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독립, 경찰은 통제…31년 만에 경찰국 부활 논란
입력: 2022.06.14 05:00 / 수정: 2022.06.14 05:00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되면 조직 간 충돌도 우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경찰청을 방문, 김창룡 경찰청장과 함께 면담장으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경찰청을 방문, 김창룡 경찰청장과 함께 면담장으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행정안전부가 경찰국 설치를 사실상 결정했다고 알려져 경찰의 독립성 훼손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시민사회 등에서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경찰국과 국가경찰위의 갈등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더해진다.

1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장관 직속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지난 11일 4차 회의를 개최했으며 다음 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회의는 앞으로 한두 차례 더 열릴 수도 있다.

최근 논의에서 자문위원들은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해졌다. 비직제 조직인 치안정책관실을 공식 조직으로 격상해 경찰의 인사와 예산 등의 업무를 맡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경찰은 1991년 내무부(행안부 전신) 소속에서 외청으로 독립·분리된 후 31년 만에 다시 정부의 직접 통제를 받게 될 상황에 놓였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행을 앞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른바 ‘검수완박’)에 따라 경찰의 비대해진 권력을 견제할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으나 정부가 통제의 주체가 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경찰은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보장을 목적으로 오랜 기간 외청으로 유지돼 왔다"며 "경찰 내부 사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없이 갑자기 인사나 예산 등에 관여하겠다는 자체가 조직 길들이기와 다름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의 분위기는 대체로 비슷하다. 한 간부급 인사는 "애초 검찰개혁도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을 명분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았는데 행안부 안에 경찰국을 설치한다는 아이디어가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 황당하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경찰에 관여하겠다는 의미"라면서도 "불만이긴 하지만 경찰 조직 특성상 항명 같은 건 어려운 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덫에 걸린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1991년 내무부(행안부 전신) 소속에서 외청으로 독립·분리된 후 32년 만에 다시 정부의 직접 통제를 받게 될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주현웅 기자
경찰은 1991년 내무부(행안부 전신) 소속에서 외청으로 독립·분리된 후 32년 만에 다시 정부의 직접 통제를 받게 될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주현웅 기자

일각에선 경찰국 설치가 조직 간 갈등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경찰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국가경찰위를 실질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아직 관련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통과되면 국가경찰위와 행안부 경찰국의 역할이 사실상 같아지는 문제가 있다. 두 기관이 사안마다 충돌할 여지가 생긴다는 의미다.

국가경찰위 실질화 법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해 3월 발의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경찰위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두고, 유명무실했던 경찰 인사제청권과 예산 심의는 물론 감찰 및 부당수사에 대한 조치 요구권을 정상화하는 게 뼈대다.

국회 한 관계자는 "그동안 행안위에 계류돼 한 차례도 논의하지 못했는데 경찰 견제 방안이 공론화한 만큼 후반기 국회에선 이슈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더욱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부 뜻대로 경찰국 설치가 확정돼도 국회에서 국가경찰위 실질화가 이뤄지면 사안이 복잡해진다"며 "인사제청과 예산 및 감사 등 전반에서 두 기관의 의견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어느 쪽에 우선권이 있는지를 갖고 다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며 "그 과정이 협의가 되든 법적 다툼이 되든 사회적 비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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