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별다른 수익 없이 '돌려막기'"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킨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대표 남매가 첫 재판에서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업 등록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킨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대표 남매가 첫 재판에서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업 등록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성보기 부장판사)는 8일 오전 사기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사기 혐의 등을 받는 머지플러스 권남희(37) 대표와 동생 실사주 권보군(34) 씨의 1차 공판을 열었다. 불구속 기소된 이들의 남매 권모(36)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출석하지 않았다.
권 대표 남매 측은 기록 복사가 늦어져 내용을 검토하지 못해 다음 기일에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피해액을 머지포인트 기준 700억원, 80%를 적용한 환불대금 기준은 5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원회 등록 의무가 없었는데도, 금융 당국이 '선불전자지급업 등록을 하지 않았다'며 머지머니 판매를 중단하라고 해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상품권을 판매한 돈이 들어오고 그 돈을 통해 상품권 발행 업체에 한 달 뒤 정산해주는 구조로, 그 기간을 이용해 돈이 돌고 있었으나 무등록 이슈가 커지면서 판매를 중단하라고 해 들어오는 돈이 고갈되면서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20% 할인결제의 수익모델이 무엇인지 물었다. 변호인은 "머지플러스는 플랫폼 기업으로, 초기 많은 회원을 모집하고 적자를 감수하며 버티고 있었다"라며 "금융감독원과 일이 꼬이면서 발생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20% 할인으로 당연히 적자가 생기지만, 플랫폼이 커지면 판매점들이 플랫폼에 '잠김 효과'(새로운 상품이 나와도 전환비용으로 인해 기존 상품을 계속 사용하게 되는 효과)로 점주가 20%를 부담하고, 머지플러스는 구독료로만 운영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라고 말했다.
직접 발언 기회를 얻은 권보군 씨는 "외식업의 근본적 문제는 많이 판매하지 못하는 것으로, 많은 판매 기회를 제공해 이득이 되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권 대표 남매가 별다른 수익사업 없이 '돌려막기' 식으로 사업을 했고, 손실이 늘면서 언제든 중단될 수 있는데도 구매자들을 속였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 남매는 금융위 등록 없이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선불전자지급수단인 '머지머니' 발행·관리업을 영위하고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0% 할인결제 제공하는 'VIP구독서비스' 이용자에게 결제대금을 정산해주는 전자지급결제대행업을 영위한 혐의를 받는다.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머지머니 20% 할인 판매로 고액 적자가 누적돼 정상적인 사업운영이 어렵고, 전자금융업자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해 중단될 수 있는데도 57만명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고 2521억원 머지머니를 판매한 혐의도 있다.
권보군 씨는 권모 씨(36)와 공모해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머지오피스 법인자금을 신용카드대금, 생활비 등으로 사용해 6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검찰은 머지포인트 매수자의 실피해액 751억원, 머지포인트 제휴사 피해액 253억원 등 피해액을 총 1004억원으로 산정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3일에 열린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