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에 서해 공무원 변수까지…'청와대 수사' 뇌관
입력: 2022.06.20 00:00 / 수정: 2022.06.20 00:06

백운규 기각에도 윗선수사 불가피…공무원 사건도 수사기관 넘어갈 듯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들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들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 수사는 지장이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1년여 만에 결론이 뒤집혀진 서해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도 결국 청와대를 향한 수사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새로운 뇌관으로 등장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최형원 부장검사)는 백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하며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법원은 지난 15일 대체적인 혐의 소명은 이뤄졌지만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백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려는 계획은 틀어졌지만 큰 동요는 없는 모양새다. 검찰은 법원이 '범죄 혐의에 대체적인 소명이 이뤄졌다'고 판단한 대목에 주목한다. 이를 3월 본격적인 수사 착수 이후 '중간 평가'로 보면, 썩 나쁘지는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이유로 상당한 양의 '객관적 증거'가 확보됐다고 본 점도 변수다. 지난 3월부터 진행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들의 증거능력이 어느 정도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지난 1월 환경부 사건으로 직권남용죄의 판례가 정립되면서 이번 백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일반론적인 혐의는 소명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어쨌든 불구속이 원칙이니 영장이 기각된 것으로 보이며, 재판 진행에 따라 법정구속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추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법원 판단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윗선 수사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돼 고발당한 다른 부처들 수사로 확대될 여지까지 남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동부지검에 있던 외교부와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다른 부처 산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은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으로 넘어갔다. 해당 사건은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가 지난 4월22일 대검찰청에 고발한 사건이다.

검찰은 우선 2017년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이었던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수사선상에 올렸다. 박 의원은 공공기관장 사퇴 대상자 관련 자료를 산업부 관계자에 넘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박 의원과 참고인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본격적인 윗선 수사에 시동을 건 검찰이 박 의원뿐만 아니라, 당시 박 의원의 직속상관이었던 김우호 인사비서관과 조현옥 인사수석까지 수사선상에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정권 초기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던 환경부 사건 때와 달리 여건도 좋다.

검사 출신 김광삼 법무법인 더쌤 변호사는 "환경부 사건 당시에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윗선 수사에 여건이 마땅치 않았으나, 이번에는 다르다"며 "수사가 청와대 인사수석실까지는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청와대를 피해가기 힘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도 결국 수사기관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지난 17일 국방부와 해경을 상대로 감사에 착수했다. 1년9개월 전 월북 결론을 번복한 해경의 발표 바로 다음날 주말을 앞두고 서둘러 감사 착수를 발표했다. 속도전으로 이어질 징후로 읽힌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범죄 혐의가 의심될 때는 고발·수사요청·수사참고자료 송부 등의 처분을 내린다. 고발은 감사위원회가 의결해야 가능한데 현재 감사위원 여야 분포상 결론이 어려울 수도 있다. 감사위원은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롯해 총 7명이며 특수통 검사 출신인 조은석 위원과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인 이미현 위원이 포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인사로 볼 수 있는 임찬우 위원, 김인회 위원, 이남구 위원도 있다. 다만 수사요청이나 수사참고자료 송부는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가능해 수사로 이어지는 장애물은 없는 셈이다.

감사 결과에 따라 어느 수사기관 관할이 될는지도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일단 검찰은 개정 형소법·검찰청법 시행 전인 오는 8월까지는 공직자 범죄를 비롯한 6대 주요범죄 수사 착수가 가능하다.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유족 측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하고 대통령기록관 정보공개를 하지않으면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할 뜻을 밝혔다. 모두 고위공직자 범죄이지만 국가안보실 공무원의 공무집행방해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할은 아니다. 전직 대통령의 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는 공수처가 수사하도록 돼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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