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감사 결과 규탄, 공단에 공식사과 요구…“수사의뢰할 것”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는 5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단은 수험생을 상대로 한 범죄행위에 사과하라"고 외쳤다./주현웅 기자 |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조작된 점수 말고 원래 점수를 돌려주십시오."
지난해 치러진 세무사시험의 공무원 특혜 의혹이 일부 규명됐으나 피해를 본 수험생들은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몇몇 수험생은 3달가량 기다려온 고용노동부 감사 결과를 놓고 곁가지 사실만 드러났을 뿐 구제책은 실효성조차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는 5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단은 수험생을 상대로 한 범죄행위에 사과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공단 사옥을 등진 채 ‘청년 불공정 누가 책임지나’ 등이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황연하 세시연 대표는 "김빠진 감사 결과를 내놓은 정부에 크게 실망했다"며 "부정 의심 사례가 거의 10가지에 달하는데 가장 배점이 낮은 4점짜리 물음만 다시 채점해야 한다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공단이 사과부터 해야한다"면서 "사태를 일으킨 관련자 고발도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험생들은 전날 노동부 감사 결과를 규탄하고 공단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모였다. 감사 결과 ‘세법학1부 과목 4번 문제 중 3번 물음’ 채점에 문제가 발견됐다. 같은 답안에 다른 점수가 부여됐다. 출제자 선정도 규정 위반으로 이뤄졌다. 이에 해당 물음 재채점과 출제자 선정 담당자 등 6명의 징계 조치가 결정됐다.
하지만 세시연은 이를 ‘부실감사’로 규정했다. 세법학1부 과목 전반에 걸쳐 부정으로 의심되는 문항이 여럿이다. 현직 세무공무원 및 세무사 등 실무자만 이용 가능한 모 민간 사이트에 먼저 실린 문제와 거의 비슷한 것도 있다. 그 외에도 전문가들이 모호한 문구와 정답 오류를 지적한 문항이 더 있다. 또 재채점 대상이 된 물음도 배점이 4점에 그쳐 구제의 폭은 상당히 좁을 것이란 분석이다.
논란이 된 문항 출제자에 대한 조치도 없었다. 세시연은 세법학1부 과목을 출제한 모 교수를 특정해 지난달 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감사 징계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출제 합숙 기간 중 인터넷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으나, 노동부는 ‘인터넷 사용대장 확인 결과 접속기록이 없다’고 설명했다.
세시연 관계자는 "해당 교수가 쓴 글은 인터넷에 버젓이 존재하는데 접속기록이 없다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황당하다"며 "노동부의 감사 결과가 수험생들이 직접 제보를 취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보다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실제 노동부의 주요감사 항목으로 명시된 8가지는 전부 수험생들 제보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수험생들이 모인 이유는 전날 노동부 감사 결과를 규탄하고 공단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서다./주현웅 기자 |
수험생들의 집회는 순탄치 못했다. 집회 도중 한 중년 남성이 시끄럽다며 거친 욕설을 내뱉고 달려들어 행사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경찰이 말린 뒤에야 가까스로 재개했으나, 주변엔 벚꽃 구경 나온 시민들뿐 취재진은 거의 없었다. 세상에 누구 하나 이들 편이 없다는 듯한 인상에 설움을 토로한 목소리가 따랐다.
이날 집회 참석자 중에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도 있었다. 그는 "아내를 간신히 설득해 잠을 줄이고 주말엔 아이들과 놀아주지도 못하며 공부에 매진했는데 이런 상황을 맞아 참담하다"며 "가족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바친 3년여 노력이 정부 기관의 기만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고 하소연했다.
다음달 1차 시험을 앞둔 30대 한모 씨는 "그동안 밤샘 공부했지만 돌아온 것은 패배감"이라며 "어떤 때는 열심히 공부하기보다 소송 등에 따른 구제가 더 빠른 합격의 길이 아닐까 혼란스러워 잠을 설치는 등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세시연은 노동부 감사 결과를 토대로 공단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또 감사원 감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감사를 청구받은 감사원은 그동안 노동부 감사 결과를 참고해 착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작년 9월 치러진 2차 세무사시험에서는 세법학1부 과목의 과락율이 82%에 달해 논란이 일었다. 최근 5년 평균 38%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20년 경력 이상 세무공무원은 면제받는 과목이라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일반 수험생이 탈락한 자리는 세무공무원이 대거 꿰찼다. 공무원 합격률은 21.39%로 지난 5년 평균 합격률 2.53%의 약 10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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