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청와대보다 시민 접근성 높아…경비단 증원 가능성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라 경찰도 새 경호 체계 구축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청와대 경호 맞춤형으로 30여 년 구축해온 시스템을 전면 재편해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국회사진취재단 |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라 경찰도 새 경호 체계 구축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청와대 경호 맞춤형으로 30여 년 구축해온 시스템을 전면 재편해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된 데다, 장소마저 아직 확정이 안 돼 고심이 깊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현재 청와대 경호는 서울경찰청 101·202경비단이 맡고 있다. 101경비단이 1선에서 대통령의 신변을 지키고 202경비단은 2선과 3선에서 건물 등 시설을 경호하고 있다. 지금의 청와대 형태를 처음 갖춘 1991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만큼 현 구조에 최적화된 경호 시스템이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추진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경호 시스템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청와대와 크게 다른 주변 지형은 물론 가용경력 숫자와 경찰 숙소 위치 등 사실상 모든 것이 변화 요소다. 경찰청은 진교훈 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통령실 이전 준비 치안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책을 논의 중이다.
문제는 다음 대통령 취임식까지 불과 40여 일 남았지만 새 집무실과 관저가 아직도 안 정해졌다는 점이다. 후보지가 집무실-관저를 한 공간에 둔 형태라면 혼란이 덜하겠지만, 각각의 위치가 다르게 거론되는 탓에 경찰로선 검토해야 할 경우의 수가 크게 늘었다. 현재 언급되는 용산, 통의동, 한남동, 서초동(아크로비스타) 전부가 분석 대상인 셈이다.
전직 청와대 대통령경호실 관계자는 "이전한 곳에 몇 명의 경력을 어떻게 배치하며 총기 장전 상태는 어쩔 것이고, 사복경찰을 둘 필요는 없는지 등 사소한 부분까지 전부 연구해서 바꿔야 한다"며 "어디로 갈지 아직도 안 정해진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찰은 101·202경비단 등의 인력 증원도 고민 중이라고 알려졌다. 집무실 경호와 관저 경호 인원이 별도로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주현웅 기자 |
경찰은 101·202경비단 등의 인력 증원도 고민 중으로 알려졌다. 집무실 경호와 관저 경호 인원이 별도로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선인 신분인 지금도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인근에는 경력이 배치됐으나, 기동대 등이 상당수 포함된 만큼 현직 대통령 경호팀과는 인적 구성이 다르다.
취임 후 관저 경호가 가장 까다로울 것이란 분석이다. 어느 곳으로 가도 현재 청와대보다는 시민과 대통령의 물리적 거리가 가깝다. 청와대 경내·외에 배치된 경찰들은 실탄을 소지하고 있는데, 새 관저에 배치될 경력도 마찬가지다. 시민과 접근성이 높은 지역에서 현재의 초고도 경계 태세를 어떻게 운영할지가 관건이다.
관저 근방 집회·시위도 문제다. 이 경우 실탄을 갖춘 경호경찰과 집회를 관리할 기동대 및 대통령 출퇴근을 도울 교통경찰이 한 데 뒤엉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일대를 집회·시위 금지구역으로 정할 수도 있겠으나 다툼의 소지가 있다. 지역 주민들의 일반 민원 등 정치적 사안과 무관한 집회·시위도 제한될 우려 때문이다.
경찰은 영국과 프랑스 등 대통령 집무실이 상대적으로 개방된 곳에 있는 해외의 사례도 분석 중이라고 전해졌다. 다만 이들 국가도 집무실과 관저가 붙어 있는 구조라 국내와 상황이 다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다"면서도 "경력 증원 여부 및 배치구조 등 전 사항에 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chesco12@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