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도 못 피했다…검증의 기초 공식 ‘부동산’
입력: 2022.05.02 05:00 / 수정: 2022.05.02 05:00

문제 없는 후보 드물어…"불법에 관한 무관용 원칙" 주장도

윤석열 정부 내각 후보자 대부분은 부동산 의혹을 피하지 못했다. 부동산 민심이 어느 때보다 들끓는 시점인데 위장전입과 편법증여, 쪼개기 전세와 농지법 위반 등 다채로운 문제가 발견됐다. 사진은 왼쪽부터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윤석열 당선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수어 통역사, 한화진 환경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자./남윤호 기자
윤석열 정부 내각 후보자 대부분은 부동산 의혹을 피하지 못했다. 부동산 민심이 어느 때보다 들끓는 시점인데 위장전입과 편법증여, 쪼개기 전세와 농지법 위반 등 다채로운 문제가 발견됐다. 사진은 왼쪽부터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윤석열 당선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수어 통역사, 한화진 환경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자./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부동산부터 본다."

공직 후보자 검증을 하는 정당이나 언론 관계자들에게 무엇부터 살펴보냐고 물으면 대답은 한결같다. 인사청문요청안이 워낙 방대한 자료를 담고 있어 일단 부동산부터 살피면 무언가 하나는 걸려든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후보자 대부분은 부동산 의혹을 피하지 못했다. 부동산 민심이 어느 때보다 들끓는 시점인데 위장전입과 편법증여, 쪼개기 전세와 농지법 위반 등 다채로운 문제가 발견됐다.

행정부를 총괄해야 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부동산의 덫에 걸렸다. 그는 1989~1999년까지 미국의 통신 대기업 AT&T와 글로벌 정유사 모빌(현 엑슨모빌)의 자회사 모빌오일코리아에 주택을 임대하며 약 6억2000만 원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당시 한 후보자는 상공부 국장, 대통령 통상산업비서관을 거쳐 통상산업부 차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직을 지냈다. 주택 임대를 매개로 한 이해충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소득세 탈세를 위해 배우자에게 임대소득을 ‘편법증여’했다는 의심도 더해졌다. 한 후보자는 전부 투명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지만, 소득세 신고 내역 등 자료 제출은 거부하고 있어 검증이 차질을 빚고 있다.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이 한라산의 경관을 가리고 제주도와 제주시가 민간특례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난개발에 앞장선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더팩트DB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이 한라산의 경관을 가리고 제주도와 제주시가 민간특례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난개발에 앞장선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더팩트DB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사령탑을 노리는 원희룡 후보자는 의혹의 규모가 심상치 않다. 제주도지사 시절 추진한 오등봉 개발사업은 ‘제주판 대장동’으로 비화했다. 부동산 개발을 둘러싼 민간기업 특혜 의혹으로 제주에서는 수년 전부터 찬반 논란이 잇따랐다고 한다.

오등봉 부지에 아파트 688세대를 짓기로 한 제주시의 기존의 방침을 뒤집고, 제주도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한 게 의혹의 핵심이다. 결과적으로 1400여 세대의 아파트 단지 조성이 확정됐다. 호반건설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으나, 심사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잡음도 이어졌다. 통상 계량평가가 우선인 심사에서 비계량평가가 먼저 실시되는 등 호반건설컨소시엄에 유리한 절차였다는 주장이 나온다.

원 후보자는 배우자 명의로 된 자택 부지의 용도변경을 셀프결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자연녹지였던 제주시 아라이동의 한 토지를 자연취락지구로 변경해 땅의 활용도를 높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원 후보자측은 "주민 여론을 반영했으며 특혜는 일절 없었다"고 일축했다.

주택과 상가 임대차보호법을 관할하는 법무부의 한동훈 장관 후보자는 아파트 편법증여 의혹을 받는다. 또 부친에게 상속받은 농지에서 가사도우미 부부가 대신 농사를 지어 농지법 위반 의심도 있다. 전세보증금 대폭 인상과 배우자 위장전입 의혹까지 줄줄이 나오고 있다. 한 후보자는 모두 단순한 실수이거나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위장전입 문제는 사과했다.

그 외 후보자들 사정도 비슷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갭투자와 꼼수 증여 의혹,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농지법 위반과 위장전입 의혹,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다주택 보유, 이영 중소벤처부 장관 후보자는 어머니와 동거하면서 ‘쪼개기’ 전세 계약 체결로 세금을 회피한 의혹을 받고 있다.

후보마다 해명을 내놓긴 했으나 부동산 문제 전반에 관한 사회적 불만이 큰 탓에 의혹만으로도 민심 이반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지난해 4.7 보궐선거 주거 공약 평가 결과를 발표한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어보이는 모습./남용희 기자
후보마다 해명을 내놓긴 했으나 부동산 문제 전반에 관한 사회적 불만이 큰 탓에 의혹만으로도 민심 이반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지난해 4.7 보궐선거 주거 공약 평가 결과를 발표한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어보이는 모습./남용희 기자

후보마다 해명을 내놓긴 했으나 부동산 문제 전반에 관한 사회적 불만이 큰 탓에, 시민 입장에선 의혹을 바라보는 것만으도 마음이 불편하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우리 사회를 할퀸 부동산 광풍과 심화한 양극화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후보자를 지명했어야 했다"며 "잇단 부동산 의혹이 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정부에서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전월세로 사는 청년들이 겪는 고충을 안다면 내각 구성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며 "지금처럼 모두가 집 때문에 힘든 시기에 진정한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후보자로 내각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후보자 개인보다는 부동산에 몰입한 사회 풍토가 더 문제라는 진단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기득권 계층 사이에서는 지위와 자본 여력을 갖췄는데도 부동산을 활용해 자산 증식을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등의 분위기가 형성된 게 근원적 문제"라며 "부동산 관련 의혹이 있는 사람만 후보자로 나선 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는 사회적 구조가 조성된 듯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현재 후보자들이 높은 전월세 가격과 증여 등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문제를 많이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비판하는 데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불법 여부를 검증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불법에 관한 무관용 원칙을 내세워 그대로 적용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검증과 견제의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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