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만원대 주식 1000원에 매각?…권영세, 석연찮은 재산신고
입력: 2022.04.18 06:30 / 수정: 2022.04.18 22:04

두 딸과 형제기업 주당 1000원 매입…3만 9000원까지 상승 뒤 매입가로 신고

2013년 주중대사 발령 뒤 재산을 축소 신고한 정황이 파악된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남윤호 기자
2013년 주중대사 발령 뒤 재산을 축소 신고한 정황이 파악된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013년 주중 대사 임명 당시 재산을 축소신고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파악됐다. 형제들이 설립한 비상장 기업에 자녀와 함께 투자해 수십 배 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되지만 매입가로 팔았다고 신고했다.

1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권 후보자의 친형과 친동생은 2012년 2월 ‘㈜TNPI홍콩’ 법인을 세워 현지 카페 사업을 준비했다. 권 후보자와 두 딸은 당시 주당 1000원에 이 회사 주식을 샀다. 권 후보자가 3만 주를 매입해 3000만 원, 두 딸은 각각 1만 주씩 사들여 총 2000만 원을 투자했다.

TNPI홍콩은 설립 석달 만인 그해 5월 카페 프랜차이즈 커피빈의 중국(상하이 제외) 사업권을 인수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홍콩 사업권도 취득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투자자들을 유치하며 자본금 확보에 나섰다.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의 현지 사업권을 독점한 만큼 주가 상승이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권 후보자는 2013년 6월 주중 대사에 임명되면서 차익없이 주식을 매각했다고 신고했다. 당시 공개된 그의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권 후보자와 두 딸은 이를 매입가 그대로인 주당 1000원에 팔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서울 압구정동 집값이 2억8000만여 원 떨어져 총 재산도 그만큼 줄었다고 신고했다.

권 후보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주중대사로 임명되고 이해충돌 여지가 있어 2013년 6월 초쯤 처음 산 가격대로 주당 1000원에 팔았다"며 "이때는 TNPI홍콩에 투자가 들어오기 전이며, 비상장 주식이라 주식 가치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제가 매각한 이후에야 외부 투자가 유입돼 3만 원 후반대에 거래된 것으로 들었다"고 부연했다.

2013년 공개된 권 후보자의 재산 내역에 따르면, 권 후보자와 두 딸은 이를 매입가 그대로인 주당 1000원에 팔았다고 고지했다. 오히려 서울 압구정동 집값이 2억8000만 원여 떨어져 총 재산도 그만큼 줄었다고 신고했다./관보
2013년 공개된 권 후보자의 재산 내역에 따르면, 권 후보자와 두 딸은 이를 매입가 그대로인 주당 1000원에 팔았다고 고지했다. 오히려 서울 압구정동 집값이 2억8000만 원여 떨어져 총 재산도 그만큼 줄었다고 신고했다./관보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권 후보자의 말대로 2013년 6월 TNPI홍콩의 주가가 1000원이었다면 그 외 주주들의 투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회사 주식은 권 후보자가 주중대사로 발령받기 약 1년 전부터 이미 4만 원 가까이로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가 확보한 2015년 기준 TNPI홍콩 주주명부를 보면 ‘가비합자조합’, ‘가비2합자조합’, ‘가비3합자조합’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3만8973원, 3만8929원, 3만8996원에 주식을 매입했다. 매입시점은 2012년으로 보인다. 그해 7월 설립된 이들 조합은 결성 목적 자체가 TNPI홍콩 투자였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된 조합은 설립되자마자 투자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라며 "뚜렷한 목표를 갖고 만들어진 곳인데 기다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2년 5월 커피빈 사업권 인수라는 호재 전후로 3만 원 후반대의 거래가가 형성됐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상장사와 다르게 비상장 주식은 한 번 가격 평가가 이뤄지면, 이후에도 비슷한 선을 유지한다"며 "TNPI홍콩 역시 커피빈 사업권 인수 후 3만 원 후반대에 거래가 됐다면, 그 이후에는 비록 악재가 있어도 유사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권 후보자가 주중대사로 부임하고 3개월 뒤인 2013년 9월 TNPI홍콩은 ‘자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커피빈 본사에서 사업권 해지 통보를 받았다. 주가 상승과 새 투자자를 유인할 요소는 오히려 사라졌다는 의미다. 자신이 매각한 뒤에야 외부 투자를 받아 주식도 올랐다는 권 후보자의 설명과도 어긋난다.

실제 권 후보자가 1000원에 팔았다면 주식을 사들인 쪽은 9억원 이상의 증여세를 내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법에 따르면 주식을 시장가대로 거래하지않고 싼값에 매도하면 그 차익분은 증여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권 후보자는 "구체적 사항들은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세금 등의 문제는 합법적으로 다 처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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