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후진국'의 여가부 폐지…반려동물보다 정책 적어
입력: 2022.03.18 00:00 / 수정: 2022.03.18 00:00

성평등 정책 추진기구 설립 국가 194곳 ‘증가 추세’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여성가족부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이동률 기자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여성가족부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한 ‘여성가족부 폐지’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적어도 여가부 폐지를 논의하려면 대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평등 후진국인 국내 현실을 개선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적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도 성평등 관련 정부기구를 둔 상태다. 그렇지 않은 국가라도 성평등 정책은 다양한 형태로 작동하고 있다.

◆ 정치적 목적? 여가부 폐지 추진 이유는

여가부 폐지 이슈는 이명박정부를 시작으로 잊힐 만하면 또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그러나 부처를 없애도 누군가는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등의 이유로 무산돼왔다. 오히려 한국의 고질병인 유리천장 등 여성차별을 넘어, 최근에는 여성혐오 범죄도 사회 문제로 부각하면서 여가부 역할론은 주목도가 더욱 높아졌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한국의 성평등 순위를 156개국 중 102위로 평가한 꼴찌 수준의 조사결과는 잘 알려졌다. 같은 기간 유엔개발계획(UNDP)은 한국을 세계 11위의 성평등 국가로 평가했으나, 이미 알려진 대로 산출의 측정 지표 중 하나인 '청소년 출산율'이 유독 낮기 때문이란 분석이 대세다.

이런 현실에서 성평등 전담부처 폐지가 논의되자 논란도 거세졌다. 일각에선 윤 당선자가 해당 공약을 꺼내든 배경이 정치적 목적에 있지 않냐고 의심한다. 단순히 20대 남성의 지지를 얻기 위한 득표전략 아니냐는 의문이다.

실제 윤 당선자의 공약집을 보면 성평등은 과제로 인정하면서도 내용은 적은 편이다. 공약으로 △기업의 성별근로제 공시제 도입 △채용 전 과정 성비 공시 △부서별 성비 공시 △해고자 및 은퇴자 성비 공시 4가지를 제시했다. 전부 근로 관련 사항에 그친데다, 반려동물 공약도 8가지인 대목에 견주면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다.

<더팩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에 공약 외 검토 중인 성평등 정책 등 여가부 폐지의 대안을 질의했으나 대답을 듣지 못했다. 다만 윤 당선자는 후보 신분이던 지난 1월8일 페이스북에 "더 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닌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7일 오전 김한길 국민통합위워회 위원장의 마중을 받으면서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7일 오전 김한길 국민통합위워회 위원장의 마중을 받으면서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해외 대부분 성평등 기구 설치…"인기영합 논의 안돼"

한국여성정책연구원(KWDI)이 지난 16일 내놓은 ‘2021 성평등추진전략사업 : 지속가능 사회를 위한 성평등 의제 확산’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청년 3명 중 2명은 성평등 정책을 정부 주요 과제로 추진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28일∼6월 1일 전국 만 19∼29세 이하 남녀 1504명(남성 715명·여성 78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다.

여성은 83.6%, 남성은 50.1%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기업 임원 선출 시 여성할당제 도입에는 여성 68.7%, 남성의 26.1%가 찬성하는 등 남녀 인식 차이가 큰 항목도 없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성별 의견 차이가 높게 나타났으나 성평등 증진의 국정과제 추진은 응답자 3명 중 2명이 동의한다고 나타났다"며 "성평등 정책의 지속 추진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선진국 중에는 성평등 전담기구를 둔 곳이 많다. KWDI가 지난달 발간한 ‘국내외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성평등 정책 추진기구가 설립된 국가는 2008년에는 170개국, 2015년에는 191개국, 2020년에는 194개국으로 증가 추세다. 2020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와 같은 독립부처형이 160개국으로 가장 많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낸 ‘성평등 추진체계의 국내외 현황과 과제’ 보고서는 국가별 기관 운영 형태를 더 잘 보여준다. 영국·캐나다·스웨덴은 성평등부를 운영한다. 프랑스는 성평등·다양성·기회균등부를 운영 중이다. 독일·네덜란드는 여성·아동부 등이 있다. 일본은 ‘남녀공동참획국’이 내각부에 소속된 형태로 존재하지만 조직을 이끄는 특명담당대신이 장관급이다.

미국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기존 성평등추진체계를 더욱 보완하려고 백악관에 성평등정책위원회를 설립했다. 별도의 기관은 아니더라도 위원회 공동의장들의 역할이 크다. 성별과 관련한 사안을 다루기 위해 범정부 전략과 프로그램 및 예산 계획, 그리고 진행 상황을 평가하는 연례 보고서를 대통령에 제출해야 한다.

조사를 진행한 전윤정 연구원은 "여가부 폐지·확대·재편이 정치공학적 시각 또는 인기에 영합한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우리나라 정부조직의 성평등 추진체계로서 여가부와 양성평등담당관제도 등과 연관해 전반적인 성평등 정책의 추진, 실행, 효과 등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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