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입법 통해 중앙행정기관 격상하고 권한 강화해야”
국가경찰위는 최근 경찰의 독립성 및 인권 보호와 권력 오·남용 방지책 등을 집중 논의해 왔다. 그동안 국가경찰위는 특정 예규 및 법률 검토를 주로 해왔다./주현웅 기자 |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행정안전부의 ‘경찰 길들이기’ 논란이 이어지자 국가경찰위원회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5년 전 국정과제였던 국가경찰위 실질화 방안이 재조명되면서 이제라도 입법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9일 경찰에 따르면 국가경찰위는 ‘경찰 민주성 강화 자문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법조계·학계·인권계·언론계 등의 인사들이 경찰권의 중립적 행사 방안을 논의하는 기구다.
국가경찰위가 경찰을 '민주적 통제'할 주체로서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행안부가 장관 사무에 치안을 포함하고 경찰국 신설 등까지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져 국가경찰위가 맞대응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실제 국가경찰위는 최근 경찰의 독립성 및 인권 보호와 권력 오·남용 방지책 등을 집중 논의해 왔다. 지난 7일에는 집회·시위 자유를 보장하는 ‘경찰청 인권정책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이에 같은 날 서울경찰청은 기존 방침을 뒤집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를 500인 이하로 허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일에는 경찰청이 낸 반부패 종합대책의 실효성 담보를 회의 안건에 올렸고, 경찰의 인권정책 고도화 등도 주요 논의에 포함했다. 또 성소수자가 수사 중 차별받지 않도록 지침·매뉴얼을 개선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특정 예규 및 법률 검토를 주로 해온 국가경찰위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다. 지난 4월까지도 경찰공무원 인사운영 규칙과 총포·도검·화약류 법률 일부개정안 내용을 살펴본 바 있다. 작년에 개최된 25차례 회의도 대부분의 의제가 경찰 관련 법령 및 훈령·예규 검토 등이었다.
경찰 내부에선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 간부급 인사는 "최근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 후보군을 만난 것만으로도 비판이 크지 않았나"라며 "경찰 견제 기능은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쪽에서 맡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 이후 경찰의 수사 여건과 역량 등을 둘러싸고도 말들이 많았지만, 정치적 논란만큼은 정말 피하고 싶다"고도 했다.
현재 행안부는 장관 사무에 치안을 포함하고 경찰국 신설 등까지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사진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동률 기자 |
일각에선 일련의 사태 책임을 더불어민주당에 돌리기도 한다. 국가경찰위 실질화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국정과제로 내세운 사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12월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설치 등을 뼈대로 한 경찰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면서 국가경찰위 실질화 내용은 제외했다.
그 배경을 놓고 박찬수 전 국가경찰위 위원은 제10기 국가경찰위 백서에서 "경찰력이라는 칼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권력의 속성이 작용했다고 본다"며 "독립적인 공수처가 새로 생기고, 검찰은 이제 통제권 밖으로 벗어난 상황에서 청와대가 경찰마저 직접 지휘하지 못하게 하는 건 국정운영 측면에서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시민사회에선 이제라도 입법을 통해 국가경찰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해 3월 발의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현재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국가경찰위를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해 경찰을 관리·감독하도록 하는 법이다. 발의 이후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최재혁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행안부를 통한 경찰 통제는 그동안 진행돼 온 국가경찰위 실질화 논의에 역행하는 조치이자 시대적 퇴행"이라며 "경찰청장 등에 대한 임명제청과 감찰 및 징계 요구 등을 국가경찰위 권한이라고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안부는 불투명하게 진행 중인 경찰국 신설 논의 등을 중단해야 한다"며 "국회는 경찰의 권한 분산과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한 공론화에 돌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chesco12@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