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2명 구속됐는데 ‘미온 대처’…尹 이후 노정관계 어디로
입력: 2022.03.26 00:00 / 수정: 2022.03.26 00:00

노동계와 소통 난기류…양대 노총은 투쟁 예고

다가올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노동계와의 관계 설정이다. 사진은 윤 당선인이 지난 2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손경식 경총 회장과 인사하는 모습./국회사진취재단
다가올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노동계와의 관계 설정이다. 사진은 윤 당선인이 지난 21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 6단체장과의 오찬 회동에 앞서 손경식 경총 회장과 인사하는 모습./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노동계와의 관계 설정이다. 윤 당선인이 아직은 노동 분야의 구체적 국정과제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공약대로라면 임금체계와 근로시간 등을 상당하게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는 좋지 않다. 양대 노총이 ‘노동정책 후퇴’를 비판하며 벌써 쓴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노총은 ‘5년 동안 중단 없이 투쟁하겠다’고도 밝혔다. 일각에선 윤 당선인과 노동계가 만나야 한다고 제안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 주 100시간 노동, 가능성 열렸다

"한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윤 당선인은 대권 주자였던 지난해 7월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해 구설에 올랐다. ‘업계 특성에 따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하자는 의미’였다는 해명이 뒤따랐으나 앙금은 남았다.

주 120시간 노동은 평일 내내 24시간씩 일해야 나오는 숫자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노동 시간이다.

그래도 노동계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윤 당선인의 구체적 노동정책은 구체적이지 않지만 공약만 보면 과노동에 임금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정착 △직무가치 및 성과 반영 임금체계 개선 △정규직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포함 등 노동 분야에서 4가지를 공약했다.

이들 중 노동계가 가장 우려하는 사항은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와 ‘임금체계 개선’이다.

현재는 근로 시간을 1~3개월까지 유연화할 수 있다. 업종별로 최대 3개월 동안 일한 시간이 평균 주 52시간이 되면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윤 당선인은 이를 ‘20세기의 경직적 공장법 방식’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기간을 1년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론상으로는 더 오랜 기간 한주 100시간씩 노동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임금체계는 노사 합의를 거쳐 직무·직군·직급 및 성과 중심형으로 바꿀 계획이다. 현행 연공형 임금체계가 보수의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새정부 민주노총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새정부 민주노총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 양대 노총의 경고 "대화 나서라…5년 투쟁 나설 것"

물론 이런 공약들을 윤 당선인의 의지만으로 실행할 수는 없다. 근로기준법 등 개정이 필요하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또 성과형 임금체계 등은 박근혜정부 당시 노정 갈등을 최고조에 악화시켜 폐기된 정책이기도 하다. 박근혜정부 고용복지 수석 당시 이를 설계한 김현숙 숭실대 교수가 현재 인수위 정책특보로 가 있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와 노동계의 소통 필요성을 강조한다. 김홍영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새 정부는 현 정부와 비교해 노동 관련 사안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사·정 간의 대화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전국적 차원의 노·사·정 간의 대화뿐 아니라 지방 차원의 대화 등 다양한 형태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통해 노동 난제들을 해결하는 단초를 찾아내고, 노동과 산업사회에서 작용할 질서와 규범의 기초를 형성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당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지난 21일 인수위에 찾아가 윤 당선자인과 대화를 요구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동시간 유연화,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에 반대하며 윤석열정부 5년 동안 중단없이 투쟁할 것"이라며 "동시에 새 정부의 국정과제, 노동정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대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노정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지난 24일 경찰청의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경찰이 민주노총 집회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국민 불신을 초래했다"고 지적한 대목은 심상치 않다. 현 정부에서 김명환·양경수 2명의 위원장 구속 사태를 겪은 민주노총 내부에선 도발로 받아들이는 시선도 있다.

한국노총 분위기도 비슷하다. 대선 투표 직후 ‘국민통합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힌지 약 보름 만에 "임금체계 개편 논의 등은 충분한 대화를 통해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사용자 편을 들면 결국 노동계는 대화의 장에서 나와 투쟁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인수위 관계자는 "노동계와의 만남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을 뿐, 여건이 된다면 언제든 나설 수는 있다"며 "노동 정책과 관련해서도 곧 공약 때보다 구체적인 사항들을 발표하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노동 분야 메시지가 그동안 잘못 전달된 부분들이 적지 않았다"며 "오해를 산 부분도 충분한 설명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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