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기다렸는데"…세월호, 침몰 원인 여전히 '미궁'
입력: 2022.06.11 00:00 / 수정: 2022.06.11 00:00

사참위, 3년반 만에 활동 종료…"외력 가능성 낮다"vs"배제 못해" 둘 다 기재

지난 4월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눈물을 닦고 있다./뉴시스
지난 4월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눈물을 닦고 있다./뉴시스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8년을 기다렸는데, 누가 인정할 수 있습니까 이 결과를…"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상준 엄마' 강지은씨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제152차 전원위원회에서 마이크를 들고 따져 물었다. 총 3년6개월의 조사 끝에 사참위가 내놓은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반발이었다. 강씨가 "또 다른 혼란을 야기시킬 것"이라고 따지자, 문호승 사참위원장은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사참위의 조사 활동이 종료됐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2018년 말 출범한 사참위는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4년 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는 '열린안'(잠수함 충돌설)과 '내인설'(과적 운항 등) 두 가지를 침몰 원인으로 병기했다. 조사를 이어받은 사참위는 사실상 '외력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단일한 결론을 내진 못했다. 오는 9월 발간될 최종보고서에는 "외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 소결론에, "외력 가능성을 조사했지만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문구가 종합결론에 담긴다. 별첨으로 "외력에 의한 침몰은 불가능하다"는 대한조선학회의 검토 의견과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의 모형실험 결과도 실린다.

결국 외력 가능성 있을 수 있다는 소결론, 가능성이 없거나 매우 작다는 종합결론·별첨으로 나눠 해석될 여지가 있는 셈이다. 당초 외력설 입증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해 온 진상규명국과 전원위원회 간 이견으로 각각의 의견을 다 담았기 때문이다.

문호승 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애초 조사국과 위원 간 의견 차이가 컸지만, 회의를 진행하면서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견으로 합의했다"며 "피해자들이 굉장히 허탈해하실 것 같아 걱정된다. 왜 확실하게 (침몰 원인을) 못 밝혔냐고 비판한다면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재원 위원은 "우리가 조사한 내용에 대해서 철저하게 검증을 한 건 아니다"라며 "외력으로 가정할 수 있는 건 잠수함밖에 없는데, 참사 당시 해역에 잠수함이 존재했는지에 대해선 조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립적으로 이런 저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직접적인 침몰 원인은 결론낼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문호승 사참위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보고에 앞서 묵념하고 있다./뉴시스
문호승 사참위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보고에 앞서 묵념하고 있다./뉴시스

앞서 선조위 상임위원이었던 권영빈 변호사는 "객관적 조사내용에 따른 소결론이 있고, 소결론을 모아 종합결론을 내리는 게 논리구조상 맞지 않나"라며 "위원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조사국의 판단이 틀렸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유가족들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유튜브 채널 '416TV' 운영자이자 유가족인 문종택씨는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보신대로 결과는 없다. 오히려 더 증폭됐다"고 말했다. 한 유가족은 "그 긴시간 동안 제 역할을 해 왔는지 의문이다. 사참위가 생긴 이유는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지난 8년간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으로 총 9번의 공식 조사가 이뤄졌다.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 검찰 특별수사단 수사 등이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 선체 불법 증축, 평형수 부족, 감독 소홀 등이 확인됐지만, 침몰 원인은 여전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사참위에는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 진상규명을 포함해 약 57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권영빈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모순 구조를 다 드러냈던 것"이라며 "피해자가 왜 희생됐는지 유가족을 위해서 명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하고, 안전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도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원인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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