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급 PB, 치마 들추고 종아리 만지는 등 지속적 성추행
[더팩트ㅣ이효균 기자] 최근 직장 내 성차별이나 성희롱, 성추행 등이 잦아지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용기를 내서 회사측에 신고를 해도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오히려 회사로부터 보복 조치를 당하고 직장 동료들에게 2차 가해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SC제일은행의 한 지점에서 파견직으로 근무했던 A씨.
A씨는 같은 지점에 근무하는 차장급 프라이빗 뱅커(PB) B씨에게 언어적 성희롱뿐만 아니라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피해자 A씨: 맥도날드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들어오는 길에 (너) 종아리 종아리에 뭐가 묻었다. 근데 내가 떼주면 날 성추행으로 신고할까 봐 못 떼주겠다. 근데 지점에 들어와서 제가 물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와가지고서는 떼는 거예요. 제 치마를 들춰가지고. 정말 눈 깜짝할 사이 그냥 와서 이렇게 한 거죠. 그때 너무 얘기가 안 나오는 거죠. ]
A씨는 갑작스런 B씨의 행동에 너무나 놀랐고 성적수치심을 느꼈습니다.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였음에도, 치마를 들추고 종아리를 만지는 B씨의 행태에 A씨는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B씨는 자신의 행동에 아무런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듯 A씨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과감히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신체적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피해자 A씨: 제가 얼굴에 멍이 든 적이 있어요. 근데 그거를 갑자기 꾹 눌러보는 거예요. 말도 없이 와서. 쳐내니까 "깔깔깔" 이러고 비웃더니 그냥 가요. 그러고 저녁에 카톡으로 내일도 눌러줄 거다 얼굴 이렇게 카톡 보내고. ]
B씨는 지난해 11월쯤부터 매일같이 피해자에게 "월급날이 언제냐" "저녁 같이 먹자"며 만남을 강요해 왔습니다. 또 숙박업소 이야기를 하며 "젊은 애들은 9시가 지나면 여기서 '뜨밤(뜨거운 밤의 약칭으로 성관계를 의미)'을 보낸다. (너도) 그렇지?"라는 등 성관계를 암시하는 발언을 수시로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A씨의 몸을 위아래로 훑은 다음 "호날두 여자친구는 글래머여서 1억 넘게 용돈을 받는 거다. 너는 (호날두 여자친구만큼 가슴이 크지 않아) 안 된다", "성형을 해라"라는 등 피해자의 몸매나 외모에 대한 품평도 반복했습니다.
A씨가 같은 옷을 2일 연속 입고 출근한 날에는 "어제 집에 안 들어갔나 보네. 남자 집에서 잤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 A씨: 너네 집 주소가 어디냐 핸드폰을 그냥 이렇게 들어서 너희 집 주소가 어디야. 너네 집 지하 주차장에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너희 집에 올라가겠다. 와인을 사가겠다. 와인이랑 고기가 어울린다. 계속 혼잣말을 하는 거예요. 사실 화를 낼 수도 없고 내일 봐야 되고 저한테 어려운 사람이잖아요. 그분이 유부남에다가 자녀가 두 명이나 있거든요. ]
2월 초에는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가던 차량 안에서 B씨가 갑자기 A씨의 배꼽 아래 부위를 손가락으로 3회 찔렀습니다.
[피해자 A씨: 그냥 갑자기 너 배 찔러봐도 돼 이러더니, 배꼽이랑 사타구니 중간 부분을 이렇게 '꾹' 찌르는 거예요. 한 3번인가 정도를. 놀라가지고 뭐 하시는 거냐고 손을 딱 쳤거든요. 그러니까 제 머리를 이렇게 쓰다듬으면서 "으이구" 약간 이런 듯한... ]
성추행 피해를 입은 A 씨가 5월 26일 서울 강동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에게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이후 B씨는 주차를 하면서 A씨에게 "20대를 만나고 싶다. 피부과 다니며 관리하면 되나?" "내가 아는 20대는 너밖에 없는데"라며 피해자와 이성적 만남을 갖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A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사무실로 복귀했고, 상부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이 문제로 피의자 B씨는 정직 3개월을 받고 피해자 A씨는 퇴사를 했습니다.
[A씨 인터뷰: 지점에 도착하자마자 회사 사람한테 얘기를 해서 저 이렇게 일을 못하겠다. 너무 무섭고 힘들다. (지점) 이동을 해달라고 했는데 서대문구, 은평구 이쪽을 얘기하시는 거예요. 저희 집이랑 정반대거든요. 차가 없어가지고 지하철 타면 1시간 반이에요 편도가. 그건 좀 어려울 것 같다 그랬더니, 그러면 이제 쉬시는 것 밖에 답이 없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두게 됐죠.]
A씨는 동료 여직원에게도 2차 가해를 받았는데 그 상황을 생각하면 울분이 터집니다.
[A씨 인터뷰 : 주변 직원분들이 전화해가지고 너 걔 가정도 있는데 니가 걔 고소해가지고 그러면은 걔 인생 망치는 거다. 너도 똑같은 사람 되는 거다. 여자 직원이. 여자 직원이 너 그렇게까지 해야겠냐 되게 저를 나쁜 사람을 만드는거에요.]
가해자 징계 처리 과정에서 은행측이 A씨에게 소극적 대처로 일관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A씨 인터뷰 : 제가 항상 먼저 혹시 인사위원회가 언제 열릴까요.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뭐 받을 수 있을까요. 이런 거를 먼저 물어봐야만 대답을 해주는 느낌이었고.]
A씨의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B씨의 성추행 혐의를 확인했으며, B씨 역시 범행 사실을 모두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씨는 현재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정신과를 다니면서 병원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SC제일은행 측은 "2차 피해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한 후 본 사건에 대한 면밀한 내부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가해자의 성희롱 혐의가 인정돼 은행은 지난 3월 인사위원회를 통해 가해자에 대해 정직 이상의 중징계 처분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도 포함됩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기만 하면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는 것이 일관된 판례의 입장입니다.
대법원 판례는 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어깨를 주무르는 행위(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4도52 판결), ② 가해자가 피해자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면서 피해자의 귀를 쓸어 만지는 행위(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2도8767 판결) 등에 대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이루어져 '기습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윤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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