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스토킹 범죄 '초강수'…검찰 안 거치고 구금 추진
입력: 2022.02.23 00:00 / 수정: 2022.02.23 00:00

법무부 반대 분위기에 실현은 미지수

경찰이 스토킹 가해자를 구금하는 잠정조치 4호를 법원에 직접 신청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새롬 기자
경찰이 스토킹 가해자를 구금하는 잠정조치 4호를 법원에 직접 신청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경찰이 스토킹 가해자를 구금하는 잠정조치 4호를 법원에 직접 신청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법무부가 반대해 실제 스토킹처벌법 개정은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돌발 상황을 방지할 수는 있지만 가·피해자 분리를 목표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본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안에 따라 즉각적 조치를 못 하는 경우도 있어 영장과 달리 (경찰이) 법원에 신청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관련 부처와 지속해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잠정조치 4호는 가해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최대 1개월 동안 가둘 수 있는 조치다. 영장처럼 경찰이 신청하면 검찰이 청구해 법원에서 결정한다.

경찰은 지난 15일 구로구에서 스토킹 피해로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40대 여성이 50대 남성에게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구속에 준하는 조치를 검사를 건너뛰는 방안을 추진한다.

당시 검찰은 보완수사 요구를 하며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경찰은 잠정조치 1~2호 조치를 했다. 경찰이 보완수사를 벌이고 잠정조치 4호 신청을 검토하는 도중에 피해자는 목숨을 잃으면서 수사기관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스토킹처벌법 제정 당시처럼 반대하는 분위기여서 실현은 불투명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명 피해는 안타깝지만, 스토킹 행위 개념도 논의가 많은데 다른 형사법에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예외로 인정할지는 큰 담론"이라며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경찰이 잠정조치 4호를 직접 신청하는 방안만 추진에 집중하는 것보다 스토킹 피해를 막기 위해 궁극적인 가·피해자 분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선 법원을 설득할 수사역량을 갖춰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잠정조치 이전과 1개월 구금 조치 이후 궁극적인 가·피해자 분리를 위해 '위치 파악 장치'를 가해자 동의를 얻어 부착하는 등의 보완도 함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주장처럼 승 연구위원은 스토킹 행위 개념도 스토킹처벌법이 만들어진 취지에 맞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경찰의 직접 신청 추진과 함께 권한 남용을 막을 장치도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석좌교수는 "검찰의 한 차례 거르는 역할이 없어지면 경찰의 권한 남용 소지도 있을 수 있다"며 "우려를 불식시킬 장치도 함께 제시해야 법무부나 국민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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