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문란 vs 관행' 경찰 인사번복 진상조사 쟁점은
입력: 2022.06.27 00:00 / 수정: 2022.06.27 00:00

행안부 "결재 없이 공지해 사달 나"…경찰청 "인사 관행"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이 책임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진상조사 결과에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김창룡 경찰청장./뉴시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이 책임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진상조사 결과에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김창룡 경찰청장./뉴시스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며 경찰을 강하게 질책하자, 경찰 내부에선 '길들이기'로 보고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의 책임 공방 속에 진상조사 결과에 시선이 집중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인사번복 사태를 추가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행안부가 "사실관계를 파악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조사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과는 달라졌다. 김창룡 경찰청장도 필요하다면 경찰도 자체 조사를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어떤 방식으로든 진상 조사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 초유의 '인사 번복 사태' 어떻게 벌어졌나

치안감 인사는 경찰청과 행안부, 대통령실이 협의해 안을 만든 뒤 경찰청장이 추천하는 식으로 절차가 진행된다. 경찰공무원법 7조는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행안부와 경찰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 21일 오후 4시쯤 행안부에서 인사가 발표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2시간여 뒤인 오후 6시15분쯤 행안부는 경찰에 치안감 인사명단을 전달했고, 7시10분쯤 경찰 내부망과 언론에 28명의 치안감 인사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오후 8시쯤 행안부에 파견된 치안정책관이 "인사안이 최종안과 다르다"고 경찰청 인사과장에게 연락했다. 행안부는 오후 8시38분 경찰청에 정정된 인사 명단을 보냈고, 경찰청은 오후 9시34분, 7명의 보직이 바뀐 다른 인사안을 다시 발표했다. 불과 두 시간여 만에 고위직 인사 내용이 번복된 셈이다.

경찰청은 실무자가 최종 버전을 올려야 하는데 중간 버전을 잘못 올렸다고 해명했다가 시간이 흐른 뒤 행안부에서 수정을 요청했다고 말을 바꿨다./주현웅 기자
경찰청은 "실무자가 최종 버전을 올려야 하는데 중간 버전을 잘못 올렸다"고 해명했다가 "시간이 흐른 뒤 행안부에서 수정을 요청했다"고 말을 바꿨다./주현웅 기자

해명도 석연찮았다. 경찰청은 오후 10시10분쯤 "실무자가 최종 버전을 올려야 하는데 중간 버전을 잘못 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다 오후 11시30분쯤에는 "행안부에서 최종본이라고 온 것을 통보받아 내부망에 게시한 건데, 행안부에서 시간이 흐른 뒤 다른 안이 최종본이라며 수정을 요청했다"고 말을 바꿨다.

행안부는 선을 그었다. 행안부는 22일 "인사 명단 관리는 행안부 치안정책관이 담당하는데, 치안정책관은 경찰청에서 파견 나온 경무관으로 해당 인사의 실수"라고 설명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경찰청이 희한하게 대통령 결재가 나기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공지해서 이 사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청은 "그동안 민정수석실 등과 협의해 내정이 되면 발표를 하고 이후에 공식 절차를 밟아 인사 발령을 내는 게 관행이었다"고 반박했다. 즉 과거 청와대에 민정수석실이 있을 때에는 민정수석실, 행안부와 경찰이 사전 조율을 통해 인사를 협의한 뒤 대통령 결재 전에 발표하는 '선(先)내정 후(後)결재'가 관례였고, 이번 인사도 그렇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 진상조사에서 살펴볼 쟁점은

입장이 엇갈리는 부분은 인사안 '전달 경위'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해외 출장 전 치안감 인사 최종안을 짜놨고, 21일 귀국과 동시에 치안정책관에게 대통령 결재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안정책관은 경찰청에 초안을 보낼 당시 "보고 양식에 맞춰서 대통령실(인사비서관)과 협의해 결재 기안을 준비하라"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경찰은 대통령실과 협의를 거쳤다고 설명했지만, 행안부는 경찰이 대통령실 확인과 결재를 거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경찰과 대통령실 간 어떤 협의가 있었는지, 당초 치안정책관이 초안을 보낸 이유는 무엇인지, 최종안으로 판단한 당시 정황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장관이 "대통령 결재 나기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공지해서 사달이 났다"고 지적한 만큼, 그간의 '대통령 결재 전 공개' 관행도 살펴볼 일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치안정감 승진·보직 인사도 이번 치안감 인사와 마찬가지로 경찰청이 먼저 발표한 뒤 대통령 재가를 사후에 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람의 실수인지, 시스템의 오류인지 아니면 양쪽 다 문제였던 건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행안부나 경찰청이나 서로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제3자인 감사원에서 행정감사를 하는 게 합리적인 방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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