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달라지는 노조…'녹색단협'이 온다
입력: 2022.06.26 00:00 / 수정: 2022.06.26 00:00

단체교섭에 핵심의제로 제기…'정의로운 전환' 세계적 추세

민주노총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녹색단협 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임영무 기자
민주노총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녹색단협 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기업만 노력한다고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노동자도 회사의 친환경 전환에 힘을 보탠다.

선뜻 이해하기는 힘든 현상이다. 친환경 대전환은 탈탄소 등으로 산업 구조 전환이 불가피해 일자리를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바람이 국내에도 불기 시작했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 등 기후위기 대응을 놓고 노동조합이 구체 방안을 제시하며 주체로 나섰다.

◆ 색다른 단협안 "저탄소 대책 강구에 성실히 참여"

최근 민주노총이 이색 선언을 했다. "작업 환경 곳곳에서 기후위기 심화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녹색단협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단체교섭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핵심 의제로 내세울 방침이다.

'녹색 단협안'까지 이미 완성했다. 산업·업종·사업장별로 탄력 적용하되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대책 강구와 실행에 성실히 참여한다’, ‘노동자가 참여하는 기후정의위원회를 둔다’는 등의 내용이 공통으로 들어있다.

이와 별도로 '원포인트 요구안'도 제시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멀고 무거운 과제가 아닌, 당장 실천해야 할 과제라며 내놓은 아이디어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사내식당 식자재를 지역 농산물로 바꾸고, 사업장 모든 곳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등의 제안이 담겼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기후위기 대응은 일자리와 상충한다는 인식이 있어도 꼭 실현해야 할 과제"라며 "녹색단협을 통해 노동의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비슷한 움직임은 한국노총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2일 ‘정의로운 전환’ 포럼을 열고 기후위기에 따른 노동의 전환 방향 등을 모색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기후위기 시대 노동 문제를 고심하는 자리였다.

포럼에 참석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탄소중립 사회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명확한 근거에 따른 선제적 고용 노동정책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노동조합총연맹(ETUC)에서는 ‘녹색대의원’ 혹은 ‘녹색 담당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독일 ‘탈석탄위원회’와 스코틀랜드 ‘정의로운전환위원회’, 미국 ‘블루그린동맹’ 등 노동자가 참여하는 기후위기 대응 기구를 운영하는 나라도 있다. 사진은 이제석광고연구소와 녹색연합 회원들의 석탄발전사업 중단 촉구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이동률 기자
유럽노동조합총연맹(ETUC)에서는 ‘녹색대의원’ 혹은 ‘녹색 담당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독일 ‘탈석탄위원회’와 스코틀랜드 ‘정의로운전환위원회’, 미국 ‘블루그린동맹’ 등 노동자가 참여하는 기후위기 대응 기구를 운영하는 나라도 있다. 사진은 이제석광고연구소와 녹색연합 회원들의 석탄발전사업 중단 촉구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이동률 기자

◆ 산업계 주도 논의에 노동자 참여 첫 발

이런 흐름이 실제 변화로 이어질지가 남은 관심사다. 국제사회에서는 기후위기에 노조의 역할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지 오래다.

국제노총(ITUC)은 2010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총회를 열고 ‘정의로운 전환’을 기후위기에 맞서 싸우는 유력한 방안으로 채택했다. 재생에너지 산업 등 친환경 분야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적극적인 훈련과 기술개발 정책을 지원하는 노력에 힘쓰겠다는 내용이다.

유럽노동조합총연맹(ETUC)에서는 ‘녹색대의원’ 혹은 ‘녹색 담당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독일 ‘탈석탄위원회’와 스코틀랜드 ‘정의로운전환위원회’, 미국 ‘블루그린동맹’ 등 노동자가 참여하는 기후위기 대응 기구를 운영하는 나라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첫 녹색단협안 등장이 의미있다고 평가한다. 산업계가 주도하던 기후위기 논의에 노동자 참여의 기회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그동안 기후위기 대응은 탄소 배출 저감 등이 주요 과제라 산업계 주도로 논의가 이뤄져 왔다"며 "하지만 기업의 구조 전환은 곧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노동자의 참여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산업의 체질을 변화와 노동권 보장이 함께 가는 정의로운 전환은 세계적 추세"라며 "이제는 국내에서도 노동자들이 관련 논의에 적극 참여할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의로운 전환은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산업 구조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각 사업장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노동자들이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주체로서 녹색 공정, 녹색 산업으로의 전환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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