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교사 징계 '쉬쉬'…피해자에도 비공개 논란
입력: 2022.04.19 05:00 / 수정: 2022.04.19 06:44

“성 문제 아니면 공개 의무 없어”…아이는 전학

경기도교육청이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며 피해 아동의 학부모에게도 징계 사항을 비공개해 가해자를 우선한 조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픽사베이
경기도교육청이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며 피해 아동의 학부모에게도 징계 사항을 비공개해 가해자를 우선한 조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픽사베이

[더팩트ㅣ주현웅·광명=이상묵 기자] 교육청이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의 징계 결과를 피해 아동의 학부모에게 비공개해 논란이 일고있다. 당국은 판결이 선고되지 않았고 공개할 법적 근거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학부모는 가해자 권리만 존중한다며 반발한다.

18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광명시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담임의 정서적 아동학대 사건 가해교사 징계절차를 최근 마무리했다. 하지만 처분 결과를 피해아동 보호자에게도 알리지 않겠다는 방침이라 갈등을 빚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6월 학부모가 초등학교 3학년 자녀와 교사의 대화 내용을 확인하며 불거졌다. 부모는 두 달 전부터 자녀가 ‘선생님이 무섭다’며 소변도 못 가리는 등 불안증세를 보이자 학생의 주머니에 녹음기를 넣어 현장 상황을 녹음했다.

녹취에는 담임 교사가 아이에게 "최고 나쁜 어린이"라며 수차례 망신을 주고, 체육 시간에는 혼자 교실에 남겨둔 채 바깥에 나가는 등 10살 제자를 정서적으로 괴롭힌 정황이 담겼다. 아이가 상담실에 다녀오겠다고 하자 교실에서 내쫓으려고도 했다.

해당 교사는 아동보호법 17조 위반에 따른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로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재판을 받는 중이다. 법원에는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이 학교에는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교육청 청사./ 경기도교육청
경기도교육청 청사./ 경기도교육청

문제는 교육청의 조치다. 경찰·검찰 수사가 끝난 후 가해 교사의 징계 절차를 마무리했으나 처분 사항은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아동학대의 경우 성(性)과 관련한 문제가 아니라면, 징계 사항을 학부모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교사의 개인정보 보호 일환으로 비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언론이나 피해자 가족이 다른 경로로 징계 내용을 파악한 후 사실인지를 물으면 확인해줄 때가 간혹 있다"면서도 "재판 결과가 안 나온 상황에서는 공개하기가 곤란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학교 측도 징계 내용은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학교는 녹음기를 넣어둔 학부모의 행위를 놓고 지난해 교내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교권침해’로 결정한 바 있다. 사건이 언론을 통해 공론화하자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현재는 학부모가 교육청에 제기한 교권침해 결정 취소 행정심판에서 ‘정당한 결정’이라는 취지로 맞서는 중이다.

<더팩트>가 입수한 행정심판 답변서에서 학교 측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자녀가 그 녹음에 동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학교 구성원 모두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서 아동보호를 최우선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녹음 외에는 범죄행위를 밝혀내기 어려웠다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고 항변했다.

피해 아동의 학부모는 "공기업만 봐도 비위를 저지른 임직원의 감사 처분 사항이 공시되는데, 공교육 교사가 공무 수행 중 벌인 사건은 개인정보 보호를 들어 징계 내용을 감춘다면 앞뒤가 안 맞는 행정"이라며 "학부모는 교권침해 분쟁에 휘말리고 아이는 결국 전학을 가게 됐는데, 가해자 권리가 우선시되는 듯해 비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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