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부 치안국' 흑역사 떠올라…행안부 경찰 통제 강화 논란
입력: 2022.05.29 00:00 / 수정: 2022.05.29 00:00

장관 사무에 '치안' 추가 등…경찰 독립성 훼손 우려

경찰의 비대해진 권력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은 대다수가 공감한다. 하지만 감독의 주체가 정치권이 돼선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경찰에 대한 ‘견제’와 ‘정치적 독립성’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주현웅 기자
경찰의 비대해진 권력을 견제해야 할 필요성은 대다수가 공감한다. 하지만 감독의 주체가 정치권이 돼선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경찰에 대한 ‘견제’와 ‘정치적 독립성’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주현웅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경찰권 견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통해 경찰 통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에 역행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논란의 발단은 행안부 장관 산하에 신설된 정책자문위원회의 분과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다. 지난 13일 이상민 장관 취임과 동시에 출범했다. 설립 당일 1차 회의를 연 데 이어 지난 20일 두 번째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경찰 통제 방안의 하나로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을 포함하는 내용이 거론됐다고 한다.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 지휘·감독권을 부여한다는 뜻이다. 현행 정부조직법에서 법무부 장관의 업무로 ‘검찰 등 법무에 관한 사항을 관장한다’고 명시했듯 행안부도 이를 따르려는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검찰국처럼 행안부 경찰국을 두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한다.

명분은 ‘공룡경찰 견제'다. 오는 9월 10일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통제장치를 마련한다는 목적이다. 이밖에도 최근 정부는 경찰 견제 의지를 여러차례 드러냈다. 지난 24일 치안정감 승진 인사에서는 이른바 ‘수사통’ 출신의 힘을 뼀다.

경찰 내부에선 덤덤한 반응과 함께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가 동시에 읽힌다. 한 간부급 인사는 "견제야 당연하고 마땅한 수순"이라면서도 "다만 그 형태가 어떨지가 예상이 안 돼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도 행안부라는 기관 산하의 국가경찰위원회가 치안 사무를 맡고 있는데, 장관 개인 사무에 치안을 굳이 명시하려는 이유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찰 견제 기능을 하는 기구는 행안부 산하 국가경찰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경찰옴부즈만, 각 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 등이 꼽힌다. 다만 전부 갖은 지적을 받아왔다./주현웅 기자
현재 경찰 견제 기능을 하는 기구는 행안부 산하 국가경찰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경찰옴부즈만, 각 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 등이 꼽힌다. 다만 전부 갖은 지적을 받아왔다./주현웅 기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경찰의 수사권이 커진 만큼 상급기관의 통제 강화는 어떤 식으로든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과거 내무부(행안부 전신)에 속했던 경찰이 외청으로 분리된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경찰 견제 기구는 행안부 산하 국가경찰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경찰옴부즈만, 각 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 등이 꼽힌다. 다만 전부 한결같은 지적을 받아왔다. 국가경찰위원회는 자문 역할에 그치며, 경찰옴부즈만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수사심의위는 수사 지체로 피해자 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잦았다.

이는 행안부 등 정부 부처의 통제가 현실적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이헌 변호사(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는 "여느 분야처럼 경찰 역시 상급기관에서 치안 등 고유업무뿐 아니라 행정 통제도 받는 게 자연스럽다"며 "또 행안부가 이미 치안 관련 업무를 상당수 수행하는 점에 비춰보면, 장관 사무에 치안을 포함하는 것을 이상하게 볼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지난해 수사권 조정부터 올해 '검수완박'에 이르기까지 경찰에 대한 검찰의 감독 기능이 약화한 상태"라며 "일종의 정치 공무원인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통제하는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말도 틀리진 않으나, 현실적으로 상급기관의 관리 감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내달 발표될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 논의 결과 주목

과거처럼 경찰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경찰을 행정부가 전면 통제하는 조치는 1991년 이전 내무부 산하 치안국을 시절 흑역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다. 통제의 주체는 정부보다 시민이 돼야한다는 대안이 제시된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행안부가 경찰을 대표하는 기관에 머물러야지 통제하고 관리하는 곳이 되어선 안 된다"며 "그 자체로 정치적 중립성은 이미 훼손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경찰청을 ‘독립외청’으로 분류하고 있는 구조도 정치적 중립성 때문인데 이를 왜곡해선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 옴부즈만과 수사심의위원회 등 유명무실한 조직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반 시민 등의 참여를 더욱 폭넓게 보장하는 식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지역 자치경찰의 경우도 국수본처럼 꼭 경찰이 아니더라도 청장을 맡을 수 있게 하는 등 중앙정치의 외압 대신 시민 통제를 받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선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도 대안으로 꼽는다. 국무총리실 소속 행정청으로 조직을 격상해 독립적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위원구성에 전현직 정치인을 배제하고 중립성을 보장하며 경찰청 등을 관리·감독하자는 게 뼈대다. 임호선·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2020년 발의한 ‘경찰청법 일부개정안’의 내용으로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행안부는 다음 달 안으로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 회의의 일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단연 '공룡 경찰'을 향한 견제와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어떻게 조율했을지가 관심사다.

현재로선 우려가 큰 분위기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을 예로 보면 말 그대로 지역 자치로 운영하도록 만들어졌지만, 중앙부처인 행안부에서 통제 관련 사안을 얘기한 것부터 모순"이라며 "대부분 검찰 쪽 인사들인 경찰 제도 자문위원들이 낸 결론이 과연 원만하게 수용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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