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대표가 그래서야”…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연대 손길
입력: 2022.03.28 15:20 / 수정: 2022.03.28 15:20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무릎 사과 “정치인으로서 책임 통감”

28일 오전 진행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역 시위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잘못된 발언들을 바로잡고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로 채워졌다./주현웅 기자
28일 오전 진행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역 시위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잘못된 발언들을 바로잡고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로 채워졌다./주현웅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곧 집권여당이 될 정당 대표라면 말의 무게를 깊이 생각하고 헤아리길 바랍니다."

28일 오전 진행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역 시위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로 채워졌다.

전장연은 이날도 3호선 경복궁역에서 4호선 혜화역까지 승하차를 반복해 이동하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경복궁역에서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처음 시위에 동참했다. 이밖에도 여러 청년·시민사회 단체가 참여해 전장연에 힘을 실었다.

안내견 '조이'와 함께 온 김 의원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무릎을 꿇기도 했다. 김 의원은 "공감할 수 없고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정치권을 대신해 사과드린다"며 "출퇴근에 불편함을 느끼신 시민분들께도 죄송하다"고 연신 용서를 구했다.

김 의원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으로 지난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다. 이날은 전장연에 공감을 표현하고, 이 대표의 최근 발언들은 당론이 아니라는 점 등을 강조하기 위해 함께 했다고 알려졌다.

장 의원은 이 대표를 직접 거론하며 "차기 여당의 당 대표가 모욕적이고 폄하적 발언을 반복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있는 안철수 위원장과 윤석열 당선인도 와야 할 자리가 이곳"이라며 "시위에 찾아오거나 공식적이고 책임 있는 면담을 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오른쪽)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로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시위를 함께한 뒤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오른쪽)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로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시위를 함께한 뒤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이 대표를 향한 성토가 반복된 이유는 그의 최근 발언들 때문이다. 지난 25일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100%가 아니라는 이유로 계속 서울시민을 볼모로 삼는 방식은 지속되기 어렵다"며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요원을 적극 투입해 수백 만 승객이 특정 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또 이틀 뒤에는 "(전장연 지하철 시위와 관련)순환선 2호선은 후폭풍이 두려워서 못 건드리고 3호선, 4호선 위주로 지속한다"며 "그 이유는 결국 하루에 14만 명이 환승하는 충무로역을 마비시켜서 X자노선인 3,4호선 상하행선을 모두 마비시키려는 목적"이라고도 했다.

이에 도착지인 혜화역에서는 이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는 식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혜화역에서의 투쟁은 1999년 장애인 이규식 씨의 리프트 추락사고를 잊지 않고, 여전히 못 이룬 뜻을 잇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그저 열차를 마비시키려는 목적으로 집회를 한다는 이 대표의 말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해지 ‘청년하다’ 대표는 "이 대표는 서울시 등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해 이미 약속하지 않았냐고도 말했는데 의미 없다"며 "매번 선거를 앞두고 말로만 약속할 뿐 가장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이행"이라고 꼬집었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는 리프트 와이어가 끊어져 장애인 1명이 추락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쳤다. 2002년 발산역, 2008년 화서역에서도 리프트 사고로 장애인들이 숨졌다. 2017년에는 신길역 통로를 지나던 한경덕 씨가 계단과 근접 거리에 있는 리프트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 바퀴가 계단에 걸려 추락사한 일도 있었다./주현웅 기자
2001년 오이도역에서는 리프트 와이어가 끊어져 장애인 1명이 추락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쳤다. 2002년 발산역, 2008년 화서역에서도 리프트 사고로 장애인들이 숨졌다. 2017년에는 신길역 통로를 지나던 한경덕 씨가 계단과 근접 거리에 있는 리프트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 바퀴가 계단에 걸려 추락사한 일도 있었다./주현웅 기자

실제 장애인들의 이동권 요구는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전장연의 집회 장소가 혜화역이 된 계기를 마련해준 이규식 씨의 1999년 리프트 추락사고는 불행하지만 의미 있는 사건으로 꼽힌다. 당시 서울지하철공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이 씨의 손을 들어주며 이동권을 처음 인정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사고는 그 후에도 반복됐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는 리프트 와이어가 끊어져 장애인 1명이 추락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쳤다. 2002년 발산역, 2008년 화서역에서도 리프트 사고로 장애인들이 숨졌다. 2017년에는 신길역 통로를 지나던 한경덕 씨가 계단과 근접 거리에 있는 리프트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 바퀴가 계단에 걸려 추락해 숨진 일도 있었다. 이들 역사 전부 장애인 사망 등 중대사고가 벌어진 뒤에야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전장연 관계자는 "이동권 보장을 수십 년 외쳤지만 제대로 된 약속과 예산 보장도 되지 않은 현실"이라며 "계속 절규하는 장애인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은 채 곧 여당의 대표가 될 사람이 대화보다는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에 참혹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혐오와 차별에 무릎 꿇지 않고 앞으로도 ‘모든’ 시민의 자유를 위해 동료 시민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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