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이다] 초등학교 옆 '방석집'의 '두 얼굴'..."엄마, 저게 뭐야?"
입력: 2022.03.31 00:00 / 수정: 2022.03.31 00:00

학교 200m내 지역은 교육환경보호구역...일반음식점 등록한 '방석집' '바(Bar)' 등은 제약 없어

[더팩트ㅣ이덕인 기자] 서울 중랑구의 한 초등학교 앞. 대면 수업을 시작한 학생들이 부모님 손을 잡고 등교를 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아이들의 등굣길 뒤에는 일명 '방석집'이라 불리는 다방형 유흥업소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한 학부모는 이런 문제점 때문에 작년 이맘때쯤 청와대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A 초등학교 학부모: 1학년, 3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간판에 보석 이름 같은 게 많잖아요. (아이가) 간판을 보고 물어보더라고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더라고요. "음식점이라고 돼 있는데 왜 문이 작고 색깔이 저렇지?"라고 묻는데 난감했어요.]

22일 서울 중랑구의 한 초등학교 일대. 부모님 손을 잡고 등교하는 초등학생 뒤로 일명 방석집이 줄지어 있다./이덕인 기자
22일 서울 중랑구의 한 초등학교 일대. 부모님 손을 잡고 등교하는 초등학생 뒤로 일명 '방석집'이 줄지어 있다./이덕인 기자

이뿐만 아닙니다. 학교 주변에는 마사지숍과 노래연습장, PC방, 모텔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시설이 많이 있습니다. 근처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은 이런 업소들 사이로 등교를 하고 있습니다.

[A 초등학교 관계자: 아이들 등하교 할 때는 (방석집) 불이 다 꺼져있고, 밤 8시 넘어서 영업을 하더라고요.]

[이지원 B 중학교 학생: 유흥업소에서 아저씨들이 술 마시고 취해서 누워있기도 하고, 자기도 하는데요. 심할 때는 따라다니기도 하니까... (불쾌해요)]

현행법에 따르면 청소년의 심신발달과 학습환경 보호를 위해 학교 경계선부터 200m 이내 지역을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따라서 유흥업소나 숙박업소, 게임제공업소 등 유해시설의 설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방석집'이나 '바(Bar)' 같은 경우는 '교육환경보호구역'에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한 초등학교 앞에 나와있습니다. 여기서 유흥업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도착까지 2분 30초 정도 걸렸는데요. 여기 초등학생들은 주로 이 길을 이용해 하교를 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 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도 불편함을 토로합니다.

[C 어린이집 교사: 아이들과 실외활동 나왔는데 동네에 유흥업소가 있으면 보기에 불편하고 아이들 교육적으로 안 좋을 거 같아요.]

수원의 한 초등학교 일대 유흥업소 직원이 취재진에게 인원수를 물으며 칸막이 안 테이블로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 일대 유흥업소 직원이 취재진에게 인원수를 물으며 칸막이 안 테이블로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의 한 초등학교. 정문 바로 앞에는 전통시장이 있습니다. 시장에는 성인 다방과 노래연습장, 모텔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학교에서 200m도 안되는 거리에 방석집이 줄지어 있습니다. 업소들은 영업을 준비하고, 청소년들은 그 거리를 지나갑니다.

해가 지자 업소들의 간판 불이 켜집니다. 한 남성이 업소를 방문했다가 조금 뒤 다른 업소로 이동합니다. 취재진이 업소를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내부는 적색 조명으로 은은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칸막이가 있는 테이블이 3~4개 있는 구조입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저녁 식사 메뉴들도 있어요?]

[D 유흥업소: 네? (식사는) 안돼요.]

[기자: 여기 뭐 하는 데에요?]

[D 유흥업소: 술 마시는 곳이지 뭐예요.]

[기자: 메뉴 같은 게 있나요?]

[E 유흥업소: 제가 시켜 드릴게요. '회'라든지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면요.]

[기자: 도우미 같은 건 따로 없는 거예요?]

[E 유흥업소: 불러드릴게요. 몇 분이세요? 앉으세요. 여기는 다 똑같아요 술값도.]

학교 인근에 유흥시설이 자리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리얼돌' 등 새로운 방식으로 유흥을 즐기는 시설도 등장했습니다.

세금을 낮추기 위해 일반음식점이나 노래연습장으로 위장 등록하고 도우미를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기자 : 00초등학교 인근에 유흥시설이 많던데 인지하고 있는지?]

[수원시 장안구청 관계자: 파장동에 26곳에 (방석집 등이) 있는데 일반음식점으로 신고가 난 곳이에요. 학부모분들에게 (민원이) 많이 와서 저희가 경찰들과 점검을 많이 나갔어요. 이걸 근절할 수가 없는 상황이잖아요. 이게 다 불법은 아니었으니까 일반음식점이라서.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뾰족하게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거리를 장악한 유흥시설들로 인해 청소년에게는 정서적, 신체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의 건강한 성문화를 위해 지자체와 정부의 많은 관심과 긍정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임세준·윤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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