장(전 전국경찰직장협의회 회장단 대표)은 앉아 있기조차 힘든 모습이었다. 사진 촬영 뒤 곧 자리에 누운 그는 자라난 수염과 그을린 피부 외에도, 수척해진 얼굴이 눈에 띄었다. 이날은 그가 ‘경찰국 철회 단식’에 돌입한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다.

그나마 매일 뜻을 같이하며 삭발에 참여하겠다는 동료들이 찾아와주는 덕분에 미소는 잃지 않았다. 그가 머무르는 세종 행정안전부 청사 앞 농성 텐트는 자가발전기로 돌리는 선풍기 몇 대가 전부지만 늘 전국의 경찰관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도 그대로였다. 민 회장은 "단식이 경찰을 지키기 위한 행동의 시작이 될지 끝이 될지 모르겠다"며 "앞으로는 경우회나 시민단체 및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경찰국 신설의 부당함을 알리는 데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연가까지 전부 당겨 써가며 지난 5일 단식에 돌입했다. 이틀 뒤면 현장에 복귀하지만 경찰국 반대 의사는 더 다양하게 나타내겠다고 예고했다.

또 행안부 등에서 직협의 행위를 공무원의 불법 집단행동으로 보고 징계를 검토 중이란 소문은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불이익이 따르더라도 감수해야죠. 지난 약 30년 동안 민주적 형태로 성장해온 경찰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대다수 일선 경찰관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물론 직협도 여러 법률자문 등을 거쳤다. 일련의 상황은 불법 집단행동이 아니라 의사 표시의 한 수단일 뿐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이날 자유대한호국단이 직협을 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큰 의미는 두지 않는 이유다.

민 회장은 직협의 최근 행보가 ‘치안공백’을 부른다는 일각의 지적도 적극 반박했다.

"모두 법적으로 보장된 연가 등을 소진해서 이곳에 오고 있어요. 경찰국 반대를 외치고, 삭발을 마치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민생치안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행동에 나선 이유 자체가 오로지 국민을 위함인데 치안 공백이라뇨.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가까스로 말을 잇는 듯하다가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해 말할 땐 유독 힘이 실렸다. 이 장관이 지난주 대전경찰청에 이어 이날 대구경찰청의 일선 경찰을 찾아간 모습을 놓고는 "보여주기식 행보"라고 꼬집었다.

전국 경찰 직협은 세종시 행정안전부 청사 앞에 텐트를 마련했다. 민관기 회장이 단식을 진행 중이며, 매일 오전 텐트 앞에서는 일선 경찰들의 삭발식이 진행된다./주현웅 기자
전국 경찰 직협은 세종시 행정안전부 청사 앞에 텐트를 마련했다. 민관기 회장이 단식을 진행 중이며, 매일 오전 텐트 앞에서는 일선 경찰들의 삭발식이 진행된다./주현웅 기자

민 회장 등이 행안부 청사 앞에서 단식과 삭발 및 농성 등을 벌인 지가 8일째다. 하지만 이 장소에서 이 장관을 마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민 회장은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전국의 경찰관들이 수두룩한데 장관이 지방까지 가서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경찰 지휘부를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경찰국 설치 등에 따른 영향은 일선 경찰보다 오히려 고위 간부에 더욱 큰데다, 그 여파는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 회장은 다음 주쯤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와 만나기로 했다. 구체적인 날짜나 장소 등은 미정이지만 할 말은 분명하단다.

"정부가 독립청인 경찰을 직접 통제하면 사실상 옥상옥 구조가 되는 것 아닙니까. 또 민생과 직결한 치안의 문제가 정권이나 국회 구조에 따라 이리저리 바뀔 수도 있고요. 수사 분야도 문제지만, 집회·시위 강경 진압 기조나 정보경찰 활용 등은 어쩔 겁니까. 지휘부가 우리의 뜻을 가감 없이 정부에 전달해서 대책 마련을 해야 합니다."

국회에도 같은 메시지를 냈다.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등 대안을 마련해 30년 전 내무부 치안본부 시절 회귀를 막아달라고 했다.

민 회장은 오는 14일까지 꼭 열흘을 채우고 단식을 마친다. 가족들의 걱정은 없을까.

그는 "응원과 격려를 주는 아내, 아들, 딸에게 감사하다"며 "저와 동료들은 먼 훗날 ‘경찰의 퇴행’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듣는 일 없도록 앞으로도 경찰국 철회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직협은 1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삼보일배에 나선다. 하루 뒤에는 명동성당 앞에서 릴레이 1인 피켓 시위를 진행한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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