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이후 감축 목표치, 법 집행보장 규정 없어 헌법소원
이명박(MB)정부 당시 제정된 온실가스 감축 법안의 미흡함을 보완하기 위해 현 정부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을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이 제기됐다./주현웅 기자 |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이명박 정부 당시 제정된 온실가스 감축 법안을 보완한 탄소중립기본법도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청소년기후행동은 16일 오전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기후위기 대응 실패한 탄소중립기본법은 위헌’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정부와 의회 모두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했다"며 "이제 헌법재판소가 나설 차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기후행동의 헌법소원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만들어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0년까지 5억3600만여 톤 감축)가 기후위기를 사실상 방관한 수준이라며 2020년 3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바 있다.
이들은 법안 폐지 후 지난해 9월 공포된 탄소중립법도 소극적 기후위기 대응으로 미래세대의 생명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다시 헌법소원을 냈다. 새 법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량(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으로 규정했다.
소송을 맡은 이병주 변호사(법무법인 디라이트)는 "탄소중립법이 2030~2050년 기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와 법의 집행보장을 전부 규정하지 않았다"며 "실현 가능성이 미비해 미래세대에 대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탄소예산이 10년 안에 전부 소진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탄소예산이란 기온이 1.5도 이상 오르지 전까지 배출이 허용된 온실가스 총량을 뜻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6차 보고서에 따른 2020년 이후 전 세계에 남은 탄소예산은 4000억 톤이다.
이 변호사는 "한국이 차지하는 세계 인구 비중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종합해 분석하면 우리나라는 26억8000만 톤만 남았다"며 "그러나 현행법의 감축 목표대로라면 2030년 총 56억2100톤을 쓰게 돼 미래세대에는 탄소예산을 안 남기는 불평등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김서경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정부와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나섰다는 명분에만 집착했을 뿐 실질적 위기를 막기 위한 노력을 외면한 결과"라며 "현재 대선후보들도 기후위기에 관한 진지한 논의를 하지 않는 탓에 미래가 암담하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에서 유사한 판결이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프랑스 파리행정법원에 이어 4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도 현행 기후보호법이 미래세대의 권리를 제한하므로 개정해야 한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소송 원고인 윤현정 활동가는 "현행 탄소중립법은 1.5도는 물론 2도조차 지킬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법안 마련 과정부터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한 셈인데, 이제 헌재가 나서서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기후변화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 등에 위협을 가하는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환경이 헌법적 문제이며 기본권 문제라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이를 토대로 한 올바른 입법이 이뤄지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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