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시험 일부 부실 확인…수험생 분노 풀기엔 역부족
입력: 2022.04.04 16:53 / 수정: 2022.04.04 16:53

같은 답안에 다른 점수, 구제 대상 적을듯…세시연, 항의집회 예고

지난해 치러진 세무사시험의 공무원 특혜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 재채점 등 피해 수험생에 대한 구제 조치가 이뤄지지만 수험생들 사이에선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세무사시험의 공무원 특혜 의혹을 제기한 ‘세무사시험개선연대’(세시연)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때 모습./더팩트DB
지난해 치러진 세무사시험의 공무원 특혜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 재채점 등 피해 수험생에 대한 구제 조치가 이뤄지지만 수험생들 사이에선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세무사시험의 공무원 특혜 의혹을 제기한 ‘세무사시험개선연대’(세시연)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때 모습./더팩트DB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지난해 치러진 세무사시험의 공무원 특혜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 재채점 등 피해 수험생에 대한 구제 조치가 이뤄진다.

다만 논란이 일었던 문항은 여럿인데 재채점은 1개 문항만 적용돼 구제의 폭은 상당히 좁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유료사이트에서 문제를 베껴 출제했다는 등의 의혹은 해소되지 않아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수험생들은 부실감사를 지적한 한편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찾아가 항의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 1개 물음 재채점, 공단 6명 징계

고용노동부는 10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작년에 시행한 제58회 세무사시험의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20일 감사에 착수해 3개월여 만이다.

감사결과 ‘세법학1부 과목 4번 문제 중 3번 물음’ 채점에 문제가 발견됐다. 같은 답을 쓰고도 점수를 다르게 매겼고, 채점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검토하는 과정도 없었다.

출제자 선정도 지적 받았다. 업무 담당자가 전산선정시스템에 따른 위촉 우선순위를 어기는 등 출제위원 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노동부는 응시생 전원의 해당 물음 답안지를 다시 채점하고 보완방안을 마련하라고 공단에 요구했다.

출제위원을 규정대로 위촉하지 않은 담당자 및 상급자 총 6명은 징계 등 신분상 조치를 하도록 했다. 기관 전체의 책임을 인정해 공단에 ‘기관경고’도 내렸다.

단 출제·채점을 직접 한 당사자들의 징계는 요구하지 않았다.

이밖에는 위법·부당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 감사의 핵심은 일반 응시생의 합격률을 낮추기 위한 의도적 조작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였으나, 노동부는 ‘단순 난도조절 실패’로 판단했다.

노동부는 "과목별 출제위원 전원이 각 문제의 난이도 적정성 및 오류 여부 등을 합동으로 검토한다"며 "출제위원 단독으로 난이도 등을 조작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유료사이트 문제 베끼기’ 의혹도 입증되지 않았다. 세법학1부 과목 4번 문항 2번 물음의 경우 현직 세무공무원 및 세무사 등 실무자만 이용 가능한 모 민간 사이트에 먼저 실린 문제와 매우 비슷하다는 논란이 있었다.

노동부는 "해당 문항 출제위원은 인용 의혹이 있는 유료사이트를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출제 시 인터넷 사용대장 확인 결과 공단 관계자 및 출제위원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한 사실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세시연은 오는 5일 공단 서울본부에 찾아가 항의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사진은 세시연이 시험 불공정을 비판하며 주관사인 산업인력공단에 근조화환을 보낸 모습./더팩트DB
세시연은 오는 5일 공단 서울본부에 찾아가 항의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사진은 세시연이 시험 불공정을 비판하며 주관사인 산업인력공단에 근조화환을 보낸 모습./더팩트DB

◆ 수험생들 "부실감사"…집단행동 나서기로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 등 일반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비판이 쏟아진다. 재채점 대상이 된 문항의 배점이 100점 중 4점에 그치기 때문이다. 당초 세시연은 세법학1부 과목의 3,4번 문제 전체를 다시 채점할 것을 요구해왔다. 문구가 모호하고 정답 자체도 오류인 문항이 여럿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료사이트에서 문제를 베꼈다는 의혹을 확인하지 못한 대목을 놓고는 ‘부실감사’라는 성토가 나온다. 세시연 한 관계자는 "숫자만 다르고 사례의 이야기와 요구하는 답안이 똑같은 수준인데도 베끼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며 "감사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세시연은 5일 공단 서울본부에 찾아가 항의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세시연측은 "부적격 출제위원이 낸 문제에서 배점이 가장 낮은 물음 하나 재채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수험생이 눈물을 흘릴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어 "공단 서울본부에 찾아가 공식 사과 요구는 물론 문제 연루자들에 대한 고발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세법학 1부 전체 재채점 등도 꾸준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관심사는 구제될 인원과 감사원의 감사 여부다. 재채점 대상이 응시생 전원의 답안인 만큼 결과에 따라 현재 합격자가 불합격자로 바뀔 가능성도 거론된다. 감사원의 경우 고용노동부 감사결과를 참고해 감사 돌입을 결정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번 노동부 감사결과에서 의혹 일부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감사원이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난해 9월 치러진 2차 세무사시험에서는 세법학1부 과목의 과락율이 82%에 달해 논란이 일었다. 최근 5년 평균 38%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20년 경력 이상 세무공무원은 면제받는 과목이라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일반 수험생이 탈락한 자리는 세무공무원이 대거 꿰찼다. 공무원 합격률은 21.39%로 지난 5년 평균 합격률 2.53%의 약 10배 수준이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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