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비판 확산하자 문화재청과 협의해 재개방
헌법재판소장 공관과 맞닿아 있는 북악산 등산로가 ‘소음 피해’를 이유로 폐쇄되면서 논란이 확산하자 헌재와 문화재청이 등산로를 재개방하기로 했다./ 김이현 기자 |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헌법재판소장 공관과 맞닿아 있는 북악산 등산로가 ‘소음 피해’를 이유로 폐쇄되면서 논란이 확산하자 헌재와 문화재청이 등산로를 재개방하기로 했다. 시민단체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비판한 지 20여 일 만이다.
29일 헌재에 따르면, 이날 관련 실무협의를 진행한 헌재와 문화재청은 오는 7월 2일 헌재소장 공관 앞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헌재 관계자는 "사실상 재개방에 무게를 두고 문화재청과 협의를 진행했고, 이번 주말부터 다시 등산로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방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오후 5시부터는 입산을 금지하되, 내려오는 시간은 7시까지로 했다. 등산로 관리는 문화재청에서 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청와대 개방 이후 헌재소장 공관 등산로 폐쇄 논란
지난달 10일 청와대와 함께 북악산 모든 등산로가 개방됐지만, 한국금융연수원~춘추관 뒷길~백악정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지난 2일 닫혔다. 해당 등산로는 헌재소장 공관을 끼고 북악산과 연결되는데, 헌재 측에서 소음과 사생활 침해 등 이유로 문화재청에 폐쇄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등산로 관리는 문화재청 담당이다. 문화재청은 헌재의 요청에 따라 조치가 이뤄졌고, 개방 여부를 독단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금융연수원 반대편 등산로 초입이 막히면서 시민들은 500여m를 돌아 춘추관 뒷길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현장 관계자는 "개방했을 땐 주말에 수 천명까지 오갔다. 지금도 모르고 올라왔다가 되돌아가는 사람이 꽤 있다"고 했다.
지난 28일까지 공관 주변에는 ‘헌재 소장님 길 좀 열어달라, 등산로 폐쇄 결사반대’ 등 플래카드가 걸려있기도 했다. 29일 헌재소장 공관 인근에서 만난 주민 윤모(67) 씨는 "아직도 길이 막혀있나 한번 와봤다"며 "며칠 전에는 공관 50m 정도 앞에 출입금지 바리케이트를 쳐놨는데, 지금은 그건 사라졌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30년사’ 자료를 보면, 헌재소장 공관은 대지 2810㎡(850평), 임야 8522㎡(2578평) 규모다. 공관 건물은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연면적 959㎡(290평)에 달한다. 공관 운영비로는 연 4000만~5000만 원이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기부등본상 헌재소장 공관 토지는 국가소유다. 1981년 9월 국가로 소유권이 이전됐고, 1993년 헌재가 관리청이 됐다. 다만 공관까지 올라가는 길(삼청동 145-14, 145-27 등) 소유자는 종로구청이다. 공관 앞 길 이용이 제한되자 구청 소유 도로까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헌재 측은 소장을 과잉 예우하지 말고 이번 주말 폐쇄했던 도로를 당장 개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용호 의원도 "헌재 소장의 사생활 보호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국민의 행복 추구권도 중요하다"며 "청와대 개방의 옥의티가 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spe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