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유치 각축전' 한예종...이전 추진만 13년째 왜
입력: 2022.06.18 00:00 / 수정: 2022.06.18 10:33

문체부·문화재청·지자체 등 관여기관 많아 표류...올해도 불투명

한국예술종합학교 캠퍼스 이전 문제가 수년째 표류 중인 가운데 올해 안으로 캠퍼스 이전에 대한 윤곽이 나올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사진은 한예종 석관동 캠퍼스 전경./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한국예술종합학교 캠퍼스 이전 문제가 수년째 표류 중인 가운데 올해 안으로 캠퍼스 이전에 대한 윤곽이 나올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사진은 한예종 석관동 캠퍼스 전경./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더팩트ㅣ안정호 기자] 지자체가 유치 경쟁까지 벌이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캠퍼스 이전 문제가 십년 넘게 표류 중이지만 올해 안에도 윤곽이 나올지 불투명하다. 사실상 이전계획이 추진된 2010년부터 따지면 13년째 '될듯 말듯'한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4년제 국립 특수대학교인 한예종은 학교 본부와 영상원, 미술원 등이 있는 석관동 캠퍼스와 음악원, 무용원 등이 있는 서초동 캠퍼스, 한국예술연구소, 영재교육원, 영재교육연구원이 있는 대학로 캠퍼스로 나뉜다.

이 중 의릉 영역에 포함된 석관동 캠퍼스는 2009년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듬해 조선왕릉능제복원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이전은 기정사실이 됐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과는 별개로 석관동 캠퍼스 부지 자체가 국가 지정 문화재 구역이기 때문에 의릉 사적지 복원을 위해서는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8일 <더팩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한예종은 오는 12월 끝나는 석관동 부지 위임 기간을 5년 더 연장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1996년부터 한예종에 부지를 관리 위임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 계획이 늦어지면서 2018년 1월부터 5년간 위임을 연장한 상태다. 한예종 관계자는 "문화재청 담당자와 (위임 연장을) 협의하는 중"이라고 했다.

◆ 캠퍼스 이전 용역만 5차례지만 가시화는 아직

한예종 설치령에 따르면 학교의 소재지는 문체부 장관이 정할 수 있다. 하지만 문체부는 캠퍼스 이전 절차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해 2월 문체부는 한예종 이전에 대한 첫 연구 용역을 마쳤다. 학교 측도 지난 2011년 이후 캠퍼스 이전에 대한 연구 용역을 4차례 마쳤지만 캠퍼스 이전이 가시화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예종 관계자는 "토지 수용 여부 등 검토 대상 후보지들이 계속 변경됐다"며 "캠퍼스 이전과 관련해 문체부, 문화재청, 지자체 등 검토해야 할 기관들이 많은 관계로 예기치 않게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학교는 중장기적 방향과 운영에 대한 발전 전략을 정리하고 있다. 한예종은 오는 9월까지 수립할 학교 발전 전략에 캠퍼스 이전에 대한 기준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한예종 관계자는 "현재 내부에서 진행되는 연구는 대학 교육과 관련해 급변하는 환경에서 예술 교육의 방향에 대한 것"이라면서도 "발전 전략에는 캠퍼스 이전 때 고려해야 할 상황이 들어가며 캠퍼스 이전의 큰 기준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가 발전 전략을 수립하면 문체부는 캠퍼스 이전에 대한 조성위원회를 꾸린다는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행정, 예술교육, 건축, 도시조성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위원회 구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유치 뛰어든 송파·고양 일산동구·과천도 예의주시

하지만 한예종이 9월까지 발전 전략을 수립해 이후 문체부가 조성위를 꾸린다해도 올해 안으로 이전 부지 윤곽이 잡히기는 힘들어 보인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역의 이해관계보다 예술인재 양성 계획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봐야 한다"며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예종 유치 활동을 했던 지방자치단체들도 준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한예종 통합형 캠퍼스의 유치를 준비 중인 곳은 서울 송파구, 고양시 일산동구, 과천시 등이다.

학생 선호도가 가장 높은 송파구는 대상 지역인 방이동 일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이에 대해 송파구는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법적 검토와 생태영향 저감 방안 등이 담긴 유치 제안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문체부가 캠퍼스 조성위원회를 구성하는 시기에 맞춰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도 "결정만 되면 바로 이전할 수 있는 부지가 마련돼 있다"며 이전 결정에 맞춰 유치전에 뛰어든다는 입장이다. 과천시도 "학교와 문체부에서 본격적으로 이전을 진행하면 거기에 맟춰 홍보 활동을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vividoc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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