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페이퍼컴퍼니 된 권영세 형제 회사…임원 모두 대한방직 출신
입력: 2022.04.25 05:00 / 수정: 2022.04.26 11:50

투자금 손실 대한방직 관계자들 인수해 운영…업계 "상식적 아냐"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형과 동생이 2011년 세운 기업 ㈜TNPI의 현재 임원진은 전원이 대한방직과 계열사 아세아세라텍에서 은퇴한 인사들로 채워졌다./더팩트DB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형과 동생이 2011년 세운 기업 ㈜TNPI의 현재 임원진은 전원이 대한방직과 계열사 아세아세라텍에서 은퇴한 인사들로 채워졌다./더팩트DB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형제가 사업에 실패한 기업 ‘㈜TNPI’를 대한방직 출신들이 넘겨받아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로 활용하는 정황이 파악됐다. 권 후보자와 개인적 인연이 있는 대한방직은 ㈜TNPI 때문에 큰 손해를 입었고 사업 분야도 전혀 다른데 그 주요인물들이 경영권까지 인수하고도 페이퍼컴퍼니로 두고 있어 의문이 제기된다.

2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권 후보자의 형과 동생이 2011년 세운 기업 ㈜TNPI의 현재 임원진 전원은 대한방직과 계열사 아세아세라텍 전직 임원들이다. 권 후보자의 형제들은 2016년 12월 경영진에서 물러났다. 모회사격인 ‘TNPI홍콩(HK)’까지 세워 추진했던 현지 카페 프랜차이즈 사업이 실패한 영향으로 보인다.

현재 ㈜TNPI는 자본금 11억 원 규모로 등기 임원 4명이 모두 대한방직과 아세아세라텍 출신 인물들이다. 대표이사 이모(70)씨는 설범 대한방직 회장의 비서 및 전략기획실장 등을 지냈다. 사내이사 강모(65) 씨는 아세아세라텍 대표이사 출신이다. 또 다른 사내이사 이모(70)씨와 감사 정모(73) 씨는 아세아세라텍 사내이사를 역임했다.

대한방직 관련자들은 권 후보자 형제가 물러난 직후 대거 영입됐다. 2016년 12월부터 4개월 동안 ㈜TNPI 사내이사였던 이모(48) 씨는 대한방직 경영혁신실 부장 출신이다. 직후 4개월 동안 사내이사로 온 유모(77)씨는 전 대한방직 전무였다. 2017년 4월~2020년 3월 사내이사를 지낸 강모(65)씨는 아세아세라텍 대표이사였다.

업계에서는 ㈜TNPI와 TNPI홍콩(HK)에 투자한 돈을 모두 날린 대한방직 인사들이 경영권까지 인수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한다. 우선 대한방직 본사는 TNPI홍콩(HK)에 2012년 8월 11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TNPI홍콩(HK)은 이듬해 ‘자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이 무산됐다. 결국 TNPI홍콩(HK)은 지난해 2월 해산됐다. 대한방직은 2017년 결산에서 투자금 전액인 11억5000만원을 이미 손실로 처리한 상황이었다.

아세아세라텍도 ㈜TNPI를 전폭 지원했다. 아세아세라텍은 실적 부진 등으로 2015년부터 사실상 조업이 중단됐다. 그런데도 2012년 ㈜TNPI 주식을 액면가 3배인 주당 1500원에 사들여 지분 49.99%를 가졌다. ㈜TNPI는 별도 사업 자체가 없었다. 이에 아세아세라텍도 2014년 결산에서 ㈜TNPI 보유주식 누적평가손실 10억8300만 원이 발생했다.

이처럼 투자 실패를 거듭하고도 대한방직과 아세아세라텍 등은 ㈜TNPI의 경영권을 가져온 셈이다. 사업 전망이 없고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구조라 납득이 안 된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등기상 TNPI의 사업목적은 ‘프랜차이즈점 모집’ 등이다. 대한방직과 아세아세라텍은 섬유제조 분야 기업이다. 사업 내용이 전혀 다르다.

<더팩트>는 등기된 사무실 주소로 직접 찾아갔으나 TNPI는 존재하지 않았다. 자리에는 다른 건설사가 있었다. 이곳 관계자는 TNPI란 회사는 들어본 적 없다며 저희가 이 자리에서 수년째 사업을 해왔다고 말했다./주현웅 기자
<더팩트>는 등기된 사무실 주소로 직접 찾아갔으나 TNPI는 존재하지 않았다. 자리에는 다른 건설사가 있었다. 이곳 관계자는 "TNPI란 회사는 들어본 적 없다"며 "저희가 이 자리에서 수년째 사업을 해왔다"고 말했다./주현웅 기자

권 후보자 형제가 이끌던 ㈜TNPI가 계속 사업에 실패하자, 대한방직과 아세아세라텍 등이 보다못해 직접 경영에 나섰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대한방직이 인수한 뒤 ㈜TNPI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까지도 진행 중인 사업이 없고, 홈페이지도 폐쇄된 상태다.

<더팩트>가 등기된 주소로 직접 찾아가보니 사무실에는 ㈜TNPI가 아닌 다른 건설사가 입주해있었다. 이곳 관계자는 "㈜TNPI란 회사하고는 전혀 무관한 곳이며, 들어본 적도 없는 기업"이라면서 "저희가 이 자리에서 수년째 사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의 다른 관계자들도 같은 대답을 들려줬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TNPI는 사실상 서류로만 존재하는 회사로 봐야 한다"며 "기껏 경영권을 가져와 놓고 페이퍼컴퍼니로 운영하는 일은 상식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페이퍼컴퍼니더라도 경영권 이전에는 당연히 대가 지급이 있어야 한다"면서 "어느 쪽의 요청으로, 얼마에, 왜 경영권을 얻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면의 인수 조건이 있는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일각에선 권 후보자와 설범 대한방직 회장의 인연에 주목하지만 확인된 근거는 없다. 고교 동창인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설 회장은 2011년 국회의원이던 권 후보자에게 500만 원을 후원해 초과기부자 명단에 올랐다. 2017년 횡령 혐의 등으로 고소를 당하자 권 후보자가 속한 법무법인 바른에 변호를 맡긴 바 있다.

<더팩트>는 ㈜TNPI 사내이사 이 씨에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 경위’ 등을 물었으나 대답을 듣지 못했다. 기자 신분을 밝히자 전화를 끊었다. 메시지에도 답하지 않았다. 권 후보자의 동생 역시 답변을 주지 않았다. 권 후보자의 형과 동생은 현재 비알콜음료 도매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지난 7일 수사에 착수했다. 1년 전 설 회장의 배임 등 사건으로 접수돼 각하됐지만, 대한방직 현직 감사와 소액주주들이 '대한방직이 권 후보자 형제에게 돈을 댄 새로운 의혹이 있다'는 취지로 낸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고발인들은 "㈜TNPI 주식을 액면가의 3배를 주고 산 이유와 TNPI홍콩(HK) 투자를 전액 손실로 처리한 과정 전반이 불투명하다"며 "권 후보자의 형제들이 새로 차린 회사의 자본금 출처 역시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법을 저지르고도 법망을 빠져나간 데에 권 후보자가 뒷배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권영세 후보자 측은 "대한방직 등의 TNPI 투자나 경영권 인수는 기업 자체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후보자와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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