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보호 여성 또 참변…검·경 공조 빈틈 뼈아팠다
입력: 2022.02.17 05:00 / 수정: 2022.02.17 05:00

영장 재신청 사이 범행…전문가 "수사기관, 범죄 심각성 느껴야"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2월 스토킹 범죄 현장대응력 강화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새롬 기자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2월 '스토킹 범죄 현장대응력 강화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지난해 경찰이 '스토킹 범죄 현장대응력 강화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돌발 상황에서 빈틈을 보였다. 특히 검찰이 가해자의 구속영장을 반려한 사이 참변이 일어나 검·경 공조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 15일 오전 10시52분쯤 구로구 야산에서 숨진 상태의 용의자 조모(56) 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조 씨가 범행 직후 도주해 추적을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조 씨는 14일 오후 10시13분쯤 구로구 소재 피해자 김모(46) 씨의 술집에서 김 씨를 살해하고, 동석한 50대 남성 이모(56)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11일 전 연인 조 씨에게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며 고소했다. 경찰은 당시 김 씨를 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으로 등록하고,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같은 날 오후 5시쯤 조 씨가 피해자의 가게를 찾아오자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스토킹과 강간 등 추가 혐의를 파악한 경찰은 12일 오전 4시38분쯤 조 씨를 유치장에 입감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1시쯤 검찰이 구속영장을 반려하자 경찰은 주의 당부와 스토킹처벌법상 접근 제한을 위해 100m 이내 접근금지 조치 등 긴급응급조치 1~2호를 결정했다. 경찰이 영장 재신청을 위해 보강 수사를 벌이던 사이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는 4일 전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를 통해 오후 10시12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3분 만에 경찰은 현장에 도착했지만 오후 10시20분쯤 피를 흘리고 있는 피해자를 발견했다.

오후 10시30분쯤 상황관리관이 현장에 도착해 지휘하고, 오후 10시40분과 41분쯤 각각 김 씨와 이 씨를 병원으로 후송했다. 이후 경찰서장이 현장에 도착해 지휘했고, 형사과 전 직원 출근 지시가 내려졌다. 오후 11시7분쯤 피해 여성은 출혈성 쇼크로 끝내 숨졌다.

신변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김병찬이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신변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김병찬이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지난해 11월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연인을 살해한 김병찬 사건에서는 위치값 오차로 스마트워치 신고 12분 만에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논란이 됐다. 그 결과 수립된 스마트워치 고도화 방안에 따라 이번 사건에서 경찰은 신고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경찰서장도 직접 방문해 지휘했다.

현장 도착은 발빠른 편이었지만 사건 발생 후속적 대응이라는 한계가 뚜렷했다. 스토킹범죄가 강력범죄로 악화되는 상황을 방지하는 게 관건이었다. 대응은 원칙에 맞게 진행됐으나 급작스러운 상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가해자를 사전에 분리하지 못한 것이 가장 뼈아팠다. 검사의 구속영장 반려로 조 씨는 유치장 입감 9시간 만에 풀려났다. 당시 검찰은 "일부 혐의 소명이 부족해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취지"라며 영장을 돌려보냈다. 영장에는 스토킹 혐의 등도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져 수사기관 공조가 미흡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대검찰청은 뒤늦게 일선 검찰청에 스토킹.성폭력.보복범죄 등 강력사건 발생 초기부터 경찰과 긴밀하게 협력해 영장 검토 시 재범 및 위해 우려 등이 있으면 가해자 접근 차단을 비롯한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석좌교수는 "검찰이 보완수사를 이유로 반려했지만, 공조가 잘됐더라면 유선으로도 확인할 문제였다. 스토킹범죄에 아직도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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