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변화 맞물려 '역량'·'중립성' 시험대
6·1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경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권 인사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6·1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경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권 인사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권 축소에 따른 경찰권 확대를 견제하는 움직임 속에 시험대에 오른 경찰은 어느 때보다 권력 수사에 대한 중압감이 크다.
3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에는 특히 이재명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 수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주목된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검찰의 요구에 따라 분당경찰서가 보완수사 중이다.
2018년 바른미래당의 사건 고발장을 받은 경찰은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의신청으로 사건을 받은 검찰은 지난 2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당시 박은정 성남지청장과 수사팀 간의 이견으로 박하영 차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하는 등 논란이 확대되기도 했다.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 3월 대통령 선거 이후인 지난달 2일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며 첫 강제수사에 나섰다. 같은 달 17일에는 성남FC에 후원금을 제공한 기업 중 하나인 두산건설을 압수수색했다. 압수물 분석 시간은 충분했던 만큼 조만간 참고인이나 피의자 조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의원 측은 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이 3년 동안 수사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다시 뒤지고 있다며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4일 경기도청 총무과와 의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기남부청은 경기 성남 백현동 아파트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 요청한 사건도 넘겨받은 상태다. 국민의힘도 지난해 11월 이 의원이 성남시장 시절 인허가권을 갖고 있었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경찰로 넘어갔다.
이 의원과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의 무료 변론 의혹도 경기남부청이 수사 중이다. 송 위원장이 무상으로 이 의원 대법원 상고이유서를 검토줘 당시 경기도지사 신분이던 이 의원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이 의원 아들 이모 씨의 성매매와 불법도박 의혹 등도 경기남부청이 수사 중이다.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부담을 던 경찰은 압수물 분석 등을 마치는 대로 본격적인 피의자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이 의원이 '불체포특권'을 얻은 만큼 강제수사는 쉽지 않다. 현직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역시 경찰 입장에서는 부담인 만큼 조사 방식은 서면조사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최철호 KBS PD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남윤호 기자 |
서울경찰청도 이 의원을 수사 중이다. 서울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최철호 KBS PD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이 의원은 2002년 분양 파크뷰 특혜 분양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에게 전화한 최 PD의 검사 사칭을 도운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았다.
이 의원은 20대 대선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보물 전과 기록 중 해당 부분을 '방송 PD가 후보자를 인터뷰하던 중 담당 검사 이름과 사건 중요 사항을 물어 알려줬는데 법정 다툼 끝에 결국 검사 사칭을 도운 것으로 판결됨'이라고 기재했다.
최 PD는 지난 3월 이 의원이 검사 사칭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이라며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사건을 경찰에 넘겼고, 서울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4월 최 PD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재명 의원 외에도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얽힌 사건도 경찰의 사정권 안에 있다.
서울청 반부패수사대는 황희 민주당 의원(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원금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수익사업을 허가하는 법안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지난달 대전 한국수자원공사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디스커버리자산운용(디스커버리) 장하원 대표의 친형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전 실장도 사정 대상이다.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디스커버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장·김 전 실장 등이 포함된 투자자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곧 장 대표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예정됐다.
선거가 끝나면서 경찰은 지연된 수사와 처분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단계다.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견제 필요성이 나오고, 행안부 주도 통제 방안까지 거론되는 만큼 경찰은 여야를 막론한 유력 인사 수사 중립성·독립성에 부담감이 크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정하고 중립·객관적인 수사는 당연하고, 형사사법체계의 큰 변화를 앞두고 여야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사실관계와 증거에 입각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권 초기이기도 하고 새로운 형사 체계를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시기, 국민들은 경찰 수사 역량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지휘부는 수사팀이 흔들리지 않도록, 외풍에서 지켜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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