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극적타결' 국토부·화물연대, 불씨는 남겼다
입력: 2022.06.15 05:00 / 수정: 2022.06.15 05:00

'지속 추진' 의미 모호…대상 확대 논의 이어질 듯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부두 주변에 화물차량들이 줄지어 멈춰있다./남용희 기자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부두 주변에 화물차량들이 줄지어 멈춰있다./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로써 화물연대는 8일 동안의 파업을 끝내고 업무 현장에 복귀한다.

약 1조6000억 원 규모의 물류 차질을 발생시킨 이번 총파업은 화물 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정치권이 외면해온 탓에 불거졌다는 비판이 크다. 일몰기한 완전 폐지 여부 및 대상 확대에 대한 논의가 남은 만큼, 이제라도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일부에만 한시적 적용’ 안전운임제…예견됐던 총파업

1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전날 늦은 밤 5차 교섭 자리에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추진하기로 한 안전운임제는 이후에도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지속추진'의 의미를 양측이 다르게 해석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남은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기한의 '연장'과 '폐지'를 전부 담은 뜻으로 제시했다. 둘 중 무엇이 될지는 또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화물연대는 '폐지'로 못 박은 상황이다.

이번 파업의 발단이 된 안전운임제는 화물연대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요구해온 사항이다. 화물기사들이 수입 보전을 위해 과적·과속할 수밖에 없는 현실 등을 개선하기 위해 적정임금을 법으로 규정하는 게 핵심이다. 화물 업계의 최저임금으로도 불린다.

안전운임 보장을 골자로 한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2018년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처음 시행됐다. 그러나 시멘트·컨테이너 품목에 대해서만 올해 12월 31일까지 일몰제로 적용됐다. 화주와 운송업체 측의 반발이 거세 물량의 계량화가 용이한 시멘트·컨테이너 분야에만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것이다.

해당 개정안을 처음 마련할 당시 여야는 일몰기한 만료 1년을 앞둔 때 연장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만료 6개월을 앞둔 최근까지도 관련 대화는 전혀 이뤄진 적이 없었다. 화물연대가 올해 초 국토부에 대화를 요청하면서 다시 공론화됐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성과를 들어 일몰제 폐지를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안전운임제 성과평가’ 결과에 따르면, 컨테이너 차주의 근로시간은 2019년 월평균 292.1시간에서 지난해 276.5시간으로 줄었다. 월평균 수입은 같은 기간 300만 원에서 373만 원으로 늘었다. 시멘트 차주도 같은 추이를 보였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부두 주변에 화물차량들이 줄지어 멈춰있다./남용희 기자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부두 주변에 화물차량들이 줄지어 멈춰있다./남용희 기자

◆ ‘다단계 완화’ 20년째 메아리대상 확대 논의는 과제

남은 과제는 안전운임제 대상 확대다. 적용 대상인 시멘트·컨테이너는 전체 화물의 6%에 불과하다. 그 외 94%는 일반 화물이라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대상 확대가 필수라는 게 화물연대의 주장이다.

특히 오랜 기간 문제로 지적돼 온 다단계식 구조가 더욱 심해진 탓에 근무 여건이 악화했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물앱의 등장이다. 수수료를 내고 화물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화물 업계의 생태계는 크게 ‘화주-운송사-화물기사’가 주축이다. 하지만 대개의 운송사가 하청을 맡기며 그 뒤로도 재하청이 이어진다. 이 때문에 화물기사는 많게는 6단계를 거쳐 물량을 받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 따르면 기사들은 화주가 지급하는 운송비의 60% 정도만 손에 쥐는 게 일반적이다. 와중에 화물앱이 활성화하면서 상당수의 일반 화물 기사들은 10~30%의 수수료를 내고 물량을 가져오고 있다.

이 같은 다단계 시스템은 안전운임제가 처음 논의됐던 배경이기도 하다. 화물기사들이 수입을 늘리기 위해 과적·과속을 하며 도로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또 과적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화주, 운송사, 하청, 알선업체 등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책임을 주로 회피해서다. 결국 화물기사가 불이익을 떠안는 일이 흔하다.

화물연대의 한 관계자는 "다단계 구조를 깨야 한다는 말을 20년 가까이 반복해 왔다"며 "엄밀히 말해 이 문제만 완화돼도 안전운임제 필요성은 지금보단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화물앱 등장으로 떼는 수수료가 오히려 늘어난데다, 기름값까지 치솟으며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고 토로했다.

안전운임 대상 확대는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이 내용을 담은 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이 계류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의 조오섭, 박영순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올해까지 시행되는 법안을 처음 논의했던 4년 전에는 분명 일몰기한 1년 전에 연장 여부를 다시 협의하기로 했었다"며 "하지만 여야 전부 이를 외면하며 사태를 키우고 말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화물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 기회가 앞으로 많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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