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행안부 부하 아냐"…경찰, 단단히 화났다
입력: 2022.06.19 00:00 / 수정: 2022.06.19 00:00

21일 권고안 발표 후 논란 장기화 전망…경찰직협 “권고안 무력화 방법론 모색”

경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검찰과 비교해 집단행동에는 익숙지 않은 곳으로 평가받아 왔으나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주현웅 기자
경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검찰과 비교해 집단행동에는 익숙지 않은 곳으로 평가받아 왔으나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주현웅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오는 21일 발표될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의 권고안에 이목이 쏠린다. 경찰을 지휘·통제하는 치안정책관실 신설과 장관 사무에 치안과 사법경찰을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검찰과 비교해 집단행동에 익숙하지 않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노조 역할을 하는 경찰직장협의회(직협)와 전직 경찰관들이 모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 등 곳곳에서 반발하고 나섰다. 권고안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 시행령에 '경찰지휘' 명문화, 정부조직법 개정도 염두

자문위는 지난 10일 4차 회의에서 권고안을 확정 짓고 내용을 정리 중이다. 행안부는 오는 21일 최종안을 전달받는 동시에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달 13일 출범과 함께 첫 회의를 개최한 후 불과 약 40일 만에 완성된 셈이다.

권고안에는 행안부 내 비직제 조직인 치안정책관실을 공식 조직으로 격상해 경찰의 인사와 예산 등의 업무를 맡는 방안이 담겼다고 알려졌다. 일종의 ‘경찰국’으로서 예산과 감찰 및 징계 등 경찰 조직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행안부 장관의 경찰 인사권 실질화 방안이 담겼다고 전해졌다. 행안부에 경찰청장 후보추천위원회, 국가수사본부장 추천위원회, 총경 이상 고위직 인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 등이다. 장관에 경찰청장 징계요구권을 부여하는 안이 포함됐다는 말도 나온다.

행안부가 ‘가칭 경찰청지휘규칙’을 시행령으로 명문화할 것이란 분석도 지배적이다. ‘각 부처 장관은 소속 외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정부조직법 제7조를 근거로 경찰 통제가 핵심인 행안부령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장관 사무에 치안과 사법경찰을 포함시킬지는 미지수다.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적어 자문위로서도 권고안에 담기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비상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경찰 권력 장악 시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 사무는 없으며, 이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만 가능한 사안"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만 현실화 여부를 떠나 권고안에 넣을 수도 있다. 향후에 법 개정 가능성을 고려하면 행안부의 입장을 미리 밝혀두는 차원에서 권고안에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전남경찰직장협의회 서강오 위원장이 지난 1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광주전남경찰직장협의회 서강오 위원장이 지난 1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이례적인 집단행동…더 격앙될 수도

경찰에선 반대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경남경찰직협을 시작으로 광주·전남, 경기남부, 경기북부, 경남, 충북, 경북, 충남, 제주 및 경찰청 직협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행안부 경찰국 설치 반대 성명을 냈다.

이틀 뒤에는 전직 경찰관 모임인 경우회가 입장문을 내고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는)경찰 역사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과 국민에 의한 견제와 통제를 관치행정으로 변환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경찰 내부는 상황을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한 경찰 간부는 "경찰은 조직 문화상 집단항명에는 잘 나서지 않는데 이번은 이례적"이라며 "지방청장급 수뇌부의 대응에 따라 분위기가 앞으로 더욱 격앙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경찰 내부망인 ‘소통활력소’에는 퇴임을 한 달 앞둔 김창룡 경찰청장의 용퇴를 촉구하는 글도 올라왔다. 부산 지역의 한 경찰관이 "경찰국 신설이 완성되면 치욕을 남긴 청장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남은 기간 용단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고 말하고 용퇴하라"고 게재했다.

현재 전국경찰직협은 서울 각 경찰서에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또 정부서울청사와 세종청사 인근에서는 일선 경찰관들의 릴레이 1인 시위가 진행 중이다. 이들은 ‘경찰은 행안부 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행안부의 자문위 권고안 발표 이후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수도 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협 위원장은 "직협은 원래 단체행동을 자제하는 곳인데, 현재 전국의 지역 단위 직협이 일제히 경찰국 신설 반대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민 위원장은 이어 "앞으로는 행안부 조치를 무력화할 실질적 방법론도 고민해 나갈 것"이라며 "국회 토론회 개최 및 헌법소원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구체적 대안 제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chesco12@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