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없는 호랑이해…"한반도 돌아올 가능성 있다"
입력: 2022.02.01 00:00 / 수정: 2022.02.01 08:05

국가 마스코트·멸종위기 1급인데 보존대책 없어

현재 한반도에는 호랑이가 서식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혹시 1마리라도 생존했을 가능성이나 기대감은 남았다. 사진은 에버랜드에 살고있는 한국호랑이 건곤의 모습. /이새롬 기자
현재 한반도에는 호랑이가 서식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혹시 1마리라도 생존했을 가능성이나 기대감은 남았다. 사진은 에버랜드에 살고있는 한국호랑이 '건곤'의 모습.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주현웅·정용석 기자] 설날인 1일은 임인년 호랑이해 첫날이지만 현재 한반도에는 호랑이가 서식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혹시 1마리라도 생존했을 가능성이나 기대감은 남았다.

적지않은 호랑이 목격담은 아직 과학적으로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발견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중국 등지에서 번식이 계속 늘면 먼 훗날에라도 과거 자신들이 살던 남쪽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호랑이 보존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 한반도는 범의 나라…"사람을 고기 씹듯" 섬뜩한 전설도

‘백두산호랑이’, ‘조선범’, ‘시베리아호랑이’, ‘아무르호랑이’ 등으로 불리는 한국호랑이에 대한 한반도 내 마지막 기록은 1940년 조선총독부 통계연보다. 함경북도에서 1마리가 포획됐다는 내용이다. 남한에서만 보면 1924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강원도 횡성에서 8척 호랑이를 포획했다"고 나온다. 인간의 안전을 유해한 동물에서 지킨다는 일제강점기 해수구제정책에 따른 대규모 포획 결과다.

한 세기 전만 해도 한반도는 ‘범의 나라’로 불릴 만큼 전역에 호랑이와 표범이 살았다. 어느 정도였는지는 조선왕조실록을 봐도 추정할 수 있다. 현대어로 번역된 실록에서 ‘호랑이’는 총 727건 등장한다. 대부분은 섬뜩한 내용이다.

'밤에 호랑이가 한양의 근정전(임금의 즉위식 등을 거행하던 곳) 마당에 들어오다.'(태종 5년 7월 25일)

'어머니를 호랑이가 물고 가니, 한덕이 어머니의 치마를 붙들고 울면서 소리를 치고 호랑이를 꾸짖으매, 호랑이가 그제야 버리고 갔사옵니다. 한덕이 어머니의 시체를 가지고 와서 예절대로 장사하였사옵니다.'(세종 21년 5월 22일)

'늙고 강한 호랑이가 공순릉(파주)의 산림과 고양 등지에 출몰하여 사람과 가축 400여 두(頭·머리)를 죽였으므로 조정에서 대대적으로 포획하게 하였다.'(선조 4년 10월 27일)

'근래 들으니 사나운 호랑이가 함부로 횡행하며 사람을 고기 씹듯 하는데, 가평·포천 지경 등지에서는 대낮에도 제멋대로 쏘다녀 혹독하게 물린 자가 낭자합니다. 호랑이와 표범이 산에 있지 않고 들에 있으니 이것이 무슨 징조입니까.'(영조 9년 12월 12일)

현재 러시아 극동 지역에 호랑이 500여 마리가 서식 중이고, 중국은 2050년까지 개체 수를 100마리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러시아 연해주에서 발견된 새끼 호랑이 3마리가 장난치는 모습./러시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 공식 페이스북
현재 러시아 극동 지역에 호랑이 500여 마리가 서식 중이고, 중국은 2050년까지 개체 수를 100마리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러시아 연해주에서 발견된 새끼 호랑이 3마리가 장난치는 모습./러시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 공식 페이스북

정부는 지난 1996년 국제사회에 "남한에서 호랑이가 멸종됐다"고 공식 보고했다. 환경부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국제협약’(CITES) 사무국에 제출한 ‘호랑이 보호를 위한 국가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내에서 호랑이가 절멸한 사실을 정부가 공인한 셈이다.

하지만 국내 야생호랑이 생존설을 꾸준히 주장하는 쪽도 있다. 임순남 한국호랑이보호협회 회장은 "호랑이는 근방 1㎞에서만 인기척을 느껴도 사람을 피하게 돼 있다"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호랑이 연구에 나선다면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순남 회장에 따르면 호랑이 목격담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러시아와 중국에서도 한반도에 호랑이가 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가 여럿이다.

◆이어지는 목격담…중국·러시아 호랑이 남하 가능성도

호랑이 목격담은 비교적 최근까지 전해졌다. 공식적으로 전파된 목격담은 2006년 1월 31일 MBC 뉴스데스크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산골에서 4명의 시민이 불과 1미터 앞에서 호랑이로 보이는 동물을 동시에 봤다고 한다'는 보도 내용이다. 목격자들은 "대형 짐승이 도랑을 넘어 달아나는 모습을 수초 간 또렷이 봤는데 호랑이 같다"고 인터뷰했다. 이밖에 비공식적인 목격담도 적지않다.

이같은 목격담이 실제인지 입증된 적은 없지만 언젠가 호랑이가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 연해주 등지의 호랑이들이 번식하다 보면 한반도까지 내려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러시아 극동 지역에 호랑이 500여 마리가 서식 중이고, 중국은 2050년까지 개체 수를 100마리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야생호랑이를 찾아볼 수 없지만 언제라도 마주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중국와 러시아가 호랑이 보호 및 번식에 매우 노력 중인데, 개체 수가 늘면 헤엄을 쳐서 내려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호랑이는 헤엄을 잘 치는 동물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산속보다는 저지대 습지 등 물과 가까운 곳에 주로 서식하기도 한다. 국내 기록을 봐도 전라남도 진도 등 섬 지역에서 호랑이가 발견됐다는 문헌들이 있는데 헤엄쳐 갔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한반도에는 호랑이가 서식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혹시 1마리라도 살고 있을 가능성 혹은 기대감은 늘 따른다./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현재 한반도에는 호랑이가 서식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혹시 1마리라도 살고 있을 가능성 혹은 기대감은 늘 따른다./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다만 중국과 러시아의 호랑이 보존에 기대기보다는 한국호랑이 보존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호랑이는 엄연히 멸종이 임박한 개체이기 때문이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환경부 장관은 멸종위기종에 대한 중장기 보전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호랑이 보존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항 교수는 "서식지를 조성해 보존하는 조치는 현실적으로 힘들겠으나, 정부 차원의 서식지 외 사육 번식 등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88서울올림픽과 평창동계올림픽 등에서는 호랑이를 우리 마스코트로 내세우면서, 정작 보존대책을 안 만드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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