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월호 침몰 규명 80% 왔다…'외력' 정체 밝힐 때"
입력: 2022.04.16 08:00 / 수정: 2022.04.16 14:52

'머나먼 세월호2' 펴낸 권영빈 변호사·심인환 책임연구원

권영빈 변호사(사진)와 심인환 서울대 해양시스템공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외인설을 세월호 침몰원인으로 본다/임세준 기자
권영빈 변호사(사진)와 심인환 서울대 해양시스템공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외인설'을 세월호 침몰원인으로 본다/임세준 기자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불법 증·개축으로 복원력이 나빴던 노후 대형 여객선이 조타 문제로 급격하게 우회전했다. 고박이 부실했던 화물칸 화물이 미끄러져 한 쪽으로 쏠리자 배는 복원력을 회복하지 못 한 채 쓰러졌고 침수가 진행돼 결국 침몰했다.

세월호참사가 16일로 8주기에 이른 오늘도 적지않은 사람들이 사실로 알고있는 침몰원인, 즉 '내인설'이다. 이제 진상규명을 말하면 피로감을 느낀다고들 한다. 두 번의 검찰 수사와 한 번의 특검 수사 등을 비롯해 할만큼 하지 않았느냐고 미간을 찌푸린다. 진정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의 전말은 밝혀진 것일까.

권영빈 변호사(법무법인 한결)와 심인환 서울대 해양시스템공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말한다. 2017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대중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내인설'이 아닌 '외인설'을 확신한다. 세월호는 선박 외부의 힘으로 침몰했다는 것이다.

2018년 8월 선체조사위 활동이 끝난 지 벌써 4년. 이들은 최근 '머나먼 세월호2'라는 책을 냈다. 과연 세월호는 왜 가라앉았으며 왜 이들은 이 시점에서 담론을 다시 꺼낸 것일까. 풀리지 않는 의문을 품고 권 변호사와 심 연구원을 만난 날, 때마침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솔레노이드 밸브(유압조절장치) 고착'은 침몰원인과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낸 사실이 전해졌다. 인터뷰는 자연스레 여기부터 시작됐다. (답변은 권 변호사와 심 연구원을 구별하지 않고 종합해 싣는다./편집자주)

-사참위가 솔레노이드벨브 고착은 침몰원인과 연관성이 적다고 결론내렸는데 어떤 의미인가.

내인설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게 솔레노이드 밸브다.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을 참사를 부른 일종의 '트리거'로 봤다. 그런데 그게 사라지면 내인설을 설명할 방법이 막막해진다. 세월호 자체 힘으로 배를 급회전시키는 일은 불가능했다고 정리된 걸로 볼 수 있다. (배의 방향타를 돌리는 역할을 하는 솔레노이드 밸브는 기름이 끼이는 등 이유로 고착되면 비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세월호가 사고 당시 오른쪽으로 급회전한 원인으로 꼽혔다. '내인설'이 출발하는 전제였다.)

-권 변호사는 2015년 1기 특조위 때부터 활동했다. 처음부터 '내인설'을 믿지 않았나.

세월호는 출항할 때는 물론 운항 내내 동일한 조건이었고 4월16일보다 조건이 더 안 좋은 날도 있었다. 감사원 조사를 보면 사고당일보다 화물을 더 많이 실은 날도 많다. 그런데 하필 그날, 그 진도 앞바다에서 사고가 일어났을까 의문을 가졌다. 다만 내인설을 반박할 만한 자료가 없었다. 어쨌든 외력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정부 발표를 일방적으로 믿지는 않았지만 다른 해석을 낼 근거는 없었다.

권영빈 변호사와 심인환 서울대 해양시스템공학연구소 책임연구원(사진)은 외인설을 세월호 침몰원인으로 본다./임세준 기자
권영빈 변호사와 심인환 서울대 해양시스템공학연구소 책임연구원(사진)은 '외인설'을 세월호 침몰원인으로 본다./임세준 기자

-어떤 계기로 문제의식을 느꼈나.

2017년 인양한 세월호를 보니까 뭔가 좀 이상했다. 리프팅빔 사이로 선체에 상처도 보이고 터진 데도 있었다. 핀안정기(스태빌라이저)의 과도한 비틀림을 발견한 게 결정적이었다. 배 자체로는 그런 현상을 만들 수 없다. 해저에 꽂히며 비틀렸다는 주장도 있지만 잘 설명이 잘 되지 않았다. (내인설 외에)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외인설의 근거 중 가장 명백한 것은 무엇인가.

역시 핀안정기가 과도 회전한 것이다. 2017년 5월 초 목포신항에 인양된 세월호에서 핀안정기를 처음 봤을 때 이상하더라. 왼쪽 핀안정기가 잘린 흔적이 있고 크게 비틀린(최대각도 25도인데 50.9도까지 돌아간) 상태였다. 다음으로는 세월호 화물칸 차량 블랙박스다. 블랙박스를 보면 화물차가 공중부양하는 장면이 나온다. 화물차가 공중에 떴다는 것은 외부 충격이 있었다는 걸 말한다. 내인설은 먼저 배가 기울고 화물이 미끄러져 배를 눌렀다고 주장하는데 실상은 달랐다. 블랙박스에 나오는 화물칸 천장 쇠사슬의 기울기로 추정한 결과 5~6초 만에 배의 급경사가 이뤄진 것도 발견했다.

-무엇이 세월호에 그정도 외력을 가했을까.

-당시 선체조사위 외력검증TF가 외력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짓고 그 정체를 밝힐 단계였던 2018년 8월 선체조사위 공식 활동기간이 끝났다. 저희는 특조위 전원위원회에서 일차적으로 잠수함 추돌이 추정된다고 말씀드렸다. 당시 용역 보고서에서 화물차가 공중부양되려면 80톤의 힘이 가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생물이나 어구로 볼 수 없는 힘이다. 힘의 양과 방향이 특정되면 공학적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선원 중에 날개(핀안정기)에 뭔가 걸린 것 같다고 진술한 사람도 있다. 리프팅빔을 떼어내고 직립한 세월호 좌현을 보니 바깥 쪽에서 힘이 작용한 손상이 있었다. 기관실 쪽은 내부 장치는 그대로이고 철판이 가장 두꺼운데도 가장 많이 찢어졌다. 다만 구체적인 외력의 정체를 규명할 책임있는 조사로는 나아가지 못 했다.

-현재 '내인설'과 '열린안'(외인설)으로 압축된 상태인데 앞으로 더 밝혀야 할 것은.

현재 내인설은 기각됐다. 솔레노이드밸브 고착 주장도 근거없다고 판명됐다. 열린안은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세월호 참사가 외력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을 밝혀낸 것이다. 앞으로 외력의 정체가 무엇인지, 외력이 세월호에 어떻게 작용해서 사고가 났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2017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대중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내인설 대신 외인설을 유력하게 본다./임세준 기자
2017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대중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내인설' 대신 '외인설'을 유력하게 본다./임세준 기자

-이제 원인규명은 할 만큼 했다는 여론도 사실 없지않다.

세월호 참사는 유족과 피해자 뿐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도 치유받아야 할 상처로 남았다. 상처가 치유돼야 사회적 통합이 이뤄지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 교훈을 통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같이 구상할 수 있다. 원인 규명은 80% 정도 됐다고 본다. 조금 더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하면 90~95%까지 갈 수 있다. 지금까지 해온 것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마무리를 하면된다. 괴담이나 음모론으로 치부하고 마음의 문을 닫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머나먼 세월호2'를 읽어줬으면 좋겠다. 선체조사위 활동 끝나고 4년이 지났는데 침몰원인 규명이 새롭게 나아간 게 없다. 사참위도 기대할 게 없고, 지난해 여름 세월호 특검이 맹탕으로 끝난 걸 보고는 선체조사위 활동 결과를 제대로 정리해서 국민에게 알릴 필요를 느껴 썼다.

-곧 출범할 새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부에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좀 아쉬웠다. 세월호참사는 우리사회 안전과 재난방지의 바로미터다. 새 정부가 누구라도 우리사회에서 대형재난이 반복되지 않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교훈을 얻으면 좋겠다.

권영빈 변호사에게 2014년 4월16일은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로비 TV에서 본 '전원구조' 속보의 기억에서 시작한다. 매일 생중계되는 구조 현장을 밤새 지켜봤다. 어느 순간부터 화면 오른쪽 상단의 구조자 사망자 통계 숫자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 뭔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받은 국민 모두 또 다른 권영빈이자 심인환이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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