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갈등 확산…‘공무원 특혜 의혹’ 세무사시험 개정 논란
입력: 2022.03.04 05:00 / 수정: 2022.03.04 05:00

“과도한 혜택” vs “신뢰보호 원칙 깨트려

무사 자격시험의 공무원 면제 과목 축소를 골자로 한 법 개정을 놓고 세대갈등이 불거진 모습이다. 공정을 강조하며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수험생들과 다른 직렬과의 형평성 등을 주장하며 입법에 반대하는 세무공무원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세시연 제공
무사 자격시험의 공무원 면제 과목 축소를 골자로 한 법 개정을 놓고 세대갈등이 불거진 모습이다. '공정'을 강조하며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수험생들과 '다른 직렬과의 형평성' 등을 주장하며 입법에 반대하는 세무공무원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세시연 제공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세무사 자격시험의 공무원 면제 과목 축소를 뼈대로 한 법 개정이 세대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공정'을 강조하며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수험생들과 '다른 직렬과의 형평성' 등을 주장하며 입법에 반대하는 세무공무원들이 논쟁에 돌입했다.

4일 국회에 따르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지난달 22일 ‘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경력 세무공무원의 세무사시험 면제 범위를 1차 시험으로 제한하는 게 뼈대다. 현재 공무원은 1차 시험 전 과목과 2차 시험 절반의 과목을 면제받고 있다.

김 의원 등은 지난해 9월 치러진 2차 세무사시험의 공무원 특혜 의혹을 계기로 법 개정에 나섰다. 당시 20년 경력 이상 공무원이 면제받는 ‘세법학1부’ 과락율이 82%에 달했다. 최근 5년 평균 38%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반면 공무원 합격률은 21.39%로 같은 기간 평균 2.53%의 약 10배를 나타냈다. 일반 수험생이 탈락한 자리를 공무원이 대거 꿰찬 결과라 특혜 의심이 뒤따랐다.

수험생들과 공무원들의 분쟁은 개정안 내용이 국회 입법예고시스템에 게재되면서 가시화했다. 수험생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신속한 본회의 통과를 요구하지만, 공무원들은 정당한 보상을 가로채는 조치라며 문제를 제기한다.

한 수험생은 "공무원은 현 구조에서 이미 유리한 위치에 있는데도 부정 의심 행위의 수혜자가 됐다"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모두가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러 공정성을 담보하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전문성을 갖췄다면 똑같이 시험을 봐서 합격하면 될 일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세무공무원들이 오랜 기간 현업에 종사하며 국민에 다방면 기여한 공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전문직은 경력자가 아닌 실력자를 선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어느 쪽에도 과도한 혜택이 제공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올해 국세청 공무원 출신 합격자 비율은 지난 5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10배 가량 늘었다./더팩트DB
올해 국세청 공무원 출신 합격자 비율은 지난 5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10배 가량 늘었다./더팩트DB

공무원들은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드물게 벌어지는 채점 오류 시비 때문에 인센티브를 없애는 것은 졸속 입법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국가가 법률로써 약속한 사항을 깨트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강하다.

한 세무 분야 공무원은 "세무사시험의 공무원 일부 과목 면제 제도는 공직자들의 헌신과 전문성을 존중해준다는 게 애초의 도입 취지"라고 했다. 그는 "이는 국가가 법률로 약속한 사항으로 세무공무원이 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라며 "세무사시험에서 제기된 출제 오류 논란은 유감이지만, 그렇다고 법을 바꾸는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을 깨트린다"고 강조했다.

다른 공무원은 "작년 세무사시험에서 벌어진 일은 이례적 상황"이라며 "일반적으로 공무원은 시험공부를 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 자체가 부족한 탓에 대다수가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게 현실이다. 뭣보다 다른 직렬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의 일부 과목 면제 등 특혜가 존재하는 전문자격 시험은 10개 이상이다. 각각 △공인회계사 △변리사 △세무사 △법무사 △공인노무사 △관세사 △보세사(보세화물 관리자) △소방시설관리사 △행정사 △경비지도사 등이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가 다음 관심사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일부 과목 면제 등 공무원 경력인정 제도가 도입된 때는 공직자의 장기근속 연수가 짧아 개선이 필요했던 시기"라며 "현재는 불공정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엄격해진 만큼 변화가 필요한 시대"라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단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의 관계자는 "국세청 등 관련 기관의 반발이 예상돼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수도 있다"며 "소통하는 절차가 상당히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년 이상 경력 공무원의 특혜를 완화하는 게 법안의 주요 내용인데, 신뢰보호 원칙대로라면 앞으로 20년 동안 법 개정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국회 보좌관도 2013년 이전에는 행정사 자격증이 저절로 나왔으나 시험을 치르는 쪽으로 법이 바뀐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직자 등의 협조와 양보가 관건"이라고 부연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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