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 일파만파…검·경 전방위 수사
입력: 2022.05.27 00:00 / 수정: 2022.05.27 00:00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직원 횡령 수사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가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와 관련해 가상화폐 프로젝트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야후파이낸스 유튜브 동영상 캡처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가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와 관련해 가상화폐 프로젝트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야후파이낸스 유튜브 동영상 캡처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가치 폭락 사태가 발생한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자매 코인 테라USD(UST) 사건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발행업체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 사건은 2년여 만에 부활한 합수단 1호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경찰 이첩 가능성도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루나·테라 발행업체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 등 고소·고발 사건을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에 배당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이달 중순쯤 테라폼랩스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법인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거래소 등에 자금동결을 요청한 경찰이 향후 이첩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의견도 있다.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LKB) 측의 고소·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개인 피해 금액 5억원 이상건이 있어 수사할 수 있으나, 별개로 개인이 따로 낸 고소 사건은 5억원 미만으로 이첩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범죄는 피해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에만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테라는 화폐 가치를 일정 수준으로 안정되게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1테라는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테라 가치는 루나의 담보로 유지되는데, 안전자산 담보 없이 1테라 1달러보다 가격이 내려가면 루나를 발행해 테라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루나 사태'로 불리지만 문제는 테라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달러 가치를 유지하던 테라의 '가치 연동(페깅)'이 깨지면서 갑작스러운 대량 매도가 일어났고, 루나는 무한 발행돼 가격이 폭락되면서 테라의 담보물 역할을 못해 루나와 테라가 크게 하락했다.

테라폼렙스가 신규 투자자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운영한 '앵커 프로토콜'은 테라 예치를 통해 지속 불가능한 연 19.4% 이자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다.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 수익을 제공하는 금융사기인 '폰지 사기'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자들을 대리해 고소·고발장을 제출한 LKB는 루나와 테라를 설계·발행하고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 설계 오류와 하자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거나 루나 코인 발행량을 무제한 확대해 투자자를 기망했다고 본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루나·테라 발행업체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 등 고소·고발 사건을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에 배당했다. /이덕인 기자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루나·테라 발행업체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 등 고소·고발 사건을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에 배당했다. /이덕인 기자

법조계에서 거론되는 적용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 △특경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이다. 다만 구체적인 혐의 적용과 이에 대한 입증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자본시장법상 주식은 주가 폭락 사태 등이 발생하면 금융당국이 조사하거나 수사기관이 수사할 수 있으나, 가상자산은 금융투자상품으로 볼 수 없어 해당사항이 없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상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세탁 행위만 감시할 수 있다.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적용도 어려움이 많다.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려면 불특정 다수인에게 금전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테라를 금전으로 볼 수 있는지다. 원금과 이자 보장을 약속했더라도 금전은 아니기 때문에 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기죄의 경우 '고의성' 입증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법인 등이 폭락을 예견한 정황이 포착되면 성립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추가 고소장을 낼 법무법인 대건 한상준 변호사는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했을 때 어느 시점에 지킬 수 없다고 알았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주장했다.

결국 혐의 입증은 수사기관의 의지에 달렸다는 의견도 있다. 법무법인 황금률 박주현 변호사는 "오랫동안 서비스를 유지한 점과 고의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법률 해석에 달린 측면도 있어 수사의 범위 부분에 수사기관이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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